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ristine Jun 20. 2023

줄자로 확인하는 태아, 다음주 출산인데 초음파 안봐요?

미국 산부인과 진료 경험기


 임신 16주부터, 31주까지는 한국에서 지냈다. 미국에서 나 혼자 출산하고 (남편은 있지만, 일이 있으니) 대부분 혼자 육아를 하기 전에, 가장 안정적인 기간동안 한국에서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가고 싶었다.그래서 임신 중기는 한국에서 산부인과를 다녔고, 갈 때마다 아기가 내 뱃속에서 얼마나 컸는지, 손가락, 발가락은 10개씩 다 보이는지, 장기들은 다 잘 크고 있는지를 체크하기 위해 초음파 진료를 보았다.


 초음파로 제이슨(구,튼튼이)을 만날 때마다, 혹시라도 태동이 이상하게 느껴지거나, 살짝 무리해서 몸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마다 ‘혹시 아기가 잘못된 건 없을까’ 하던 걱정을 접어둘 수 있었다. 쿵쾅쿵쾅 크게 뛰고 있던 심장소리도, 초음파 화면상에서 꼬물꼬물 움직이던 제이슨의 모습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임산부에게 안정감을 주었다. 무엇보다도 초음파 속의 아가는 정말 정말 정말 귀여웠다.


 그. 런 . 데 !!!

미국에 도착해서, 32주였나.. 33주에.. 3rd cemester 진료를 봤을 때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how are you doing~” 하며 진료실로 들어온 의사선생님의 손에 있던 것은 ‘도플러’와 ‘줄자’였다..

 

 먼저 내 컨디션에 대한 진료를 마친 후, ‘OK, let’s hear baby’s heartbeat!” 가져온 도플러로 제이슨의 심장소리를 체크했다.


“적당히 빠른 박동이네, 이상없이 잘 크고 있는 것 같아! 자 그럼 이제 아기가 얼마나 컸나볼까?”


줄자를 꺼내 내 배 치수를 잴 때만 해도, 설마 이게 끝이겠어 싶었지만 설마가 진실이었다. 내 배크기를 확인하고 “everything is fine” 이라는 그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혹시 울트라 사운드 안보냐고 묻는 나의 질문에, “응. 심장소리랑 너 배 크기 다 정상이야. 굳이 울트라사운드 체크 안해도 될 것 같아” 여기 선진국 맞나?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왜 이 4차 산업혁명 시기에 나는 내 배크기로만 아가의 성장을 확인하고 있는가 싶었다. 귀여운 우리 아가의 모습을 보고싶은데 왜 안보여주는 지 야속했다.


 한달 후에 36주 진료도 똑같았다. 심장소리 듣고 - 배둘레 재고 - 에브리띵 굳!

 2주 후에 38주 진료도 똑같았다. 심장소리 듣고 - 배둘레 재고 - 에브리띵 굳!

아 그래도 38주 진료 때는 뭐 좀 다른게 있었다. 이제 정말 애기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니.. 이런저런 준비를 하라는 팁 정도.. 가 추가 되었을 뿐


출산 전 마지막 진료였던 39주 진료. 설마 이제 아기를 자연분만으로 낳을 수 있을지 머리 크기가 넘 큰건 아닐지 (?) 내 자궁 상태는 괜찮은지 초음파를 통해 마지막 점검을 해주겠지 라는 일말의 기대를 가졌다.


나의 손톱만한 기대 역시였다. 의사는 또 다시 “줄자와 도플러”만을 가져왔다.


“배 크기, 심장소리 모두 normal! 이야, 혹시 내진하길 원하니? 하면 아기가 금방 나올 수도 있으니 오늘 집에 가서 부턴 조심해야해!”


 그렇게 미국와서 third semester 이자 막달포함 임신 후기 기간 내내 초음파 한번을 보지 못한 채로 + 39주 이틀차에 겨우 내진만 한번 해보고 출산 전 마지막 체크업을 끝냈다.


 나와 아기, 다 아무 이상없이 만날 수 있는 거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남편이 뭘 한다구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