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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Mar 20. 2021

출판사를 만나는 곳 100미터 전

출판사 선정 및 투고

떠오르는 곳이   곳도 없었다. 그동안 책만 읽었지, 출판사 이름엔 눈길을  적이 없었다. 그나마 머릿속에 남은  학창 시절 교과서와 문제집 출판사뿐이었다. 교학사, 지학사, 동아, 천재. 아무리 그래도 여긴 아닌  같았다. 심각했다. 맞는 출판사를  만나야 한다던데 아는 곳이 없으니 장님과 같았다. 퍼뜩 취준생 시절이 떠올랐다. 급한 마음에 채용 공고가 뜨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원서를 넣었다. 지푸라기 하나라도 손에 걸리길 바라는 심정으로. 귀한  출간을 위한 출판사는 그렇게 고르고 싶지 않았다.   있는 모든 정성을 다하고 싶었다.


여기저기서 주워 들어보니 국내에 출판사는 2천여 , 혹은  이상이라고 했다. 이번에도 취업할 때가 생각났다. 회사가 그렇게 많다더니 내가 들어갈 곳은  숨어있었다. 결국  때까지 지원하느라 수십 곳에 도전했었다. 책을 내려는 시도는 도대체 얼마나 걸리려나 싶어 불안했다. 출판사를 선정하려고 들여다  소감은 ‘많다'였다. 정말 많이 많았다. 그동안 이렇게 많은  모르고   있었나 싶은 정도로 많았다. 돈이 오고 가는 판이라면 격동을 피할  없듯이 출판 시장도 다르지 않았다. 뜨고 지는 해가 있었으며, 전통의 강자와 자신만의 길을 가는 자가 있었다. 초보 작가 지망생에겐 새로운 세계를 알아가는 시간과 품이 알맞게 필요했다. 어디 가면 '원고 투고용 출판사 리스트'  주고   있다고 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내가  글을 보내며 인연을 맺고자 하는 곳을 직접 알아보지도 않고 쉽게 날로 먹고 싶지 않았다. 날로 먹으려 하면 날려 먹기 쉽다는  살아온 경험으로 충분히 알고 있었다.


서점에투고할 원고에 맞는 영역의 책을 둘러보출판사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이 있었다. 한국에 없으니 깔끔하게 포기할 수 있 차라리 편했다. 얻을  있는 정보의 출처는 인터넷만 남았다. 먼저 온라인 서점에서 관련 분야 책을 펴낸 출판사 이름부터 추렸다. 현재 가지고 있는 책의 출판사도 넣고, 추천받은 출판사도 넣었다. 모은 출판사를 엑셀에 늘어놓고 빈칸을 채워 나갔다. 주로 어느 분야 책을 펴내는지, 주요 작가가 누군지, 최근  책이 무엇이고 언제인지, 홍보 채널 운영은 어떻게 하는지 . 홈페이지와 운영 SNS 둘러보면서 어울리는 출판사 찾아갔다.  세상이 연결된 시대라서  출판사를 찾다 보면 관련 출판사 둘이 튀어나왔다. 어느새 출판사 리스트는 처음의  배가 넘어 있었다.


출판사의 성격을 파악하면서 투고할 곳과 하지 않을 곳을 정했다. 대략 반반으로 나뉘었다. 제외한 곳은 출간 영역과 색깔이  글과 달랐다. 시와 수필 전문, 경제경영 전문처럼 빼야  빼고 투고하기로 했다. 가끔 출판사의 생각과 방향이 마음에 들어서 영역이 애매하지만 포함하기도 했다. 반대쪽에서도 나를 보며 매력을 느끼지 않을까 기대해보며. 혹시 모를 기적의 인연을 바라면서.


간단하게 썼지만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이  필요했다. 원고 쓰는 기간보다  길었다고 살짝 부풀리면 감이 오려나. 나처럼 출판계에 대한 개념과 지식이 전혀 없던 사람은 더욱 그럴 것이다. 어렵지만 직접 정보를 모아 보면 어느 순간 머릿속에 윤곽이 잡힌다. 품을 들인 만큼 더욱 명확하게. 모두  번쯤 살면서 경험하는 순간처럼. 감을 잡는다는  그냥 날로 먹을  없다.


목표가 정해졌다. 준비된 원고와 출간 기획서를 보낼 차례다.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고 나니 휑하게 비어있는 제목과 본문이 보였다. 글 뭉치를 담아 보내려는 봉투 하얗게 남겨진 빈칸이 강하게 압박했다. 어쩐지 이곳에서 승부가 나고  거라고 직감했다. 대충 '투고했으니  살펴봐 주시오~'라고 던지면 바로 휴지통으로 직행할  뻔했다. 회사에서 중요한 업무 요청 이메일을 여러  고쳐가며 썼을 때를 기억했다. 결국엔  이야기지만 적절하게 긴장을 조절하며 끝까지 읽고 싶게끔 만들어야 하는 섬세한 작업을 상기시켰다. 심호흡한  원고 투고 이메일로 돌아와서 집중했다. 목적은 구애였지만 연애편지가 아니라서 다짜고짜 사랑한다고 하긴 머쓱했다. 제목에 목적을 정확히 담았다. 본문에서는 여러  마음이 오갔다. 처음엔 원고와 출간 기획서를 요약하려다 말았다. 짧고 임팩트 있게  자신이 없었으며 괜히 늘어지긴 싫었다. 고민 끝에 책을 내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 원고를 읽을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었다. 통하면 읽어줄 거라고 믿으며.


이제 발송 버튼을 누를 순간이다. 누군가는 보내는 시간을 월요일 오전 출근 시간에 맞춰서 예약 발송하라고 했다. 또 어떤 기사를 보니 월요일 오전에 쏟아지는 투고로 힘들어하는 출판사 사정도 보였다. 이럴 땐 마음대로 하는 거다. 어차피 내게 자유로운 시간은 정해져 있다. 새벽 아니면 아들이 학교에 있을 때. 꾸밈 가득하고 억지스러운 예약 발송 따윈 제치고 가능할 때 실시간으로 보냈다. 그런 방법은 없지만, 괜히 클릭 한 번 한 번에 정성을 담으려 애썼다.


보내기 전부터 떨리고 보내는 중에는 더 떨린다. 보내고 나서는 안절부절 제정신이 아니다. ‘이건 취업과 똑같은 거야. 10승 100승 다 필요 없고 1승만 하면 되는 거야!’ 혼자 주문을 되뇌며 곧 무너질 멘탈을 미리부터 붙잡아보려 갖은 몸부림을 쳤다. 얼마 되지 않아 조용하던 핸드폰으로 이메일 알림이 울렸다. 어디선가 답장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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