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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예은 Apr 23. 2020

식탁 위 나만의 정원, 콥샐러드

세 번째 요리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인간 활동이 줄자 자연이 제 모습을 찾아간다는 기사가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 인간의 전유물이었던 도심에 야생 동물이 출몰하고, 인도 북부에서는 30년 만에 히말라야 산맥이 모습을 드러냈으며, 당장 우리나라에서도 미세먼지가 상당히 감소했다지요.


그런 기사를 볼 때마다 부끄러움이 밀려옵니다. 물론, '인간 활동'이라는 것도 더 나은 삶을 꾸리기 위한 몸부림이니 무작정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사태가 진정되고 나면, 불필요한 낭비로 자연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겠습니다. 자연은 인간이 사라져도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인간은 자연 없이 살 수 없으니까요.


아무리 고층 건물이 빼곡한 잿빛 도시에 산다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땅과 바다에서 나는 식재료는 육체의 양분이 되고, 나아가 싱그러운 햇살과 바람, 그리고 풀내음은 우리의 정서를 풍요롭게 합니다.


코로나19 사태 탓에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집에서 온종일 지내다 보니, 알게 모르게 우울감이 쌓이더군요. 맨션(일본식 공동주택)촌에 사는지라 아침 한 때를 제외하면 햇빛도 잘 들지 않고, 창문을 열어도 건물뿐인 데다가, 공사장과 층간소음도 수시로 귓가를 괴롭힙니다. 그럴 때는, 마스크로 무장한 채 집 근처 공원으로 탈출하는 수밖에요.


운이 좋게도, 저희 집 주변에는 공원이 몇 군데 있습니다. 가벼운 산책을 즐기려면, 울창한 숲과 한적한 연못이 반기는 기시네공원(岸根公園) 이 적당하고, 1만보쯤 걸으려면 닛산 스타디움이 있는 신요코하마공원(新横浜公園)이 딱입니다.

기시네공원(좌)와 신요코하마공원(우)에서 촬영한 사진


하지만 비가 와서 이마저도 쉽지 않은 날엔, 휴대폰을 통해 가상의 정원을 가꾸기도 합니다. 꿈의 정원(GardenScapes)이라는, 뒤늦게 시작한 게임인데 꽃이나 나무, 벤치 등을 골라가며 정원을 꾸미는 일이 은근히 재미있더라고요. 현실 세계에서 베란다에 텃밭이라도 가꿔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선인장도 말려 죽여본 저이기에 재빨리 포기했습니다.


꽃과 풀, 그리고 다양한 과일 이미지로 이루어진 게임을 한창 즐기다 보니, 어쩐지 샐러드가 먹고 싶어 졌습니다. 재택근무로 에너지 소모는 줄었는데 식사량은 오히려 더 늘었기에, 몸을 가볍게 할 필요성을 느끼던 차였거든요. 샐러드는 레시피 적기 민망할 정도로 간단한 음식이지만, 빵과 수프를 곁들이면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습니다.


저는 모든 재료를 비슷한 크기로 잘라 포크로 꼬치처럼 꿰어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콥샐러드처럼요. 참고로 콥샐러드는 1937년, 미국 할리우드의 브라운 더비 레스토랑(Brown Derby Restaurant)에서 근무하던 로버트 하워드 콥(Robert Howard Cobb) 셰프가 개발한 샐러드로, 냉장고에 남은 자투리 재료를 잘게 썰어 먹던 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드레싱은 간편하게 시판 드레싱을 사용합니다. 큐피에서 나오는 '아보카도 콥샐러드 드레싱'과 '참깨 드레싱'은 항상 냉장고에 비치되어 있습니다. 재료는 푸른 채소와 달걀, 아보카도만 있어도 충분하지만, 콥 셰프처럼 냉장고에 남은 고기나 해산물, 채소를 탈탈 털어 넣어 풍성하게 즐기는 편을 선호합니다.


푸릇푸릇한 베이스에 알록달록한 토핑을 하나둘 올리다 보면, 정원을 가꾸듯 기분이 좋아집니다. 게다가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니, 지금보다 건강한 모습으로 사무실로 복귀할 날을 기다리며, 자주 만들어 먹어야겠습니다.

재료(2인분): 삼겹살을 싸 먹고 남은 상추 한 줌, 부대찌개에 넣고 남은 스팸 약간, 달걀 2개, 조리된 닭가슴살 1팩, 아보카도 1개, 냉동 칵테일 새우 7~8마리, 방울토마토 3~4알, 양파 1/4개  

1. 상추는 한입 크기로 썰고, 양파는 채선 후 찬물에 30분 이상 담가 매운맛을 뺀다.  

2. 달걀은 완숙으로 삶고(찬물에서 시작해 약 15분간), 칵테일 새우는 흐르는 물에 씻으며 한번 해동한 뒤 끓는 물에 데친다.

3. 스팸은 살짝 구운 뒤 큐브 모양으로 썬다.

4. 삶은 달걀, 닭가슴살, 아보카도, 방울토마토도 한입 크기로 썬다.

5. 모든 토핑을 접시에 담은 뒤 드레싱을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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