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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Oct 19. 2021

결말만 남은 소설

오늘부터 모두 결말

    영상물을 기피한다. 유튜브로 통하는 시대의 괴이한 고집이다. 멍하니 화면 앞에 있는 내 모습이 싫다. 편한 시청보다는 괴로운 독서나 잡생각을 즐긴다. 아니면 잔다. 제일 좋아하는 휴식은 눈을 감고 정신을 놓아버리는 잠이다. 이리도 각박한 내게 자극적인 예능 프로는 닿기 어렵다. 인간적인 면을 유지하기 위해 하나의 틈은 남겨 놓았다. 당길 때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찾아보는 방송이 있다. 반복도 싫어하지만 수도 없이 돌려 보는 시리즈다. 바로 <무한상사>. 자연스럽고 원초적인 웃음을 선사한다. 진짜 웃겨서 웃는 게 아니다. 장면 속의 상황을 속속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치열하게 만들어진 우스운 상황이 내가 들어있는 현실과 차이가 없어서 웃는다. 회사는 삶이다. 작은 화면 속에 그려지는 직장인의 모습은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다. 남의 삶 같지 않아서 가끔 찾아보며 나를 위로한다. 일을 쉬는 중에도 회사가 어떤 방식으로든 떠오르면 유일하게 보는 영상에 나를 밀어 넣었다. 한바탕 웃고 나면 좀 풀렸다. 웃음의 마지막엔 언젠가 저 안에 돌아가야 한다는 상상이 엄습해왔다. 그럴 때면 다시 현실을 잊기 위해 습관처럼 허구를 찾아갔다.


    회사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소설 같은 영상을 더 이상 찾지 않았다. 더 가깝고 낯익은 장면을 글자로 옮기면서 멀리 남의 것을 찾을 필요가 없어졌다. 확실히 자기 일을 직접 쓰는 건 남의 걸 바라보는 것과 달랐다. 마냥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복잡하고 다양한 실들이 얽혀있었다. 꺼내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신선한 감정과 생각도 자주 만났다. 지난 나를 다시 쓰는 시간이자 다음의 나를 준비하는 순간이었다. 삶이 회사였던 과거를 치밀하게 천착했다.


    꺼내고자 하는 것을 모두 꺼냈다. 꺼내기 위함이 아닌 구하기 위함이었다. 품었던 질문의 답을 구하고자 했고 이로써 내일도 구해지길 바랐다. 회사는 내게 어떤 곳인지 의미를 찾아보고 돌아가야 할 것인지 알기를 원했다. 집요하게 파고들수록 처음의 목적보다는 그 자체에 빠져들었다. 그동안 진짜 내 모습이 아니라고 외면해왔던 그때엔 내가 실재했다. 처음의 설레는 마음부터 겪었던 갈등과 고민, 느꼈던 기쁨과 슬픔까지. 그때를 빼놓고는 나를 이야기할 수 없다는 확신이 깊어갔다. 쓰면 쓸수록 성장과 변화가 담긴 그곳이 순전히 원망스럽지만은 않았다. 지나가버린 시간들은 각각 의미가 있었다. 돌아보길 꺼려하는 과거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 감정에 휩쓸리고 객관적이기 어려웠던 시절에는 알 수 없었다. 힘들고 질리면 쉽게 탓하고 핑계를 댔다. 떨어져 나와 중간지대에서 바라보니 꼭 그렇진 않았다. 단순히 좋고 나쁘다로 딱 잘라 구분할 수 없었다.


* 회사와 퇴사 사이에 놓인 모든 당신에게... (책에서 만나요!)



『퇴사라는 고민』 

교보문고 https://bit.ly/3RizpNk

예스24 https://bit.ly/3yjCDYx

알라딘 https://bit.ly/3AxtmPd

인터파크 https://bit.ly/3ah39tG

첫 번째 책에 주신 관심 덕분에 두 번째 책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인생에서 긴 시간을 차지한 ‘회사’ 이야기입니다. 제목처럼 전 여전히 ‘퇴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내년이면 영원할 줄 알았던 휴직이 끝납니다. 꼭 돌아갈 것 같았지만 이제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책이 해답을 줄 수 있을까요? 

직장에서 느끼는 온갖 사건과 감정이 담겨있습니다. 함께 즐겨주시면 저와 우리가 해나갈 고민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꼭 읽어주시길 추천과 부탁을 동시에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첫 번째 책과 마찬가지로 모든 인세 수익은 도움이 필요한 곳에 쓰입니다. 이번 책으로는 과로, 우울증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직장인들을 위해 기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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