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눈에 보여야 때릴 수 있는 법.

활개를 치고 다니는 불안을 '시각화'한다.

by poppy



이 행복도 언젠가 사라질 거라는 불안한 걱정.

그렇기 때문에 크게 좋아할 필요 없다는 무기력한 감정.


매번 등뒤에서 나를 조종하고 , 무언가에게 통제당하는 느낌이 싫었다.

그중에서도 불안은 잠을 자는 걸 방해하기도 하고, 먹는 것, 숨 쉬는 것까지 통제하려 했다.

나는 이 감정과 마주 보고 정면승부를 보고 싶었다.


근데 사실 '불안'을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유령같은 불안.




제대로 싸우려면 우선 불안을 시각화해야 했다.

눈에 보이면 때릴 수라도 있으니.

(진심으로 이 새끼한테 화가 나있는 상태였다.)

왜 잠을 자던 사람을 화들짝 깨게 만들고(깨고 나면 다시 잠드는 건 정말 쉽지 않다.)

안 먹던 자극적인 음식을 찾게 만들고(자극은 더 강한 자극을 찾게 한다.)

전체적인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거냐고 멱살 잡고 따져 물어보고 싶었다.



일단 시각화하기 위해서 노트나 메모장, 돌아다니는 종이에 적어봐도 좋다.

단어도 좋고, 문장도 좋다. 본인만의 기호여도 상관없다.

일단 토해내듯 적어보는 게 필요하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기도 하고 나는 내 기억력을 잘 못 믿는다. 감정에 치우쳐서 왜곡하여 저장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항상 사건의 발단부터 힌트가 있었다.

내가 관심이 없었을 뿐.)




계속 불안한 이유.

내 경우는 크게 3가지로 구분이 되어 있었다.




회사업무

올해 들어 업무량이 2배 쿠폰 쓴 것처럼 장마 이후에 불어난 계곡물처럼 대폭 증가함에 따라 내가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실수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이 괴롭힌다.


미래/꿈

언젠가 회사를 나와서 내 사업을 할 때가 너무 막막하다.

회사에서 주는 월급이 안정적이니 최선을 다해서 붙어있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내가 잘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불안, 이미 나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가 많다는 불안이 괴롭힌다.

대인관계

타인과의 관계에는 항상 끝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열심히 신뢰를 쌓아도 언젠가 이 관계가 없어질 것이라는 걱정이 괴롭힌다. 떠나가버리면 어쩌지? 알면 알수록 별거 아닌 모습에 흥미가 떨어져 버리면 어쩌지?라는 불안.



카테고리를 나눴으니 이제 가지치기를 하면서 작은 조각들을 자잘하게 깨부수기 시작한다.









회사업무 시각화


mbti를 진짜 못 외우는 사람이다.

오히려 친구가 내 mbti를 더 잘 안다. 큰 관심도 없고 아직도 뭐가 뭔지 구별이 안된다.

그래도 몇 년에 걸쳐서 외운 (몇 개 안 되는) 아는 것 중에 하나가 P / J의 차이.

P는 즉흥적이고, J는 계획적인 거. (대충 이런 거 같다.)


분명 그 검사에서도 나는 P로 나왔었다.

창피하지만 외우지도 못하면서 심리상담센터에서 정식 설문지로 검사를 했었다. 2번이나.


아무튼.

업무를 하면서 강제 J화가 돼버린 건지. 나는 엑셀로 정리하는 게 그렇게 좋다.

깔끔하게 정리된 일정을 보면 소화가 잘되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변수가 발생한 거다.

올해 들어서 업무가 많아졌으니 당연히 엑셀표도 두배로 늘어났고, 시각적인 것도 배가 되어서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처참한 지경에 이르렀다.

현직 업무는 디자이너이지만, 해외공장핸들링, 현지 담당들과 미팅, 품질검수, 바이어미팅, 견적발송, 통관, 납품, 입금확인 등등 등등 등..... 대기업과는 달리 할 수 있는(해야 하는) 업무가 많아서 진짜 행복하고 가끔 토할 것 같다.


