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 두 명이 7년이나 만날 수 있었던 이유
나는 살면서 무언가 오래 좋아한 적이 없다. 좋아하는 건 많지만 그 끝은 늘 흐리거나 짧았다. 한참 류준열 배우를 좋아하다가도 그가 장발을 하고 비오템 모델로 나서자마자 탈덕했고, 인생 영화라고 외치던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 가지 없는 것'은 '이프온리'를 보자마자 그 순위가 한참 내려갔다. 스타벅스에서 바닐라크림 콜드브루를 좋아해서 매주 금요일마다 마셔댔지만 그것도 세 달을 채 넘기지 못했다.
그런 내가 유일하게 오래 하는 것. 7년 간의 연애다. 물론 중간에 한 번 헤어지긴 했었지만. 벌어진 것을 다시 붙여 지내는 경우도 나에게는 드문 일이다. 이전에도 여러 번 연애를 했지만 짧게 끝나거나 꾸역꾸역 단점을 찾아내어 시작을 하지 못한 채 마무리되기도 했다.
아마 장기연애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으면 다들 이렇게 말할 거다.
"만나다 보니 이렇게나 흘렀어. 그렇게 오래된 것 같진 않은데?"
나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벌써 7년이라고? 싶다. 지인들이 가끔 오래 만난 비결이 뭐냐고 묻는다.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남자친구와 내가 내린 답은 하나다.
"우리에게 맞는 연애를 한다! 자주 만나지 않는다!"
우리는 일주일에 하루만 만난다. 함께 즐겨야 맛있는 술보다는 각자의 시간을 여유롭게 보내게 해주는 커피를 더 즐긴다. 여행을 가서 반나절 정도는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트윈 침대에서 자는 경우가 많다. 긴 여행에서 절반의 일정동안은 각 방을 쓰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 시간이 굉장히 흡족했다.
결혼을 하더라도 각 방에서 지내고 싶고 개인적으로는 각 집이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누구에게는 쓰리룸이 안방과 서재, 옷방으로 나뉜다면 우리에게는 그의 방, 내 방, 옷방 정도로 나뉠 것 같다.
우리가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이게 다 지금 남자친구를 만나고 나서부터다. 처음엔 그의 개인주의가 너무도 황당해 좁은 원룸 벽을 발로 뻥뻥 차며 속앓이도 하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쓰다 보니 남자친구에 대한 험담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남자친구에게 이 글을 쓰는 건 철저히 비밀로 부쳐야겠다.
'연애는 팀플이 아니라서'에서는 우리의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어쩌면 누군가는 "연애를 하고 있는 게 맞아?"라고 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오 우리도 그런 연애를 하고 있는데"라고 할 수도 있다. 누군가는 또 "이 정도는 개인주의라고 할 수도 없지. 우리를 보면..."이라고 무용담을 펼쳐낼 수도 있다. 연애 방식은 다 다르고, 그 다양성이 우리 삶을 더 풍부하게 만든다.
우리의 개인플레이 연애 스토리를 함께 즐겨주길 바라며.
(Photo Epilogue) 우리가 가장 좋아했던 도쿄에서의 편안했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