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이 막아서는 자유
어느 곳에 속해있는 채로 오래 떠나 있다. 대학 시절 군대의 떠남도 꽤 길었지만, 복학이 정해져 있었다. 제대 후의 복학과 다르지 않게 나의 복귀를 기정사실로 여기는 동료들이 종종 묻는다. “그래서 언제 돌아오는 거죠?” 어쩌다 묻는 안부 끝에 도달하는 지점이 하나같이 정해져 있다. 휴직 초반에는 “아직 덜 쉬어서 좀 더 쉬어 보려고요.”라고 둘러댈 정도로 얼마 되지 않은 기간이라 묻는 이도 대답하는 나도 어색하지 않았다. 휴직이 길어질수록 대답은 궁색해져 간다. “가야 할 때가 되면 가야겠죠? 계속 놀다 보니 돌아가서 일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하하.”처럼.
누군가에겐 곧 돌아간다는 대답으로 비치기도 한다. 같은 층에 있다는 예전 상사는 내일이라도 만날 것처럼 오는 대로 차 마시자고 인사를 전한다. 다른 이에게는 당장은 안 오겠다는 눈치로 보여 남은 동안 즐겁게 보내라며 돌아가 준다. 복귀 시기를 묻는 이의 진심이 궁금하다. 호기심 뒤엔 뭐가 있을까. “건강하세요.”와 같은 대화 끝에 붙는 인사일 뿐일까. 정말로 알고 싶은 건 ‘혹시 오지 않을 방법을 찾았나?’려나.
복직을 해본 적이 없다. 주변에서 출산 휴가나 육아 휴직을 마치고 돌아온 여성 동료는 종종 봐왔다. 남에게 무관심한 탓에 그들이 어떤 심정으로 돌아와 적응하는지 살핀 적이 없다. 가까이에서 1년 넘게 쉬고 회사로 돌아가는 아내에게도 그랬다. 무슨 마음으로 돌아가는지 궁금해하지도, 걱정하지도 않았다. 복직 전에 불안해하는 아내를 보며 오히려 의아해했다. ‘일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닌데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쌀쌀맞은 생각을 한 것은 분명한데, 입 밖으로도 꺼냈는지는 확실치 않다. 확실한 것은 아내의 심정을 이해하려고도, 위로해주려고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랬던 내가 요즘 싱숭생숭하다. 돌아감을 앞둔 천생 직장인은 멀쩡하기 어렵구나 하고 새삼 깨닫는다. 그때의 아내에게 미안해지는 순간이다.
벌어지지 않은 탓에 아직 정확히 복직의 기분을 모른다. 군 제대 후, 어리바리한 복학생으로 수업을 듣던 그때와 그나마 비슷하겠거니 한다. 신입생 때는 수업자료를 나눠줬는데, 자꾸 ‘어디’에서 자료를 받아오라고 했다. 그 어디라는 이름이 생소했지만, 물어볼 곳 없는 나이 많은 복학생은 고생이 많았다. 초록 창에 검색해도 안 나와서 몇 주를 빈손으로 강의를 들었다. 뒤늦게 알고 보니 학교 내부 사이트를 일컫는 용어였다. 올려준 파일을 확인해서 출력해오는 방식으로 바뀐 지 오래였다. 나 빼고 다 아는 상식을 알게 된 학기 중반에 어찌나 허망하고 부끄럽던지. 회사로 돌아가서 맞이할 또 다른 웃픈 상황이 반갑지만은 않다.
* 복직을 맞이하는 돌아갈 곳이 있는 자의 슬픔은 무엇일까? (우리의 책에서 만나요!)
첫 번째 책에 주신 관심 덕분에 두 번째 책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인생에서 긴 시간을 차지한 ‘회사’ 이야기입니다. 제목처럼 전 여전히 ‘퇴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내년이면 영원할 줄 알았던 휴직이 끝납니다. 꼭 돌아갈 것 같았지만 이제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책이 해답을 줄 수 있을까요?
직장에서 느끼는 온갖 사건과 감정이 담겨있습니다. 함께 즐겨주시면 저와 우리가 해나갈 고민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꼭 읽어주시길 추천과 부탁을 동시에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첫 번째 책과 마찬가지로 모든 인세 수익은 도움이 필요한 곳에 쓰입니다. 이번 책으로는 과로, 우울증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직장인들을 위해 기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