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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브리나 Apr 11. 2019

엄마 각자의 몫에 대하여



                                                                    

예서는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지 열흘이 넘었고, 이젠 점심까지 먹고 오는 수준에 이르렀다.
무리없이 적응도 잘하고 또래 친구들과 다양한 놀이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오고 있다. 늘 사서 하는 걱정은 이렇게 괜한 걱정으로 끝이 난다. 


예준이도 어린이집에서 예서를 잘 챙겨주고 있고, 이런 환절기에도 둘 다 특별히 아픈 곳 없이 잘 다녀주고 있다. 나는 여전히 바쁘고 여유가 더욱 없어졌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별 문제없이 어린이집에 잘 다녀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일이다.     



그동안 여러가지 생각들이 많아서 한동안 “워킹맘”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일기를 적는게 쉽지 않았다. 

어떤 분이 그러셨다. 
하루종일 살림하고 애만 보는게 일하러 다니는것보다 더 힘들지 않겠냐고. 친정 어머니께서 그렇게 돌까지 봐주시면 본인도 애 둘은 낳겠다고.
처음에는 내가 어떤지, 어떤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런 소리를 하나 서운한 마음도 있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어쩌면 내가 쓴 글들이, 누군가에게는 별 힘들지도 않아 보이는데 앓는 소리는 대단하게 하는걸로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건 차치하더라도 객관적으로 생각해봐도, 어쩌면 난 할만해서 이렇게 하면서 너무 내 스스로를 힘들고 여유없는 안타까운 삶으로 생각하고 있는건 아닌가 싶었다.
할만하니까 하는거고, 해야하니까 하는거다. 나보다 힘들고 바쁘게 사는 전업맘들도 셀 수 없을거고, 매일 야근에 장기 출장까지 겹친, 그래서 아이들을 어디에 어떻게 맡겨야하는지 매일 마음 동동거리며 힘들게 사는 워킹맘들도 셀 수 없이 많을거다. 그거 다 알지만 그래도 나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나정도면 그래도 열심히 사는 부류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런데 직장 상황도, 친정 부모님의 도움도, 남편의 적극적인 공동 육아 살림도, 그렇게 터울이 되어주니 할 수 있는 것이었지 결코 나혼자 아둥바둥하며 사는 게 아니었다 싶은 생각도 들고, 과연 내 삶은 객관적으로 얼마나 할만하고 얼마나 힘든 것인지 생각해보느라 지난 몇 일은 머릿 속에 생각이 많았다.                                                  




하지만 그렇게 협공이 있다고 해서 내가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렇게 도와준다고 내 개인 시간이 많이 생겨서 여유가 많아지는 것도 아닌게 사실이다.



밤에 두 아이를 끼고 자면서 중간중간 뒤척이고 깨서 우는 둘째를 달래느라 숙면을 못 취하는것도 달라지지 않고, 아침에 아이 둘 씻기고 밥 먹이고 등원준비하고 옷 입혀서 시간 맞춰 나가야하는 일도 내 일이다. 그리고는 뛰다시피 회사에 도착해서는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하고 밀린 일들을 하루종일 처리해야하는 것도 줄어들지 않는다. 
남편 직장이 멀어서 무조건 내가 아이들을 픽업하지 않으면 안되니 마무리도 제대로 못하고 부랴부랴 퇴근해서 애들 데려오고, 목욕시키고, 저녁 먹이고 해야하는 일도 내 일이다. 영화는 물론이고 TV 드라마나 예능도 멀어진지 오래다.                                                   



다 이렇게 사는거다, 엄마들이라면. 

누가 더 힘들고 누가 더 쉽지않다. 각자의 자리에서 이렇게 다 치열하게 살고 있는거다. 그러니 나도, 내가 더 열심히 살고 있는거라고 교만할 필요도, 나는 다른 엄마들만큼 열심히 못 사는거라고 자책할 필요도 없다.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그저, 
회사 업무에 별 사건 사고가 안 생기기를, 
아이들 어디 아프지 않기를(별표 백만개!)
어린이집에서 누구 해치거나 당하지 않기를,
둥글둥글 별 일없이 일상이 잘 돌아가기만 기도하며 하루하루 살아내는 게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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