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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Mar 13. 2021

내가 책을 낼 수 있을까?

출산, 아니 출간을 마음먹다

'책을 낸다' 마음은 엉뚱한 순간에 찾아왔다. 책을 읽다가 가끔 "에이, 이건 나도 쓰겠다!"라며 외칠 . 평생 읽을  있는 책은 한계가 있다. 삶에 확보된 시간의 제한으로 독서를 향한 자세는  숭고하다. 읽던 책이 최소한의 기대조차 철저하게 망치면 무심코 나오던 말이다. 나의 말과 행동은 견원지간이라 진짜로 책을 내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학창 시절 숙제와 대학교 리포트, 회사 보고서 말고는  글자도 스스로  생각을 하지 않았다.  글이 하나도 없으니 당연히 나올 책은 없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는 멀지 않다. 철없는 어른이 순수한 아이를 만나면서 난생처음 순간순간이 아쉬워졌다. 그대로 흘려보내기 아까운 시간을 기록했다. 곁에서 자라는 새로운 생명을 지켜보며, 또 함께 살아가는 나를 돌아보며 썼다. 유일하게 가진 쓸모 있는 특성, '꾸준함' 덕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꼬박꼬박. 글인지 아닌지도 모른 채 보고 느끼는 것을 마음과 버무려 글자에 담았다. 적어가는 시간이 쌓이면서 더 많이 자주 쓰게 되었다. 쓰지 않는 날이 점점 줄더니 나중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일어나자마자 쓰고 있었다. 담아 넣는 범위도 다양해지고 넓어졌다. 떠오른 생각, 꺼내지 못했던 속 마음, 잡아두고 싶은 기분을 마음대로 남겼다. 어느덧 하얀 바탕을 검은 글자로 채워가는 고요한 새벽을 사랑하기에 이르렀다.


쓰면서 보내던    어느  알쏭달쏭한 메일을 하나 받았다. <선생님께 출판을 제안드립니다.> 한창 쏟아지던 '블로그 판매하세요, 우리 마케팅 업체는 다릅니다, *그라 판매(아직 멀었거든?)' 아니었다. 글에 빠져 한창 꾸려가던 블로그를 꼼꼼히  모양이었다. 지금 쓰고 있는 주제로 책을   있다고 알려줬다. 무슨 상황인지 몰라 어리벙벙했다.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이  흔치 않은 출간 제의인  몰랐다. 고민 끝에 거절했다. 이유는 아직 준비가  돼서. 써온 내용도  사람의 자질도 모두 자격 미달이라고 판단했다. 지금 생각하면 제정신이 아니다. 그냥   해볼  그랬다.  벌이기 싫어하는  이해하지만 안타까운 결정이다. 마치 아직 준비가  돼서 사랑할  없다는 핑계나 다름없었다. 준비를  해놓고 하는  같은  없다. 일을 시작하면서 준비도 함께 해나가는 삶의 이치를 그땐 알지 못했다.


다시는 오지 않을 소중한 기회가 날아간 줄도 모르고 계속 쓰며 지냈다. 우연히 글을 사랑하는 사람이 모이는 브런치를 만났다. 눈이 크게 떠지면서 매일 들르며 살다시피 하고 있다. 새로운 곳에서  번도   없던 신기한 광경을 목격했다.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과 책을 내는 사람이 많았다. 처음에는 그들의 간절한 마음을 짐작할  없었다. 나와는 바라는  다르니 이해는 어려운 일이었다. 작년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탈락에도  감흥은 없었다. 남이 정해준 길은  따라가는 편이라 하나의 주제를 책의 형태로 만들어본  전부다. 워낙 꿈이라곤 없는 내게  과정이 어떤 자극이나 도전을 유발하진 못했다. 누가 시키는 대로 따르는  익숙해서 그다음 채찍질이나 가이드가 없으면 멈추는  몸에 배어있어서. 혼자 세우는 목표도, 이루고 싶은 것도 없이 여태 살아왔다. 지금만 바라보며 만족스럽게 사는 천성 덕분인지 바라는  놓쳐서 받는 스트레스 없이 지낸다. 일부러 번거로운 상황을 만들기 싫어하는 사람이 나다.


