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413 국방일보 조명탄 기고
나의 하루는 오전 6시 30분에 시작된다. 10분 정도 빠르거나 늦어질 때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다. 운동을 하러 가기 위해서다. 몇 년 전부터 매일 아침 운동을 하고 있다. 처음부터 이른 시간에 운동을 한 건 아니었다. 원래는 오전 9시 무렵에 하다가 작년부터 새벽 운동으로 일과를 바꿨다. 일찍 해치우면 그만큼 이후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부터 운동하는 게 쉽지는 않다. 일단 잠이 안 깬다. 얼음장같이 찬물로 세수를 벅벅 하고 하품을 연거푸 내뱉고 나서야 겨우 정신이 차려진다. 몽롱한 상태에서 벗어나면 그제야 온몸의 (몇 없는) 근육이 움직일 준비를 한다. 아침 운동이라고 해서 새벽 공기를 마시며 힘차게 달려 나가는 모습을 상상하면 곤란하다. 매일 밤늦게 하루를 마감하는 입장에서 아침 운동은 차라리 ‘셀프 고문’에 가깝다.
억지로 잠을 깨워가며 운동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즐거움. 정말이다. 물론 근사한 몸매를 만드는 데 관심이 없는 건 아니다.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나. 단지 제1의 목표가 아닐 뿐이다. 운동에는 신체 능력 강화와 체중 조절을 비롯한 여러 순기능이 있지만, 나를 운동하게 하는 가장 큰 힘은 그 자체의 재미다. 하루의 대부분을 책상 앞에 혼자 앉아 이것저것 듣고 보고 읽고 쓰며 보내는 나로서는 아침 운동 1시간이 매우 소중하다. 정적인 내 일과는 다르게, 몸을 움직일 때만 느낄 수 있는 재미가 있다.
그 재미를 알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난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체육 시간이 되면 늘 무슨 핑계로 수업을 빠질까 궁리했고, 자유 시간이 주어지면 구석에 가서 마음 맞는 친구들과 수다를 떨었다. 당연히 운동장을 제대로 이용해본 적도 없다. 군 복무 시절에는 체력 단련 시간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하는 친구들에게 ‘지나친 운동은 건강을 해친다’며 농담을 가장한 진담을 건넸다. 나는 오랫동안 일상에서 적당히 걷고 움직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여기며 살아왔다.
그러다 5년 전 얼떨결에 운동을 시작했다. 종목은 역도와 체조 등을 아우르는 고난도로 악명 높은 크로스핏. 사실 난 그게 무슨 운동인지도 몰랐다. 그저 크로스핏을 하고 있던 오랜 친구의 끈질긴 권유에 못 이겨 한 달만 해보자는 마음으로 간 것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가 말 그대로 죽을 뻔했다. 그만큼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는 경험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가빠진 호흡과 맥박이 도통 정상으로 돌아오질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다지 어렵지 않은 운동이었는데, 워낙 몸을 편하게 방치한 탓이었을 테다.
이제 와 돌아보니 그날 내 인생이 바뀌었다. 필요 이상으로 움직이는 걸 극도로 꺼리던 내가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이 된 것만으로도 큰 성과다. 만약 그때 시작하지 않았다면 난 평생 운동의 즐거움을 모르고 살았을지도 모른다. 당연히 모르고 살아도 크게 지장은 없었을 것이다. 다만 운동이 주는 힘을 알게 된 이상,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게 됐다. 더 어릴 때 시작했으면 어땠을까. 그럼 나는 푸석하고 건조한 방구석 음악광이 아닌, 밝고 활력 넘치는 어린 날을 보냈을까. 가끔 그런 부질없는 상상도 한다.
과거가 무색하게도 요즘의 나는 운동 전도사가 다 됐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가급적 운동을 꼭 하길 권한다. 어느 날 불쑥 찾아와 나를 괴롭히는 상념, 마음속 거친 풍랑을 잠재우는 데는 음악이나 영화보다도 운동이 그만이다. 숨이 턱 끝까지 차면 딴생각을 할 틈도 없는 법이다. 그렇게 잡념을 덮어두고 몸을 움직일 때 또 새로운 하루를 살게 하는 신선한 에너지가 솟아난다. 크로스핏을 5년이나 하고도 여전히 변변찮은 실력이지만, 누구보다 운동을 싫어했던 내 경험담이니 믿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