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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Jul 08. 2021

밉상 조별 과제 잔혹사 빌런

시작부터 잘못됐어. 걔한테 악감정 있어!

같은 말을 해도 밉상인 사람이 있다. 진짜 마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 귀에 들리고 내 눈에 보이는 표정이 그렇다. 나한텐 그게 전부다. 평생 안 보고 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어쩔 수 없이 삶의 동선이 계속 겹치는 인연이 있다. 어디선가 나에 대해 보고 듣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난다. 절대 좋은 일이 있을 때 좋은 말을 하려고 등장하지 않는다. 그럴 때는 세상에서 사라진 것처럼 흔적도 없이 숨는다. 한 방 먹이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아서 궁금해하다가도 어쨌든 안 보이는 게 낫다 싶어서 곧잘 잊는다. 한데 내게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하면 원래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존재한다. 그리고는 가장 최악의 타이밍을 노리고 노려서 결정적인 말을 뱉어낸다.




시작부터 잘못됐어


오랫동안 기대하고 바라던 일이 결국 무산되었다. 영혼까지 탈탈 털린 상태라 수많은 위로도 소용이 없다. 더 이상 무너져 내릴 수 없는 절망의 순간, 거짓말처럼 딱 그가 등장해서 내뱉는다.


You started off on the wrong foot.


처음부터 발을 잘못 디뎠다는 말이다. 이 순간 이보다 더 얄미운 최악의 표현이 있을까?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 그때 알았으면 그때 이야기를 해주든지 이제 와서 뭔 똥 같은 소리일까? 이 상황에도 자신의 식견과 헤아림을 뽐내고 싶은 걸까?




잘난 체하지 !


이런 그의 태도를 참을 수가 없다. 세상을 다 안다는 식의 말투와 표정을 견딜 수 없다. 뭐 그리 잘났다고 다른 이를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는 걸까? 자신만이 높은 곳에 있다는 듯한 자세를 고쳐줘야겠다.


Get off your high horses!


높은 말에서 내리라는 뜻이다. 말을 타던 옛날에 지위가 높은 사람이 더 큰 말을 타고 다닌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괜히 거만하게 굴지 말라는 말이다. 자기만 고상하고 뛰어나다고 여기는 그의 말과 행동에 일침을 가했다.




  취소해!


그가 조금 움찔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고분고분 듣는 태도가 아니어서 당황했다. 그럼에도 아직 이렇다 할 대꾸가 없다. 사과든 변명이든 해야 하는 데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한다. 그 꼴도 보기 싫어서 외친다.


Take that back!


도로 다시 가져가라는 뜻으로 방금 뱉은 말을 취소하라는 말이다. 처음부터 그럴 줄 알았다고 지껄여댄 거지 같은 말 다시 담아서 가라고. 너라는 사람을 내게서 통째로 가져가서 다시는 데려오지 말라고. 정말 머리부터 발끝까지, 옷부터 영혼까지 모두 모두 싫다.




근본 없는 영어 3가지 정리


You started off on the wrong foot.


Get off your high horses!


Take that back!






혼자서 해야 하는 일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아무리 하기 싫어도 시작만 하면 어떻게든 진행할 수 있다. 나 스스로만 설득이 되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질질 끌고 가서라도 끝장을 보면 된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같이 해야 하는 일이라면? 보통 일이 아니다. 무언가를 함께 한다는 것은 사실상 기적에 가깝다. 서로 전혀 다른 사람들이 머리와 마음을 맞대고 풀어나가는 것. 조별,  팀플, 그룹 과제를 경험해 보았다면 얼마나 신경 쓸 게 많은지 알 수 있다. 과제에만 집중하기 어렵다. 사람이 모이면 그 사람들끼리의 관계가 분명히 영향을 끼친다. 심지어 사이가 나빠진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런 세상에서 제일 피하고 싶은 상황에 처한 친구를 만났다.




처리해야 


분명히 급한 팀 프로젝트가 있다고 했던 녀석인데 바빠 보이질 않는다. 마감기간이 거의 다 되어 가지만 아직 제출 전이다. 할 생각이 없어 보여서 걱정되는 마음으로 한 마디 던진다.


You should get on top of it.


그것 위에 올라가야 하다는 말로서, 그것을 파악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 말을 듣자마자 표정이 급 흑색으로 변한다. 뭔가 일이 있는 모양이다. 혹시 같이 하는 팀원이랑 문제가?




악감정이 있어


역시나 엄청난 일이 있었다. 같이 하는 팀원이 유명한 조별 과제 빌런이란다. 온갖 핑계를 만들어대면서 미루고 빠져나갈 생각만 한단다. 그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분노가 차오르는 친구가 말했다.


I have beef with him.


여기서 beef는 '불만'의 뜻을 가진다. 쌓이고 쌓인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꼴도 보기 싫어진 거다. 그래서 이렇게 손 놓고 있게 된 것이다. 아이고... 나라도 그럴 만하겠다. 어딜 가도 이런 인간들이 남아있구나.




정신  차리겠어


세상에서 들어볼 수 있는 모든 핑계를 댄다고 한다. 집안사람들 생일, 제삿날 늘어놓기는 기본이고 워드, 피피티 다 할 줄 모른단다.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면 너까지 손해 볼 거라고 걱정하며 말을 보탰다. 친구가 울상 가득한 표정으로 말한다.


I can’t think straight. 


생각을 곧게, 그러니까 제대로 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 그 팀 과제만 생각하면 지긋지긋한 그 악당이 같이 떠올라서 집중을 할 수가 없단다. 괜히 혼자 열심히 해 두면 어디선가 나타나서 숟가락 얹을 것 같아서 소름이 돋는단다. 그럴 바에 다 같이 죽는 게 낫겠다 싶어서 이렇게 퍼져있단다. 하아... 이런 인간들만 모아서 한 팀을 만들어주면 어떻게 되려나? 갑자기 궁금해진다.




근본 없는 영어 3가지 정리


You should get on top of it.


I have beef with him.


I can’t think straight. 






<Prologue>

<Interlude>

<Epi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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