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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브리나 May 15. 2018

일하는 아내를 둔 남편에 대해서

워킹맘 일기


어제는 하원도우미를 해주시는 돌봄 선생님이 갑자기 몸이 안좋아서 쉬시는 바람에 또 급히 퇴근을 했다. 일찍 간 김에, 그동안 계속 신경쓰이던 예준이 가래를 제대로 살피러 큰 병원엘 갔다.  동네 소아과에선 계속 괜찮다고만 하셨는데,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폐 주변에 가래가 있다고 기관지염이 좀 있으니 각별히 감기 주의하고 물을 많이 마시게 하라는 진단을 받았다. 


미리미리 좀 데리고 갈걸.


괜히 그동안 애 고생만 시킨것 같아서 또 속이 상했다. 택시를 타고 편도 30분을 이동하는 동안, 기사님이 애가 있는지도 몰랐다며 조용하게 있어준 우리 예준이. 이렇게나 참 순둥이인데 아파도 유별나게 굴지도 않은 아이를 생각하니 또 자꾸 눈물이 맺힌다. 엄마가 좀 더 예민하게 살필게.

튼튼하고 건강한 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우리 아가도 돌 지나면서 아플 수 있는 아기였고 티를 많이 안내서 그렇지 그동안 밥도 잘 안먹고 그랬던게 아프다는 신호였는데 잘 몰라줘서 미안해.





끝나지 않는 집안일에 어제는 남편이 좀 지쳐보였다.

그동안 예준이 재우고 나와보면 남편이 빨래도 돌리고 설겆이랑 주방 정리도 하고 이것저것 집안일을 많이 했는데, 남편이라고 하루종일 일하고 와서 왜 피곤하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나보고 자꾸 쉬라고 하며 다 감당하려고 했는데, 어제는 빨래를 개면서 좀 힘들다고 했다.


그런데도 나는, 그 말이 귀담아 들리지도 않고 그저 졸려 죽겠는데 해야 할 일들은 보여서 나도 모르게 이것저것 챙기는 남편에게 짜증을 냈다. 세상에 이런 남편이 또 어딨을까 한두번 감동하는 게 아니면서도, 내가 피곤하고 힘들때는 내가 우선이 되는 나의 이기적인 모습에 미안하고 속상하다.


나는 일주일에 한두번 가사 도우미라도 쓰는 게 어떨까 생각했는데, 남편은 그냥 우리가 조금만 더 하면 되는데 그렇게까지 지출이 발생하면 안된다는거다.

남편 말도 맞는 말이고, 현실은 지치고, 보약이라도 같이 지어먹을까.

집에서 깔끔하게 살림을 하며 아이 예쁘고 건강하게 키우고, 남편이 퇴근할 무렵엔 따뜻하고 영양가 높은 저녁을 지어놓고 기다리고. 

이런 생활은 왜 우리 남편이라고 꿈꾸지 않겠는가.

저녁에 밥도 없고 냉장고에도 먹을게 없고 집에 오면 해야할 집안일만 산더미고, 애랑 놀아주랴 집안일하랴 여유가 하나도 없지만 또 그거 다하고나면 본인 회사 일도 마저 해야하고, 그러고 정리하고 자면 새벽 1시가 넘고, 피곤은 계속 누적되고.

그에 비해 오히려 나는 퇴근하고 오면 예준이 재우는 역할이라는 이유로 그대로 쭉 숙면을 취하는 일이 많지 않은가.


아내가 맞벌이를 하면서 내가 고생해야하는만큼 남편도 결코 편한 게 아닌데도 한번도 이런 것들로 남편은 불만을 표시하지도 않고, 내 수고에 대해 늘 고마움을 표시한다. 

내가 일을 그만두게 되면 경제적인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분명히 나중에 후회할거라고. 자신의 일과 커리어를 육아와 집안일때문에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나역시 가정의 경제적인 문제를 남편에게 모두 일임하고 싶지는 않은터라 지금처럼 지내왔지만, 어제는 남편에게도 예준이에게도 좀 미안했다.

내가 더 잘하겠다는 말은 자신도 없고 너무 공수표 같아서 이제 더는 남발하지 않겠지만, 더 이해하고 더 보듬어주고 서로 격려하며 그렇게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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