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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브리나 Jul 13. 2016

10개월, 먹고 또 먹고

뱃고래 커지면 어떻할래? vs 잘 먹는 게 좋은거다



오전 일곱시



지난 밤에 예준이가 성장통인지 잠을 푹 못자고 간헐적으로 자지러지게 울었다.

눈을 분명히 꼭 감고 있는걸 확인하고 쥐도새도 모르게 일어서는데도, 자리를 뜨면 귀신같이 알고 또 울고 또 울고.


아이 침대는 좁아서 나도 아이도 편하게 자지 못해서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었다.

그런데도 내 손과 가슴을 어루만지며 잠드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이거 보통 마음이 짠한게 아니라서 자리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그렇게 잠을 설쳤다.


그랬더니 아침에 이렇게 피곤할 수가 없다.

잠을 잘 못자면 그렇게 살이 쑥쑥 빠진다던데, 그런 혜택은 하나도 없고 그냥 피곤한 곰이 몇마리 어깨에 계속 올라가있는 느낌만 요새 계속 받고 있다.


그래도,

친정엄마가 아니었다면 바쁜 아침에 출근 준비는 물론이고 어린이집 채비까지 하느라 정신 없었을텐데 그래도 내 몸 하나 준비하면 되니 너무 편하고 감사했다.



땀보이라 아침부터 땀을 엄청 흘리길래 고무줄로 머리를 묶어놨더니 시원한지 가만히 있다.



출근 준비를 끝내고 엄마 다녀올께 하며 인사하려고 가니 수박쥬스를 먹느라 정신이 없다.

평소 같으면 현관까지 엉금엉금 찰팍찰팍 기어왔을텐데 눈길만 한번 삐죽 주더니 주스에만 집중.

"너 그거 먹고 나와서 엄마 없으면 어쩔래"했지만,

생각해보니 내가 출근한 후에도 마구 엄마를 찾는 일 없이 늘 잘 놀았다고하니, 오늘이라고 뭐 다르겠어.

안심이면서도 섭섭하면서도 뭐 그런 복잡한 기분.


오늘 하루도 덥고 긴긴 하루가 될텐데, 친정엄마는 이 하루를 말도 못하고 필요만 채워줘야하는 이 아이랑 어떻게 보낼까.

나는 회사에서 정신없이 일하다보면 하루가 쓱 지나가버리지만, 하루종일 집에서 육아하고 집안일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닌데.

아무 내색없이 늘 씩씩하게 감당해주는 친정엄마가 참말로 고맙다.

엄마가 되어서도 이렇게, 여전히, 엄마 없이는 살 수 없는 걸보니 엄마의 존재는 그동안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크다.




오후 두시




폭풍같은 오전 업무를 끝내고 이제서야 한숨 돌린다.

예준이는 잘 놀고 있나 궁금해하고 있는데, 마침 친정엄마에게서 예준이 떡뻥이 어딨냐는 문자가 온다.


간식 시간이구만.



오늘도 땀을 뻘뻘 흘리며 하체누드로 러닝홈 삼매경



아침에 반봉지 남은 걸 두고 온게 기억나서 위치를 알려줬더니 그거 없다고.

조금 있다가 연락이 와서는,

빈봉지가 예준이 러닝홈에서 발견되었단다.

아침에 하나 손에 쥐어주고 거실 선반 위에 뒀었는데, 그걸 갖고가서 혼자 먹었나보다.

이젠 그런 시기가 됐나. 정말 놀랍다.


약간 쫄보 기미가 있어서 섣불리 뭘 막 만지고 집고 그런건 잘 안하는데, 먹는 건 어떻게 이렇게 알고 기척도 없이 다 먹어버리다니.

그나저나 떡뻥 한봉지를 다 먹었다고하니 걱정스럽다. 그러면서 그걸 모르는 친정엄마가 주는 과일이며 이유식이며 분유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 받아 먹었겠지.


어제도 자는 모습 보니 배가 남산만해졌던데, 혹시 뭘 또 먹은건지 갑자기 무서워진다.

오늘은 집에가서 좀 더 세심하게 살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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