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리 와서 앉아봐. 그래 너.

첫 화부터 지각이지만 도망치지 않는다.

by poppy

심리상담에 쓰는 돈은 왜 그렇게 아까운 걸까?


나는 눈에 보이는 생체기에는 정말 취약하다.

조금만 베이거나 상처가 나도 소름이 돋고, 현기증이 난다.


그런데 안 보이는 건 정말 무딘 것 같다.

예를 들면 슬프거나, 화가 나는 것들.

감정. 심리에 관련된 것들 말이다.


화가 나야 되는 상황에도

제대로 화를 내지 못하경우가 종종 있다.

내 감정이 너무 낯설게 느껴진다.


그렇게 모른 척하고 꽁꽁 감춰놓고 있었던 것들이

곪아 터져서 진물 이 흘러나와도 모르고 산다.


그러다가 어느 날 툭-.

배터리가 갑자기 0%로 급 방전되고 만다.



사회 초년생 몇 년은 병든 닭처럼 골골대면서 살았다.


세상의 모든 인간이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떻게 세상에 마음에 드는 사람이 한 명도 없을까?"

"이거 세상이 뭔가 잘못된 거 아니야?"

라면서 의문 투성이 인생을 살았다.


그러다가 발상의 전환을 해봤다.

의외로 간단하게 답이 나왔다.


'아. 나는 그냥 내가 마음에 안 드는 걸 수도 있겠다.'


이거 참.

원인이 나라고 그걸 제거해 버릴 수도 없고.

난감하기만 했다.





심리상담을 받고 싶었지만 비용이 무서워서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심리상담센터를 찾아갔다.

(국가에서 하는 사업은 은근히 알짜베기가 많다. 국고로 사업하는 거라 허투루 쓰지 않는다.)



[전 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

이름 참.

누가 지어주셨는지.

너무 길다. 아무리 외워도 입에 붙지가 않는다.


아무튼 긴 이름만큼 긴 장점이 있다.

10%~20% 본인 부담금만 지불하면 8회 차의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는 국가 지원사업이다.


본인의 심리상태에 따라서 1,2급으로 나뉜다.

나는 1급(높은)이었고, 작년에 8회.(+다른 청년 지원상담 8회) 올해 8회(아직 받는 중)를 받았다.

( N 년 전부터 심리상담 지원사업에 계속 지원을 했다. 라떼에는 아예 무상 상담도 있었다. [21년~22년도 기준] 세금 낸 거 알차게 다 돌려받고 있다. 도합 50회가 넘는다.... 혹시나 말하지만 국가에서 하는 것이라 종교나 비정상적인 상담은 일절 아니다.)




작년에도 병든 닭 시즌이 돌아와서 상담을 신청했다.

심리상담 선생님 덕분에 고비를 무사히 잘 넘겼다.


이런 좋은 사업을 모르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 혹시.. 나만을 위한 건가??)


재차 말하지만 사이비나 이상한 거 아니다.

구글, 네이버에 잘 찾아보시길.


지원방법은 찾아보면 자세하게 나올 거라

나는 심리상담을 굳이 왜 받아야 하는지/ 심리상담과정/ 이후 변화 등을 중심으로 작성할 예정이다.





상담을 시작하게 된 이유_ 나는 지금의 내가 싫다.


나는 지금의 내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걸 인정하기까지가 꽤 오래 걸렸다.


'현재 내 모습을 사랑해야 된다.'

'모든 것이 다 잘될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긍정확언, 자기 암시를 해야 된다. '등등

일부 매체에서는 인생의 꿀팁을 알려줬다.

물론 좋은 말이다.


그런데 나는 그걸 굳이. 내가 듣고 싶은 대로만 들어서

마음에 들지도 않는 내 모습을 사랑한다며

가스라이팅을 시작했다. (무식하게 일단 써먹는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자아가 충돌하기 시작했고

더 나아가 분열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이렇게.


"나는 나를 사랑한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고?"

.

.

.

"이렇게 마음에 안 드는 나를 왜 사랑해야 되는 거야?

도대체 어디가 예뻐서 마음에 들어 해 줘야 되는 거냐고."

라면서 불만쟁이 내가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의 모든 게 잘될 것이라고 생각() 했다.


(행동 따위는 하지도 않고)

"이렇게 생각(만)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좋은 기회가 올 거야. "

라면서 버티고 있었다.


자멸하고 있는 중인 줄도 모르고.






나를 이 세상에서 어떻게 지구밖으로 던져버릴까..

진지하게 고민을 했었다.

정확히는 '죽음'이라는 것보다

세상에 나라는 '흔적'을 모두 지워버리고 싶었달까.

정말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가서 살고 싶었다.



근데 이미 나는 삶의 증인이 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엮여있어서 창피하게 도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어차피 시간 지나면 다 한 번씩 거칠 죽음이니.


그저 이 삶이 끝날 때까지 잘 버티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세상을 전부 내 입맛대로 변화시킬 수 없다면.

