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남자친구와 일주일에 몇 번 만나세요?

우리가 토요일에만 만나는 이유

by seon young

어떤 모임에서건 절대 빠지지 않는 단골 주제. 연애. 할 말은 많지만 그 주제를 확장시키기 위한 질문은 은근히 어렵다. 그럴 때마다 내가 쓰는 단골 질문이 있다.


"남자친구, 또는 여자친구와 일주일에 몇 번 만나세요?


그럼 여기서부터 그들의 연애사가 시작된다. 너의 집이 내 집, 내 집이 곧 너의 집이 되어 매일매일 붙어 있는 커플부터 평일에 한 번 그리고 주말에 한 번 보는 커플, 금요일 저녁에 만나 일요일까지 꼬박 같이 있는 커플. 그 모양새는 정말 다양하고 만나는 주기에 따라 그 커플이 어떤 커플인지 대략 그림이 그려진다.


이게 내 주변만의 연애는 아니었다. 내가 사는 오피스텔 건물에서는 늘 문에서 두 명씩 나온다. 10여 평이 채 안되는 이 좁은집에서 거의 두 명이 살다시피 하는 거다. 세상에는 정말 붙어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느낀다.



"저희는 일주일에 한 번 토요일에 만나요. 그리고 오후에 만나서 저녁에 헤어져요."


반면, 그들에 비하면 우리는 정말 붙어 있는 시간이 없다. 나는 사실 우리가 토요일에 반나절만 만난다고 말하는 것이 조금 부끄럽긴 하다. 단순한 데이트메이트 같은가? 싶어서다. 그렇다고 남자친구가 당장 나에게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같이 있자고 하면 벌써부터 숨통이 조여온다. 연애를 하면 내내 같이 있고 싶어진다는데 우린 장기 연애로 접어들어서인지 개인의 시간이 꽤나 소중하다.


남자친구와 내가 서로를 존중하고 7년 넘게 만나올 수 있는 데에는 개인의 시간을 존중했던 것이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기 때문에 만나는시간 동안은 서로에게 집중하고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함께 하는 중에 다른 곳에 시선을 돌려 섭섭하지도 않고 적당한 아쉬움이 있어 다음 만남이 또 기다려진다. 그리고 점점 나이가 들면서 서로가 중요한 만큼 나 자신이 중요해지기도 했기에 나를 챙기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잘 알게 됐다.





우리가 처음부터 일주일에 한 번을 고집했던 건 아니다. 집이 가까웠던 날에는 평일에도 자주 만났고 주말에는 밤부터 다음날까지 내내 함께 있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불편하기 시작했다.


나는 화장실을 가리는 편이라 남자친구 집에 가서도 배가 아플 때면 남자친구 집에서 나와 역으로 뛰어가 화장실을 쓰는 사람이다. 호텔에서도 객실 화장실이 아닌 로비의 화장실을 쓴다. 게다가 누군가 내 잠버릇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편하게 잠을 잘 수가 없다. 가족들과 함께 집에 살 때도 그랬다. 유난히 내 날 것을 타인에게 보여주는 것이 어렵다. 또 나는 배고프지 않은데 남자친구와 밥 시간을 맞춰야 하는 것도 불편하고 먹고 싶은 것이 다른데 같은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남자친구도 불편한 부분이 있었을 거다. 나와 생체리듬이 달라 잠이 많이 필요한 편이고 선호하는 드라마 취향도 다르다. 게다가 내가 계속 집에 왔다갔다 하면 깨끗한 상태를 유지해야 되는데 사실 직장인에게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혼자 쉬어야만 진정한 쉼이라고 느끼는 사람이 내 남자친구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


그러다 보니 점점 금요일 밤과 일요일은 개인의 체력을 충전하고 각자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또 토요일은 부족한 잠을 보충하다 보니 오후에 느즈막히 만나는 경우가 많아졌다. 덕분에 토요일에 만나서 무얼 해야할 지 알찬 계획을 세우는 편이고 그 시간에 꽤나 충실한 편이다. 그 외에 필요한 건 전화로 하기도 하고 시간이 맞을 경우에는 평일에도 가끔, 정말 가 - 끔 볼 때도 있다.


어쩌면 데이트 메이트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우리의 데이트 타임. 장기 연애를 하면서 그렇게 되었을 수도 있고 이런 스타일로 인해 장기연애를 하게 된 것일 수도 있다. 무엇이 먼저인지는 고민해봐야 겠지만 이것이 우리의 스타일이 되버린 것은 확실하다.




(Photo Epilogue) 각자 스타일은 다르지만 선호하는 음식은 좀 비슷한 편인데요, 그 중에서도 술을 먹지 않는 대신 커피를 정말 좋아한답니다. 그리고 가을마다 강원도에서 바로 먹는 통오징어찜도 아주 좋아해요. 통오징어 찜을 먹을 때에도 회를 먹을 때에도 술 없이도 잘 먹는답니다. 이렇게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일주일간의 회포도 풀고 앞으로의 이야기도 하며 데이트를 해요.







keyword
이전 04화첫 번째 다투던 날, 신데렐라가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