이전 방식으로는 더 이상 커버가 되지 않는 상황.

그래도 어떻게든 이 악물고 버티겠다며 불안과 싸우면서 엑셀을 붙잡고 난리를 쳤는데..

안정이 안되었다. 시각화가 안 돼서 매일 꿈에 업무가 나왔다.

(내가 정리한 표가 셀이 너무 많아서 지저분하고 눈에 안 들어옴. 그래서 표를 활용도 못함.)

매번 자다가 문득 "아. 맞다. 그거 확인했나?" "아. 이거 어제까지 확인했어야 했는데."

업무 때문에 화들짝 놀라서 깨는 일이 최근 들어 종종 발생하면서 그나마 나름 자부했던 온화한 (업무용) 인성이 개박살 나버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내 발등에 불 떨어지니 남이 눈에 들어오지가 않았다.

회사에서 다른 사람들 타자소리도 듣기 싫었다.

최악이었다.





우연히 수다 떨다가 발견한 시각화 방법


업무성향이 비슷한 지인과 이야기를 하다가 본인은 '노션'이라는 걸 사용한다고 했다.

예전에 주변 몇몇에게 물었지만 부정적인 답변들이 돌아와서 배울 마음을 바로 접었었다.

"이거 너무 어려워.." "나는 불편하던데."라는 대답 두 개만 가지고

'아 무쓸모인 거네. 배우려고 했으면 시간 아까울 뻔했다.'라고 생각했다.

잘 사용하는 사람에게 물었어야 했었던 거였는데 질문을 하는 대상 자체가 잘못된 거였다.

지인은 흔쾌히 가르쳐 주겠다고 말했고 당장 주말에 시간을 내서 급속 강의를 들었다.


그런데 웬걸. 정말 내가 그토록 원하던 신세계가 여기 있었다.

금쪽이 같은 불안들을 잠재워 줄 무기였던 거다.

고작 2시간 동안 배우고(정말 잘 가르쳐주셨다.) 혼자 복습 30분 정도 하니 웬만한 표와 일정정리를 다해버렸다. 그동안 나는 계란으로 바위를 계속 쳐가며 옆에 있는 지름길은 보지도 않았던 거다.


불안을 시각화하는 법이 생각보다 내 옆에 있었다.

이건 내가 찾은 방법일 뿐 이 영역에서 중요한 것은 불안과 싸우기 위해서는 "기존 방식만 고집하지 말고 새로운 곳으로 방향을 틀어야 할 때"일 수도 있다는 것.




미래/꿈 시각화


현재 내 삶의 큰 비중을 '심리, 운동, 건강' 이런 키워드가 차지한다.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의외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우울이나 번아웃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아토피나 피부 질환도 질리도록 겪었다.

이것도 심리와 관련된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이 되어 면역체계가 떨어지는 병이니 다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아예 이걸 훗날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직업을 만들어버리기로 했다.


다만 우울한 사람들 힘든 사람들은 내 최종 고객이 아니다. 목표로 가는 중간 과정일 뿐.

우울을 딛고 성장, 발전, 계획하는 사람들 즉 미래를 가꾸는 사람들이 내 목표다.

그렇게 해야 내 고객도 나도 같이 행복할 수 있다.

우울한 사람만이 타깃이라면 나는 우울한 사람만 찾아야 되는 거니까.


현재가 바닥이어도 혹은 지하 60층이어도 상관없다.

본인의 위치에서 벗어날 마음이 있고 달라지고 싶은 욕구가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내 고객을 내가 정하고 싶다.

그런 욕심 있는 사람들과 같이 할 재미있는 일들을 구상 중이다.


하지만 이것도 말은 쉽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회사에서는 주기적으로 전시와 팝업을 가지만 그건 내 관심사와 다른 것도 있고, 시간에 제약도 있으니 한계가 있다.


