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퇴근시간.
건널목 길 건너편 119와 경찰차가 서있고
어둡고 무거운 형체의 누군가가
119에 다급하게 실리고 있는 것 같은데
마치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보게 된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전후 맥락을 알 수 없는 사고 현장을 마주한 나는
어둡고 늦은 저녁 시간이라
어떤 상황인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하나같이 119쪽으로 시선이 쏠려있는 모습을 보며,
깜빡이가 켜진 채로
건널목 한가운데 비스듬히 서있는
소나타 차량을 보며
분명 심상치 않은 어떤 큰 사고가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건널목 코너를 도는데
있는 힘껏 길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장난감처럼,
산산조각이 난 배달 오토바이가 보였고
이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누군가의 아들이거나,
아빠이거나, 남편일지도 모르는
그 누군가가 배달을 가다
큰 사고를 당했나보다.. 싶은 마음에..
내가 조금 더 일찍 퇴근을 했더라면
사고 당사자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심과
그 당사자가 내가 아니어서 천만다행이라는
불편한 안도감 사이에서
生과 死의 거리가
신호등 건널목 거리만큼도 안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먹먹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