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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기업의 30대·여성 임원 배치

현실과 실무자의 자리

by DataSop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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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기업의 30대·여성 임원 배치


현실과 실무자의 자리, 그리고 우리가 마주하는 질문


한국 기업의 회의실 풍경을 떠올려보면 참 묘합니다.

실제 프로젝트를 굴리고 고객의 데이터를 읽고, 제품의 방향을 설계하는 사람들은 30대 실무자—그중에서도 여성 비율이 높습니다.

하지만 결재 라인을 따라 위로 올라가면, 갑자기 세상이 흑백이 됩니다. 나이와 성별이 특정 방향으로만 수렴하죠.


데이터로 보면 그 간극은 더 명확합니다.

국내 상장사에서 여성 직원은 30% 가까이 되지만, 임원은 아직 8%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30대 임원은 더 드물고, 그마저도 대부분 ‘오너 일가’나 상징적 사례에 가깝습니다.

한국의 유리천장 지수는 10년 넘게 OECD 최하위권이었고, 최근에 한 계단 올랐지만 여전히 뒤에서 두 번째입니다.


문제의 본질은 “역량”이 아니라 “문턱”입니다.

한국 기업은 아직도 나이와 연차를 직급과 연결해 놓은 구조에 갇혀 있고, 여성 인력은 여전히 HR·PR 등 지원부서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매출과 손익을 직접 책임지는 핵심 조직에는 좀처럼 진입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출산·육아는 여전히 여성 커리어에 ‘개인적 선택’이 아니라 ‘조직적 불이익’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변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여성 임원 비중은 지난 6년간 두 배 가까이 늘었고, 80년대생 여성 임원도 서서히 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흐름을 하나의 ‘전환점’이라고 부를 만큼의 속도는 아닙니다.

아직은 균열이 난 정도죠.


현장에서 느껴지는 건 더 복잡합니다.

실제 가설을 세우고 데이터를 돌리고 고객을 움직이는 건 30대 여성 실무자인데,

최종 책임과 보상은 여전히 다른 층위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구조 속에서 많은 실무자들이 ‘보이지 않는 임원’처럼 일합니다.

책임은 이미 지고 있지만 권한과 자리는 올라오지 않는 상태.

그 괴리감은 종종 소진감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나 투자자의 관점에서 보면, 이 문제는 단순히 ‘공정성’이 아니라 ‘밸류에이션’의 문제에도 닿아 있습니다.

글로벌 리서치들은 다양성이 높은 회사가 더 높은 수익성과 혁신력을 보여준다고 반복해서 이야기합니다.

즉, 한국 기업은 지금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자산—젊은 여성 인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해 스스로 디스카운트된 상태로 남아 있는 셈입니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모입니다.


“한국 기업은 지금의 인재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로

앞으로의 경쟁을 버틸 수 있을까?”


AI, 디지털 전환, 글로벌 시장 변화의 속도는 이미 임계점을 넘었습니다.

이제 더 늦추면, 단순한 ‘문화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생존의 문제로 직결될 것입니다.


변화는 거창할 필요도 없습니다.

임원 다변화의 목표를 공개하고, P&L을 젊은 리더에게 열고,

육아·경력단절을 개인의 부담으로 떠넘기지 않는 조직이 조금씩 늘어나기만 해도

한국 기업의 경쟁력은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도약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미 조직 안에서 미래의 리더로 충분한 역량을 갖춘 30대 여성 실무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을 끌어올리지 않는 건, 기업이 가진 자산을 스스로 저평가하는 일입니다.


한국 기업이 진짜 바꿔야 할 건 사람의 ‘부족함’이 아니라

사람을 바라보는 관성인지도 모릅니다.


이 변화가 조금 더 빠르게 오기를 바라며,

오늘도 현장에서 묵묵히 시스템을 움직이고 있는 모든 실무자들에게 작은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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