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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자의 썰 Aug 15. 2015

Doreen 이야기

누구를도와준다는것

치과에서는 환자분들한테 감사의 편지가 그리 흔하게 오지는 않는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건 다음에 한번  이야기하기로 하고.  그런 가운데 우리 오피스는 심심치 않게 감사인사를 받는데..  어떤 때는 눈물겨운 사연도 많다.  "내 이빨이 너무 예뻐져서  고마워요..."라는 식의 감사도 있지만.. 그런 식의 인사는 일주일도 안 가서 다 잊어먹는다. 주로 어떤 경우가 머리에 남느냐면..  어려운 상황에서 문제를 쉽게 해결해 준 경우이다. 가령, 98세가 된 어머니를 어렵게 모셔왔는데 예상하지 못한 간단한 치료로 산뜻하게 해결한 한 경우,  사춘기의 진짜 말 안 듣는 아이들과 누가 더 끈기가 센지 내기하듯 겨뤄서 결국은 치료를 끝낸 경우,  다른 병원에서 다 퇴짜를 맞고 불만이 쌓여서 폭발할 것 같은데 해결해 준 경우..  뭐 그런 식이다. 


한 번은 좀 비싼 꽃바구니가 배달되었다.  치료를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은 한 환자의 노부모에게서 온 감사 표시였다.   


삼십 대 초반의 장애가 심한 여자분을 한 사회복지가가 데리고 왔는데..  여기도 여러 치과를 전전하다 나에게 오게 된 케이스였다. 장애가 심해 환자의 협조를 기대할 수도 없었지만, 비용도 만만치 않아 치료를 포기하다시피 했다고 한다. 그러다 통증을 견디기 힘들어 어떻게 수소문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고.  










내가 한번 해보자.. 작심을 했다. 모든 스태프가 다 합심을 해 Doreen (이 친구의 이름이다)의 환심을 사고 아주 친해진 다음,  모든 능력을 다 동원해 모든 치료를 끝낼 수 있었다.  복지사를 통해 스케이크로 저녁을 먹었다 한다.  나중엔 화장까지 하고 나타난 Doreen을 보면서 나와 온 스태프들 만세를 부르기도 했다.  더 의미 있었던 것은 모든 치료를 무료로 해 준 것을 Doreen은 모른다. 이야기를 했다고 해도 알아듣지도 못했겠지만..  사회복지사랑 우리 스태프들만 알고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은 모르게 하자라고 정리하고 넘어간 케이스였다. 



그리곤 한 삼 년이 지났나?  같은 사회복지사가 다시 Doreen을 데리고 왔는데, 앞 이빨들이 왕창 다 나가고 하나도 없는 게 아닌가..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이 사회복지사가 Doreen을 극빈자들을 봐주는 치과병원을 데리고 갔는데, 그곳의 의사가 여기 깎고 저기 깎고 하는 통에 치료 중에 치아들이 다 부러져 나갔다는 것이다. 그리곤 환자의 협조가 없어서 그렇게 되었다고 책임을 전가한다고 한다.  그래서 다시 나에게 찾아왔다고.  


엄청 화가 났었다.  아마도 그 의사는 돈을 좀 쉽게 벌어볼 생각이었을 것이라 추측했던 것 같다. 찾아가서 내 고향말로 "다 때리 빳뿌고, 엉덩이를 주 차 피까.." 생각도 했는데..  참고 또 참고 해서..  다시 모든 에너지를 다 동원해 3년 전의 상태도 다시 복귀를 시켜 놓았다.  그런데 얼마나 오랫동안 건강하게 쓸지는 장담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이 이야기가 어쩌다 Doreen의 부모 귀에 들어간 것이다.  정부 보조금 받아 겨우 살아가는 처지였지만 장문의 감사편지와 함께 꽃바구니를 보내왔다. 


  




Doreen의 이야기가 이렇게 끝났으면 참 좋겠는데..  




우리의 생활이 언제나 동화 같지는 않지 않는가..  우리가 Doreen의 정기검진도 책임을 지기로 하고 몇 년에 걸쳐 계속 Care을 했는데, 장애가 심해져 치아 관리는 거의 불가능해지고 말았다.  결국은 하나씩 다 부러지고 깨지고.. 하나도 남지 않았다. 그 부러진 이빨 하나씩 발치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취주사를 맞지 않으려는 Dorren을 나를 포함 모든 스태프들이 온갖 아양을 다 떨면서 환심을 샀다.  어떤 때는 무섭게, 또 어떤 때는 사정사정해가며 하나씩 발치해 갔었다.  


하나하나 공들인 이빨들이어서 내 마음이 무척이나 상했지만.. 그래도 시작한 것, 끝까지 가야지.. 하는 마음이었다. 원래 치아는 다 없어졌지만 틀리까지 가야 했다.  그것도 쉬운 작업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끝을 보았다. 


사회복지사에게 말을 들으니 거의 사용을 하지 않는다고.  



우.. 이.. 씨...  


그래도 어쩌랴..   Doreen의 노부모한테 꽃까지 받아버렸는데. 



지금도 스태프들이랑 가끔 Doreen을 떠올린다..  그때 이렇게, 저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결국 그 시간이 다시 온다고 해도 똑 같이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누구를 도와준다는 것이, 그 원하는 결과가 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이 아닐까..   아직도 난 그것이 답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정답이 아니라고 한다 해도 틀린 답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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