혼자만으로는 앞으로 더 나아갈 방향을 못 찾는 거다.

"내가 좋아해서 뭐 어쩌라고"

"그게 상품화가 돼도 안 팔리면 끝 아닌가"



이런 막막한 생각이 불안을 스멀스멀 올라오게 한다.

겪어보지 않아서 직접 체험해보지 않아서 마냥 무섭고 피하고 싶은 거다.


이럴 때 그 불안을 시각화해버려야 한다.

무조건 눈에 보이는 상대로 만들어서 때려야 된다.


*내가 들어가고 싶은 시장 고객 분석하기.

*벤치마킹할 브랜드( 실제 산업 전선에 뛰고 있는 브랜드들 참고하기) 찾기.

*현장에서의 작업자들 분위기 파악하기.

*미래의 협력사 명함 받아오기.


전시를 필수로 다녀야 되지만 막상 그날이 되면 정말 가기 귀찮다.

그럴 때는 지인과의 약속이 생겼을 때 일부러 전시회를 같이 가자고 제안한다.

일주일 전부터 약속을 잡아두고 못을 박아뒀다.

막상 갈 날이 되니까 어찌나 또 가기 싫던지.. 심지어 비까지 왔다.

약속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결국 나갔다.




업무를 할 때 틀에 박힌 사고를 하게 될 때가 있다.

어떤 재료를 썼고/ 국내 생산이고/ 제품 단가가 얼마며/ 마진은 얼마가 들어가 있고/ 인건비는 대충 이 정도/제품 단가는 어떻고 등등 가격적인 측면, 제품의 퀄리티만 따지기 바쁘다.

그런데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람이랑 같이 가면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다.


실제 고객의 눈에서는 내가 제조자의 입장에서 집요하게 분석하는 곳이 아니라, 전체적인 느낌이나 그 브랜드가 가지는 이미지를 볼 때가 더 많다. 이런 부분도 같이 간 사람의 의견 를 통해서 새롭게 얻게 된 사실이다.



오브제 자체 의미가 있는 건데 무게감이 너무 가볍거나 독특한 무늬는 오히려 구매욕구가 반감이 된다는 거.

구매자들은 그 자체 상징성, 의미를 중요시하지 엄청 디테일한 것은 차이를 못 느끼는 것.


이번 전시는 불교와 관련된 전시라 나이 어느 정도 있으시거나 불교 관련 종사자들만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2030 젊은 세대가 거의 전체 비중에 70 %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젊은 사람들이 꽤 많아서 놀랐다.


판매자들도 연령대가 젊은 층이 많아서 올해의 유행컬러, 파스텔톤 계열의 예쁜 굿즈로 제품을 많이 선보였다.
눈으로 보고 사람들을 만나니까 불안이 진짜 소화제를 먹은 듯이 내려갔다.

이제 내가 해야 할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역시 나는 "집은 잠자고 쉬는 곳, 그 외의 생산적인 것은 밖으로 나와서" 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대인관계의 근본이해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 이유.

최종보스는 '나'를 알아가는 것이다.

타인은 언젠가 사라지지만 나는 내가 죽을 때까지 내 곁을 지킨다.


삶은 본인 스스로를 연구하고 배우는 시간인 거다.

그 과정에서 타인이 사용되는 것뿐.


중요한 건 나와 결이 맞는 타인을 찾기.

그리고 그, 혹은 그들과 과 보낸 시간에서 발견한 "나의 취향, 색깔을 기록하는 것"이다.

분명 기쁜 상황이다.

행복하게 현재의 즐거움을 만끽하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전하게 그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불안하다.



감정도 동일하게 생애주기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소중함'이 있는 것이다.


우리가 영원히 살게 된다면.

그래서 죽음이 없어진다면?

과연 삶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감정도 똑같은 거다.


