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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에도 안식년이 있다면

by seon young

언젠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던 남자친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연애에도 안식년이 있다면 어떨 것 같아?"


안식년? 처음에는 이 사람이 무슨 쉰소리를 하나 역정을 내려고 했는데, 잠시 화를 멈추고 생각해보니 재미있는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쿵짝이 잘 맞기에 우리가 장기 연애를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안식년(Sabbatical Year)이란, 일정 기간 동안 재충전을 위해 휴식하거나 연구, 자기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어지는 장기 휴가와 비슷하다. 주로 학계, 기업, 종교 분야에서 활용되며, 업무 성과와 창의성을 높이는 목적으로 실행된다.




연애를 하다가 헤어지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권태'라는 감정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대게 사람들은 새로운 걸 추구한다. 정말 간절하게 가지고 싶어서 가지게 되었다 하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금세 헌 것이 되어 다시 갖고 싶은 마음을 충족시켜 줄 'SOMETHING NEW'를 찾는다. 권태도 이와 비슷하다. 내 것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자주 봐서인지 익숙한 감정은 지루하고 새로운 것을 찾고 싶은 호기심과 욕망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그러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이런 과정은 또 다시 반복된다. 그러다보면 권태라는 감정에 속아 정말 좋은 사람을 놓칠 가능성도 꽤나 있는 것이다.




그럴 때, '연애 안식년'이 있다면?


매주 만나고 연락하고 아무리 편해진다하더라도 연애에도 지켜야 할 의무와 선이라는 것이 있다. 그러다보면 때로는 자기 자신을 잃어버릴 수도 있고 나에게 쓸 시간을 상대방과의 시간에 몽땅 써버릴 수도 있다. 그럴 때 잠시 연애 안식년을 가지는 거다. 내가 누구인지, 지금 내가 원하는 연애를 하고 있는 것인지 멀리서 돌아볼 시간! 얼만큼의 시간을 가질 것인지, 연락은 어떤 빈도로 할 것인지, 안식년이 끝난 뒤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 둘 만의 합의가 꼭 선행되어져야 한다.


물론, 연애 안식년에 다른 사람을 만나는 탐색을 해서는 안 된다! 바람 피워도 될 시간을 주는 것이 아니라 둘의 시간을 더 견고하게 하기 위한 것. 그러니까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거다. (혹시 이 기간에 바람을 핀다면 그 사람은 언제고 그럴 사람이었으니 빠르게 정리된 것이 오히려 다행이다!)




실제로 우린 이 안식년과 비슷(?)한 시기를 보낸 적이 있다. (다시 만났기에 결과론으로 따지면 안식년이고 다시 만나지 못했다면 그저 이별이 되었을거다) 권태감을 이기지 못해 중간에 한 번 헤어졌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 시기동안 우리는 각자 다양한 생각을 했다. 서로가 느꼈던 서로의 단점이 사실은 충분히 참아줄 수 있는 범위의 단점이었다는 것, 그리고 서로가 무척이나 잘 맞는 사람이었다는 점, 생각보다 많은 애정이 있었다는 점 등이었다. 멀리서보니 우리 사이가 어떤 사이였는지, 앞으로 어떻게 가야하는지가 오히려 명확히 보였다.


그래서 우리는 헤어지고 다시 만난 뒤, 더 오랜시간을 만나고 더 이해하게 됐다. 잠시 떨어져있던 시간이 우리의 관계에 더 도움이 된 것이다. 물론 여전히 싸우고 약간의 권태감이 올 때도 있다. 그것은 잠깐이다. 우리를 더 명확하게 보게 되었기에 해결 방법도 더 쉽게 찾게 된다.


우리의 안식년은 그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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