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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oy May 02. 2024

여행 후 깨달은 것들

#사람여행#여행을 일상처럼

4년 만에 15일 간, 상해를 다녀왔다.

2020년 1월,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 마지막 출장으로 4년간 가지 못했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짐을 싸는 것이 귀찮고, 아무리 좋은 호텔도 잠자리가 편하단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여행계획을 짜지 않는 편이라 관광지? 핫플레이스에 대한 로망도 없으며 맛집을 찾아다니는 열정이 없다. 즉, 나는 보고, 먹는 것에 별로 감흥이 없는 사람이다.


오랜만에 갔더니, 밥 먹듯 드나들던 공항에서 우왕좌왕 한참을 방황했다.

공항버스 대신 지하철을 타고, 친구 집으로 가는 길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길에 한국 책을 펴 들고 지하철에서 책을 읽었다. 한참을 가서 도착한 친구 집 주변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듯 낯선 풍경들에 가슴이 설렜다.

도착하자마자 핸드폰을 개설하기 위해 한참을 길을 따라 무작정 내려가다 보니 20대, 내가 일했던 곳 주변이다. 10년도 더 되었지만 그 자리에 남아있는 자주 가던 식당, 공원을 보니 벅찬 느낌이 들었다.


상해에서 처음 만난 사람은 당분간 신세를 지기로 한 주재원으로 얼마 전 파견 나온 친한 동생이다.

전 직장에서 만났는데, 아주 어린 나이에 똑똑하고 중국어도 원어민처럼 하는 동생인데, 다른 나라에서 그녀와 저녁을 먹으며 맥주 한잔에 안주삼은 근황토크가 너무 좋았다.

그렇게 나의 사람여행은 시작되었다.

스무 살 언저리에 유학하며 만났던 오빠와 친구는 상해 근교 우시라는 곳에 터를 잡고 오빠는 회사의 부총경리가 되어있었고, 친구는 우시에서 가장 큰 한국식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저녁 한 끼 먹으러 당일 치기로 기차 타고 대전정도 가는 거리를 왕복으로 다녀왔지만 사랑 듬뿍 받은 느낌이 가슴을 꽉 메우고 있었다.

4학년 2학기 인턴시절, 회사 회계사이 소개시켜 준 딸과는 한국 남자, 연예계를 이야기하며 친해졌지만 지금은 교육열 강한 두아이의 엄마가 되어있었고, 20대 상하이 룸메였던 수영언니와 함께 산 동네 근처에서 밥을 먹고 동네 산책을 하고, 한국에서 자주보지만 여행일정이 겹친 동규 오빠와의 짧은 맥주 타임, 그리고 나의 소울메이트 우리언니와 조카 1호와의 3박 4일 상해여행, 그리고 일상을 살고 있는 주재원 친구와의 한인타운에서 마신 소주, 일로 만난 사이지만 친구가 된 중국 친구들 대부분 10년이 넘은 인연들과의 상해는 정말 꿈같은 날들이었다. 그들과 나눈 이야기 속에서 더 많은 인사이트와 영감을 얻어간다.

15일 간 여행 중 15명의 사람들을 만난 건 나의 복이겠지?!

혼자 다닌 날들이 겨우 3일이었는데, 그 3일은 혼자 일상을 즐기듯 커피숍에서 책을 보며 사람구경을 하고 온 동네를 미친 듯 걸었다. 평균 25000보씩, 사람들의 점심시간, 사람들의 표정, 사람들의 생활을 관찰하는 게 너무 재밌었다.


여행을 다녀와서 사진첩을 정리하며 인스타그램에 여행기록을 남겼다.

멀쩡한 동방명주 사진, 와이탄 사진 하나 없지만 그들과 먹었던 음식, 그날의 온도, 습도 모든 것이 남았다.

그리고 나의 여행기록에 그들에게 받은 영감과 생각을 글로 남겼다.

나에게도 그들에게도 좋은 추억이 되었길.

나는 사람여행을 좋아하고, 여행을 일상처럼, 일상을 여행처럼 살는 사람인 걸 다시 한번 깨닫는 여행이었다. 너무 소중한 15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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