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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예은 Apr 16. 2020

코로나19 시대, 내가 살아가는 법

프롤로그

아침에 눈을 뜨면 세수를 한 뒤, 거실 식탁에 놓인 노트북을 켜고 일을 시작합니다. 프리랜서가 아닌, 요코하마 중심가에 사무실이 있는 회사원이지만, 지난 3월부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재택근무가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도쿄로 출퇴근하던 남편도 4월부터 서재에서 근무하는 중입니다. 생각해보면 결혼 이후 남편과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나 싶습니다.


쉬는 날에는 여행이나 쇼핑 대신, 집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넷플릭스를 봅니다. 유일한 외출은 식료품을 사러 가는 김에 즐기는 공원 산책. 다행히 집 주변에 공원이 세 군데나 있어 숨통을 틔워줍니다. 둘 다 출퇴근용 지하철 정기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마지막으로 개찰구를 통과한 날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네요.


신요코하마에키마에공원(좌)과 기시네공원(우) @fromlyen


그렇게 저와 남편은 요코하마에서 단 둘이, 코로나 19 감염을 피해 숨죽이며 살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계신 한국에 갈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영상통화로나마 그리움과 걱정을 달래곤 합니다. 한국과 미국, 홍콩, 싱가포르 등 여러 나라에 흩어져 사는 친구들과도 SNS를 통해 안부를 묻는 게 다입니다.


고작 바이러스 하나 때문에 전 세계가 엉망이 된 상황에 좌절감을 느끼면서도, 어쨌든 안전한 집에서 일하며 꼬박꼬박 월급이 들어오고 있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물론, 여행 업계에서 일하는 저는 언제 실직자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지만요.


그래서 요즘은 코로나19 감염 예방은 물론,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서 하루 두 끼(아침은 먹지 않습니다)를 집에서 간단히 차려먹습니다. 원래 음식에 돈을 아끼지 않는 부부인지라 재택근무 초기에는 배달음식을 즐겨 찾았지만, 남는 건 줄어드는 통장 잔고와 늘어나는 뱃살밖에 없더군요.


요리를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가뜩이나 단조로운 하루하루를 차별화하는 건 음식뿐이다 보니, 집밥을 만들어 먹는 일상을 기록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패담은 실패담대로, 또 드물겠지만 성공담은 성공담대로요. 이번 시리즈는 그런 시시콜콜한 요리 에세이입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백신과 치료제가 나타나 삶이 제 자리를 찾고, 이 적막하고 갑갑한 일상조차 추억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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