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낡은 벽이
견고하게 버티고 있다
숱한 벌레들이 드나들고
검은곰팡이 냄새가
사방으로 퍼져도
흉물스런 벽은 여전히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다
언젠가 한때
짤막한 추억처럼
단단한 장벽에 금이 가고
오래 묵은 이끼들이
잠시 벗겨지더니
어느새 다시 돋아난
붉은 독버섯들이
활개를 치며 퍼져 나간다
아득히 먼 짐승의 시대
칼날의 회오리로 생겨난
거대한 검은 울타리가
푸른 강물을 가로막고
가녀린 치어들이
끝없는 벼랑에 몰려
가쁜 숨을 헐떡이며
아우성치던 오래된 기억이
아직도 파편처럼
우리 가슴을 후비는데
노을이 지고 해가 저물어
캄캄한 장벽이 대지를 삼키면
게걸스런 살쾡이들이
때를 만난 듯 몰려다닌다
그러나 이제 곧
붉은 태양이 솟아
얼어붙은 대지를 녹이듯
답답하고 그늘진 장벽에도
밝은 햇살이 스며들어
하나 둘 균열이 생기고
기생하던 독버섯들이
흔적 없이 사라지면
머지않아 벽은 허물어지리라
선량한 시민들에게 패악질을 일삼는 적폐들의 썩은 뿌리는 너무 단단하다.
오랜 세월 동안 군림해 오던 부패한 패거리들의 마지막 발악인 양 호들갑스럽다.
44년 전에 빼앗겼던 우리의 봄을 되찾을 날이 곧 다가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