사람이 떠나갈까 봐, 나를 배신할까 봐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하는 건 마치 밥을 먹으면서 이 음식들이 내 몸을 거쳐서 배설될까 봐 너무 두려워서 눈앞에 있는 맛있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못 먹는 것과 같다. (비유가 좀 더럽지만 이것보다 좋은 게 도저히 생각이 안 난다.)


가족/친구/연인/그 이외의 모든 사람들도 다 시절인연처럼 만남을 거쳐서 지나가고 사라지고, 잊힌다.

물론 애정도에 따른 감정의 크기차이는 있겠지만 대상이 누구라도 이 과정은 동일하다.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일단 눈앞에 차려진 음식을 마음껏 음미하는 것.

맛보고 그 맛에 대해 이야기하고, 감탄하고, 그곳에서 본인만의 고유한 취향을 찾고, 레시피를 기록하며 현재의 요리를 최선을 다해 즐기는 것. (좋은 것만 적기보단, 어떨 때 기분이 좋지 않고, 어떤 걸 좋아하지 않는지를 아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




전시를 같이 간 지인은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나와 굉장히 비슷했다.

이 세 가지를 전부 똑같이 사용하는 사람을 아직 본 적이 없는데 꽤 반가웠다.


1. 언어를 배우면서 스트레스 풀기

2. 운동을 하면서 스트레스 풀기

3. 우울할 때 그냥 걷기, 아니면 잠자기


솔직히 이 방법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몇 번 말했었지만 그럴 때마다 재미없는 사람 취급받고, 이상하게 보길래 아예 말을 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항상 평균치를 이야기했다. 그건 내 답이 아님에도 대중들이 원하는 답변이었다. 그러면서 점점 나조차도 약간 부끄럽게 생각했었다.


말하기 전에 상대가 웃으면 어쩌지.. 고민 먼저 하고 결국 말하지 않는 때가 많았다.


그러다가 이렇게 결이 맞는 사람이랑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 색깔이 더 뚜렷해지는 느낌이었다. 공통점이 많다는 건 그 사람에게서 일정 부분 내가 보인다는 뜻이다.(절대 전부가 똑같은 게 아니다.)



틀리거나, 이상한 게 아니구나.

재미없는 게 아니구나.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구나.



타인과의 소통으로부터 그 안에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공감과 긍정을 받으니 오히려 자아가 명확해지고, 확고해졌다.



그러다가 정말 다른 부분을 발견하기도 해서 더 재미있었다.

특히 이런 부분을 기록 혹은 기억해야 한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 본인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그 이후는 별다른 파악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어, 이 사람 갑자기 왜 이렇게 다르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분명 공통점이 많은 사람이었는데, 분명 잘 맞는 사람이었는데 변했네라고 쉽게 결단 내 버린다.


우선 공통점이 많다는 건 그 안에 내 모습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면을 깊게 바라봐야 한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달라졌다고 느끼는 부분은 사실 원래부터 달랐던 부분이다.

그저 내가 보는 시각이 바뀌어서 변한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기록해두지 않아서 망각한 것일 뿐.


사소한 것이라도 그게 나비효과가 되어 태풍처럼 나를 강타할 수 있다.

이것 때문에 '사람이 변한다.'라는 불안이 생긴다.




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심('축' 또는 '핵')을 지키는 것은 내가 되어야 한다. 그 밖의 것들은 나를 중심으로 공전하는 작은 행성일 뿐이다.


눈에 보이게 기록하고, 소통하고, 불안을 시각화할 것.





생각보다 '불안'은 작고 하찮을지도.


불안이 주최한 그림자놀이에 놀아나지 않도록.

더 이상 등을 보이고 숨으면 안 된다.


등을 내어주는 것은 목숨을 맡기는 거랑 다름이 없다.


이제는 두 눈으로 똑똑히 마주 봐야 한다.

소중한 나를 갉아먹게 둘 수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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