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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는 팀플이 아니잖아요

개인주의 커플, 이렇게 연애합니다

by seon young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도시 도쿄. 제작년 도쿄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부터 우리는 매년 이맘 때가 되면 도쿄 여행을 준비하곤 한다. 도쿄에 다녀오고 나서는 "이거 도쿄 같지?" 라거나 "도쿄 생각난다 그치"라며 기억속의 무언가를 서로 비슷하게 공유하곤 했다.


우리가 처음 일본을 가기로 결정했을 때, 나는 도쿄에 가고 싶었고 남자친구는 오사카엘 가고 싶어 했다. 오사카에서 마리오랜드를 가고 싶었던 남자친구와 도쿄에서 다양한 쇼핑을 즐기고 싶었던 나. 어느 한 명 양보를 하지 않아 의견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오빠, 난 도쿄 갈게. 오사카 다녀와! 다녀와서 서로 얘기해주자"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어렵게 뺀 휴가 기간인데, 서로 원치 않는 도시에서 시간을 뺏기는 것을 진심으로 원하지 않았다. 어쩌면 남자친구도 그걸 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쩐일로 오빠가 한 발 물러섰다. 우리는 도쿄로 가기로 했다!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고마운 마음과 함께 남자친구도 도쿄를 사랑하게 될거라고 확신했다.


여행 계획을 짜던 중에도 충돌은 조금씩 발생했다. 일본에 가고 싶은 마음은 같았지만 각자 보고 싶은 부분이 조금씩 달랐다. 도쿄가 첫 여행은 아니었기에 이런 상황도 처음은 아니었다.


지난 여행을 떠올렸다. 함께 제주도에 갔던 기억을. 남자친구와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편안한 여행이었지만, 정작 내가 꼭 가고 싶은 곳을 가지 못 했을 때의 후회는 두고 두고 남았다. 그 때를 떠올리니 억지로 상대방의 타임라인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우리는 합의하에 여행 중 일부 개인시간을 갖기로 했다. 나는 마침 도쿄로 비행을 온 승무원 친구를 만나기로 했고, 남자친구는 평소 관심있어하던 브랜드의 쇼핑과 카츠 맛집을 다녀온다고 했다. 실제로 도쿄에서 5박의 일정 중 하루의 반나절은 개인 시간을 가지고 시간과 약속장소를 정해 오후에 만났다.


친구와 헤어지기 아쉬우면서도 얼른 남자친구와 만나 오후 일정을 함께 하고 싶었다. 우리는 긴자의 한 카페에서 만나 오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서로 꺼내놓느라 쉬지않고 쫑알댔다. "함께 갔으면 정말 좋았을거야" 라는 말이 서로의 입에서 나왔다. 반은 빈말이고 반은 진심이었다. 우리는 각자의 경험을 가져와 두 개 같은 한 개의 시간을 만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일본에서 각자의 추억과, 함께하는 추억을 만들어 왔다.





그리고 작년, 하반기에는 조금 더 긴여행을 떠나보기로 했다. 이번에도 역시 가고 싶은 여행지가 달랐다. 나는 호주, 남자친구는 터키였다. 긴 고민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내가 양보했다. 남자친구와 함께 간다면 어느 여행지던 좋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렇게 도착한 여행지. 문제가 발생했다. 숙박비용을 줄이려고 여러 개의 방을 예약한 뒤 좀 더 저렴한 숙박 플랫폼만 두고 취소를 해야지! 라고 마음을 먹고 끝까지 취소를 하지 않아 방을 두 개나 예약해버린 것이었다. OH MY GOT. 하나님 부처님 알라신을 급히 찾았다. 2시간 전 취소 기한이 마감되어 취소가 불가했고, 숙박비가 두 배로 발생했다. 14시간에 걸쳐 어렵게 도착한 여행지에서 시작부터 멘탈이 무너졌다.


"방 하나는 짐 방으로 쓰자"


남자친구가 말을 꺼냈다. 방을 취소할 수 있는 시기가 지났으니 포기하고 하나의 방은 짐방으로 쓰자는 거였다.


"짐 방? 굳이? 아니야, 각 방 쓰자"


룸이 두 개나 되는데 3일 간 그 룸에 짐만 두는 건 낭비였다. 우리는 그렇게 각 방을 쓰기로 했다. (분명히 밝혀두지만 이건 내 강요가 아니다! 처음엔 내 눈치를 보느라 그렇게 말했겠지만 내가 각 방 쓰자고 했을 땐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 남자친구!)


3일 동안 우리는 각 방을 쓰기로 했고 친구들은 이 말을 듣고 경악했다. 우리에겐 전화위복이었다. 솔직히 정말 너 ~ 무 편했다. 6일이나 되는 장기간 여행이었기에 오히려 여행의 질이 급상승했다. 잠도 편하게 자고 화장실도 편하게 썼다. 후에 남자친구는 그 시간이 참 편하고 좋았다고 했다. (앞으로 종종 예약 실수를 해도 괜찮다는 저주와 함께!)


각 방에서 자는 우리의 루틴은 이랬다. 여행에서 돌아와 각 방에서 편히 씻고 카톡과 보이스톡으로 인사를 한다. 그러고는 꿀잠을 자고 난 뒤 다음날 아침에는 남자친구는 러닝, 나는 조식도 먹고 동네 산책도 다녀오고 다녀와서는 방 안에서 뒹굴거리며 마음껏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점심에 만나 여행을 나서기를 반복했다. 누구 하나 서운함 없이 각자의 시간도 보내고 함께 하는 시간도 행복하게 보냈다. (물론 조금 외롭기는 했지만 혼자 누리는 편안함보다는 적은 외로움이었다)


우리는 커플이지만 팀플은 아니다. 같은 곳에 가더라도 둘 다 한 곳을 바라볼 필요는 없다. 서로 다른 곳을 보더라도 각자가 행복하면 그것이 행복이고, 그 행복함을 상대에게 공유하고 나눠주면 더 큰 세상이 보인다!


우리의 따로, 또 같이 하는 여행은 앞으로 계속된다 - 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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