지구를 폭파시켜 버리는 것보다, 나를 개조하는 게 더 현실적이고 빠르다.


실제로 그렇게 할 힘도 마음도 없었기 때문에

괜히 다 터지고, 폭발하고, 복수하는 영화를 보면서

희열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풀었다.


그런데 내가 도파민 중독자라 그런지 너무 많이 보니까 인간미를 잃는 것 같아서 끊었다. 그런 얕은 술수보다는 정확한 해결책이 필요했다.



나와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했는데

그런데 어떻게 할지 방법을 몰랐다.



이런 와중에도 심리상담을 받기에는

조금 과한 투자인 것 같고.

돈과 시간이 아까웠다면

나는 나를 진짜 사랑하지 않았던 걸까.





주제파악_ 영원히 네발로 기어 다니지 않을 거지만, 일단 엎드리기.


예전에 참여했던 모임에서 한 대표님께서

하신 말이 가끔씩 생각난다.


"운동을 하다 보면 왜 처음에 딱 덤벨 2kg짜리

들면서 배울 때 있잖아요?

그때가 제일 재밌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뭐랄까.

왠지 그 설레는 맛이 안 나서 아쉬워요. "


그 말인즉슨 처음 무언가를 했을 때 받는 감동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줄어들고

익숙해져 버리는 게 너무 아쉽다는 것이다.


자식은 갓 태어난 아기 때가 제일 예쁘듯이

연애초반이 가장 설레고 가슴 두근거리듯이


처음을 잊어버리지 못하고 관성처럼 계속 그곳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가 있다.

누구나 편한 게 익숙하고, 아픈지 않은 게 좋다.




우리도 누구나 네 발로 길 때가 있었다.

그때는 두 다리가 안정적이지 않아서 반드시

앞(손) 발이 필요했다.


자세는 짜치지만 인정해야 한다.

현재 장착한 아이템이 기어가는 게 전부라는 걸.


그래도 두 발로 걸을 때보다 안정적이고 균형적이고

혹시라도 넘어져도 큰 타격이 없다.

그렇게 앞으로 가는 걸 연습하는 거다.


정신적인 부분도 비슷하다.

가족, 부모님, 연인, 지인, 동료...

내가 아닌 다른 타인에게 정신적인 구출을 받을 때가 있다.

너무 반복적, 지속적이면 당연히 관계에 균열이 가겠지만

몇 번의 관심과 이해로 인해

더 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지금 네발로라도 길수 있다면.

언젠가 두 발로 설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는 거니까.


나는 누구라도 매달릴 사람이 간절히 필요했다.

절실하게.




아프면 성장하고 있다. 나는 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성장일 수도 있고, 진짜 제대로 때려 맞아서

찢어진 곳에서 피 철철 나고 있을 수도 있다.

의외로 그걸 본인 스스로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내가 아픈지 잘 모른다.)



우리는 본인의 얼굴을

거울, 유리 같은 반사되는 곳에서만볼 수 있다.


내 몸 전체 중 얼굴 부분은 아무리 눈을 굴려봐도

직접 눈으로 볼 수가 없다.


내면 중에 일부도 타인의 눈을 통해서 비춰볼 때

더 정확하게 볼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인들에게 현재의 힘듦을 토로할 수 있다.

가끔 그렇게 서로 아픔을 공유하고 이전보다

더 깊은 관계가 되기도 한다. (어쩔 때는 꼭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도 심리에 전문적으로 교육과정을

거치지 않은 사람이다.

더군다나 객관적으로 문제를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리고 부정적인 감정은 전염된다.


타인 중에서도 명확하게 + 객관적으로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람을 찾아 나섰다.


그렇게 심리상담을 시작했다.

이전에 실제 내 돈을 내고 상담을 받아본 것은 생에 1번.

(ADHD 진단 때문에 간 곳이어서 정확한 상담이라 하기도 어렵다.)


나한테 하는 투자가 어려울 수 있다.

눈에 안 보여서 더 안 와닿을 수 있다.

그러면 어느 정도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해줄 수 있는 걸 찾으면 된다.


그게 나는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심리상담이었다.


덕분에 이렇게 멀쩡히 살아서 브런치에 글 쓰고 있다면

나름 효과가 괜찮은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너무 감사해서 절하고 싶을 정도지만, 각자 느끼는 게 다를 수 있으니 찬양하는 글은 자제하겠다.)





이렇게 다 커버린 나이에도

(이제 성장이 아니라 노화가 시작되었다.)

아직도 두 발로 걸어갈 완벽한 준비가 안된

본인의 모습에 실망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이게 나인데.

지금은 네발로 걸어도.

이건 두 발로 달려가기 위한 발돋움이라고 생각한다.

정신승리라고 해도 좋다.


어쨌든 내가 가고 싶은 길로만 갈 수 있다면.

데굴데굴 굴러서 갈 준비가 되어있다.

(그게 더 빠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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