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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상수 Dec 23. 2023

장마

오랜 가뭄 끝에

찾아온 불청객이

때 아닌 흙탕물 되어

맑은 계곡을 훑고 지나간다


온통 제 세상인냥

눈에 보이는 건 모두

발 아래 눌러 버리고

거침 없이 내닫는다


아무 것도 남지 않은 계곡

누구 하나 나서지 않고

누런 황토물 뒤집어 쓴 채

하염 없이 떠내려간다


때마침

한 줄기 햇살이

구름 사이로 고개를 내밀어

장마에 찌든 구겨진 세상에

작은 등불 하나 밝힌다


철 지난 장마가

따가운 햇발에 밀려

아스라히 언덕 너머로 사라지면

따사로운 햇살이

우리를 환하게 밝히리라




세상이 참으로 엉망이 되어 간다. 

온갖 오물을 뒤집어 쓴 괴물이 가면을 쓰고 사람들을 속인다.

언제쯤 이 장마가 끝이 나려나.

기약 없는 소망을 담아 강물에 띄운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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