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일기
오늘 출근길은 늦었다.
예준이가 감기와 이앓이로 밤새 뒤척이고 우는 바람에 잠을 잘 못잤더니, 아침에 조금 늦잠을 자 버렸다.
일어나서 부랴부랴 출근 준비하고 등원 준비하고 예준이 양말을 신기는데, 또 마음이 짠해진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밖은 아직 어둑어둑한 밤 같은데, 고3 수험생도 아니고 이 아침에 잠도 덜 깬 상태에서 어린이집 가는 아기라니.
짠해지지 않기로 수없이 마음을 먹었지만 이럴 때 문득문득 울컥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그래도 방긋방긋 웃으며, 고개 숙여 인사도 하며 즐겁게 등원하는 예준이를 보니, 엄마보다 낫다 싶었다.
이런 마음으로 아이까지 맡기고 출근하는건데 후회없이 더 열심히 일하다 와야지.
출근길 지하철은 늘 만원이다.
오늘도 꽉 찬 지하철에 보통때 같았음 하나 그냥 보내고 다음 차를 탔겠지만,
시간이 절박해서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발을 일단 밀고 뒤로 돌아 몸을 밀면서 넣으니 사람들의 짜증 섞인 탄식이 들려온다.
'미안합니다...'
핸드폰 꺼낼 공간도 없이 꽉꽉 밀려서 타고 가는데 옆에 어떤 여성분이 전화를 받는다.
"네, 죄송합니다. 10분 정도 늦을 것 같습니다. 아이 때문은 아니구요, 오늘은 제가 좀 일이 있었습니다. 네 죄송합니다
하며 한숨을 포옥 내쉬며 전화를 끊는다.
머리도 미처 못 말리고 화장도 베이스만 바른 듯한 그녀는 필시 워킹맘이겠지.
분명 아이 등원 시키랴 준비하랴 바쁘다가 늦었을텐데, "아이 때문이 아닙니다"라는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그래. 아이가 무슨 잘못인가.
내가 좀 더 일찍 일어나서 부지런히 움직였더라면 좀 더 여유있게 출근할 수 있었을테고, 그러면 이렇게 마음이 부산스럽지 않았을텐데.
아이 잘못이 아닌데 내 마음엔 나도 모르게 늘 '예준이 등원때문에 정신없는 아침' 이라는 공식이 자리잡혀 있었다.
덜 말린 머리를 손으로 대충 말리며 남편에게 오늘도 예준이 때문에 나 지각할뻔했어-라는 볼멘 메세지를 날리려던 때에 들려온 그 여자분의 말은,
아침부터 졸린데도 투정도 안부리고 밝은 모습으로 등원해 준 예준이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게 만들었다.
아이 때문이 아니다.
내가 좀 더 부지런해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