최근 마음이 복잡했다. 또다시 책을 읽다가 "에이, 이건 나도 쓰겠다!"라고 쉽사리 뱉었다. 어쩐지 이번엔 좀 달랐다. '말만 하지 말고 정말 해볼까?' 입만 살아있는 사람을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데 스스로 말만 하기 선수로 남을까 봐 민망해졌다. 어느새 책에 대한 마음가짐도 달라져 있었다. 내 이름이 박힌 겉표지가 아른거렸다. 맹모삼천지교처럼 책을 바라고 만드는 사람 곁에서 조금씩 물들어 간 모양이었다. 생각이 널을 뛰더니 문득 책을 내보면 좋겠다고 결론이 났다. 자신만 설득이 끝나면 적절한 이유를 찾아 실행에 옮기는 건 문제가 아니다. 그럴듯하고 합당한 근거는 줄줄 나왔다. 혼자 써대는 내 글이 다른 이에게 통할지, 더 나아가 팔릴 만할지 궁금해졌다. 글에 담은 내 생각이 세상에 퍼질 만한 것인지 호기심이 일어났다. 남에게 읽히고자 쓰는 글의 더 큰 가능성을 알고 싶어졌다. 나답지 않게 도전을 상상했다.


책을 내는 '출간' '출산' 비유하는 표현을 많이 보아왔다.  글자  글자 힘들게 낳듯 썼기 때문일 테다. 어렵게 나은 책이  아이처럼 누가 뭐라 해도 소중하고 예쁘게 보일  분명하니. 아이도 책도 직접 나아  적이 없으니 더듬대며 느낌을 짐작할 따름이다. 책을 내보자는 결심은 출산의 고통을 가늠하며 앞서 나갔다. 아무나 맛볼  없고 힘겨운 과정을 통과한 자에게만 주어지는 고통. 원하는 고통을 받지 못하는 새로운 고통을 겪을 수도 있다. 새삼스러운 출간 도전이 과연 출산의 고통으로 이어질  있을까. 여태 주어진 일만 하며 단조롭게 살아오다가 그마저도 견디지 못해 내려놓고 쉬고 있는 요즘이다. 출간 제안을 거부했던 그때처럼 무언가에 홀린  별일을 벌이고 있다.


변화와 도전을 죽도록 싫어하는 사람이라 고민이 많았다. 마음이 결정되고도  달은 넘게 머뭇거렸다. 출간을 위한 투고를 할까 말까, 책을  내야만 하나. 내면 무엇이 달라지나,  내면 아쉬운  있나. 내버려 두면 멈추지 않을 이유를 늘어놓는 속내를 훤히 알고 있다. 혹시  될까  미리 물러서려는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 해야 하나 망설여지면 일단 해보고 정신을 차리는  맞다. 나는 내가 어떻게 해야 시작할  있는지 제일  안다. 하여 오도 가도   없는 상황을 만들기로 했다. 도전의 역사를 공개해서 남기기로 정했다.  때까지 하게끔 스스로 옥죄기로. 계획이 세워지고 출발만 하면 누가 말려도 끝까지 완주하는 나를 믿기에.


결과가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부터 기록해 나간다. 이야기를 생각보다 오랫동안 해야 할지도 모른다. 어느  기적처럼 순식간에 끝나길 바라보지만, 기대에 비례한 실망의 크기를 모르는 바가 아니니  참고 조절해본다. 리얼 실제 상황이다. 결정된  아무것도 없다. 오늘 바로 지금  순간까지도 쓸까 말까 자신과 엎치락뒷치락하다 왔다. 결국 빠짐없이 품고 있는 모든  남겨놓고 싶은 마음이 이겼다. 그게  글이니까.  글에는 그것 말고는 담을  없으니. 참고로 친절하고 상세한 정보는 기대 말기를, 느낌을 남기기도 벅차니까. 누군가 흥미진진하게 읽어가며 때로는 위로를, 어쩌면 축하를 해줄  있으면 좋겠다. 이제 도전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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