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남친 프로필 사진 속 낯선여자

남자친구 카카오톡에 모르는 여자가 있다 .. ?

by seon young Mar 09. 2025

남자친구와 소개팅을 할 당시 이상한 점이 있었다. 카카오톡 속에 모르는 여자 사진이 있다는 점이었다. 소개팅 전에는 여자동생이라고 생각하고 나갔는데 이야기를 하다보니 누나밖에 없다고 했다.


음.... 누나라고 하기엔 너무 어려보였고 어느 남매가 본인의 누나 사진을 올려놓을까?


조심스레 물어보니 가수 '치즈' 라고 했다. 나는 그 때 치즈라는 가수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남자친구는 본인이 얼마나 그녀의 팬인지도 장황하게 늘어놨다. 카페 아르바이트를 할 적에는 늘 치즈의 '퇴근시간' 노래를 들었고, 대학생 시절에는 혼자 콘서트에 가서 싸인도 받아올 정도라고 했다.


오.... 치즈...


당시만 해도 그녀가 유명할 때가 아니라서 난 친동생인 줄 알았고 모르는 사람이 보면 여자친구인 줄 알게 분명했다. 와. 진짜 난 그 때 내가 여자친구가 되면 그 사진을 내릴 줄 알았는데 남자친구는 전혀 생각이 없어보였다.


나 같았으면 상대방이 신경 쓸 만한 요소는 알아서 조정했을 것 같은데, 남자친구는 그런 개념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연애라고 해서 자기 영역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다.



연애 초반에는 나도 그걸 고치려고 하지 않았다. 아직 사귄지도 며칠 되지 않았는데 상대방의 카카오톡 프로필까지 관여하는 것이 오버라고 생각했다. 말하자니 속좁아 보이기도 하고... 처음부터 그런 여자친구로 보이고 싶진 않았다. 그런데 계속해서 사진을 내리지 않는 남자친구를 보며 점점 무슨 생각인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남자친구가 좋아질수록 가수 '치즈'가 싫어지기 시작했다. (당연히 그녀는 아무런 죄가 없다만)


그러다가 목표를 잡았다. 200일! 200일을 만나면 안정기에 들었으니 사진을 내려달라고 해보자! 200일이나 만났는데 의견은 낼 수 있지 않나? 그리고 대망의 200일이 다가왔다.


"오빠... 이제 200일이니까 조심스럽게 말할게 ^^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이제 내리면 안될까?

 본인은 팬이라 얼굴 잘 알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여자친구인 줄 알 걸?"

"아 그래? 신경을 안 써서 몰랐어. 진작 말하지. 바로 내릴게"


세상에. 생각보다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괜히 속앓이를 ..... 그때는 너무나도 황당해서 벽을 발로 뻥뻥 차며 속앓이를 했지만, 지금은 안다. 우리는 서로의 ‘개인적인 것’들을 굳이 침범하지 않기에 오래갈 수 있었다는 걸.

이전 02화 사소한 이유로 시작된 7년 연애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