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차 캄보디아 NGO 현장활동가의 솔직한 이야기
나는 캄보디아에 와서
아니 캄보디아뿐 아니라 어디서든 NGO 활동가로써 영어를 가르치는 일,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정말 쓸데없는 일 혹은 해서는 안될 일이라 생각했었다.
그렇게 생각한 데는 우리나라의 잘못된 원조 방법을 수 없이도 봐왔기 때문일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인도네시아의 어느 마을에 한글을 모국어로 지정시켜버리는 것 등이 그 예다. 현지인들은 원치도 않았는데 이런 행위를 하는 것은 식민지 시대와 별다르지 않다 생각한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거니와 자신의 나라를 좀 더 사랑했으면 했고,
한국어를 배우는 대부분의 이유가 한국에서 일하고 싶기 때문이란 걸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었다.
모든 이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한국은 여전히 캄보디아 사람들에 대한 시선이 좋은 것은 아니기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또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그들이 한국에 가서 일하게 되었을 때 겪을 일을 생각하자니
스스로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이 부끄러워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득 나를 돌아보니
나는 과연 얼마나 대단한 애국심을 가지고 있길래 이러는 걸까 싶었다.
한국이 딱히 좋지는 않아서 떠나온 내가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 참 우스웠다.
그렇지 않다고 믿고 싶지만 영어나 한국어, 일본어를 배우는 것이
캄보디아에서 사는 것보다는
이들에게는 좀 더 윤택한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수단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캄보디아의 전통을 지켜가며, 자신의 고향을 위해 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 반면에 다른 곳으로 간다는 것은 단순히 자신의 나라가 싫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런 생각이 들게 한건 얼마 전 한 친구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이 친구는 내가 일하는 곳 맞은편에서 고3, 졸업반인 친구다.
곧 졸업을 하는데 공부는 꽤나 잘하는데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서
대학을 가기 위해 NGO에서 후원을 받기 위해 애를 쓰는 중이란다.
그래서 어떤 과에 가고 싶으냐 물으니 일본어를 배울 것이고,
일본에서 일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이 친구의 영어실력은 외국인과 의사소통이 가뿐할 정도인데
일본어를 또 전공한다는 게 조금은 의아했다.
미국에 가면 되지 않아?라고 했지만 뭐라도 하나 더 배워놓을 요량인 것 같았다.
더 이상 묻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잘 살고 싶었기에 영어도 열심히 했을 것이고,
아마도 그동안 일본 NGO에서 지원받은 부분이 있었기에 일본어를 택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수없이 비슷한 대화를 나누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왜 이전과는 다른 생각이 떠올랐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생계수단'이라는 것이다.
누구나 잘 살고 싶은 그 마음은 똑같기에 그렇게 애쓰는 것이라는 거다.
문득문득 이런 일련의 일들을 생각하다 보면
나는 참 쉽게 얻었던 것들, 그리고 쉽게 얻었음에도 그냥 지나쳤던 것들이 생각나는데
이들은 그런 것들을 좀 더 어렵게 얻는다는 것이 마음이 아플 때도 있지만
그것에 맞추어 살아가는 이들을 보면 존경의 마음이 든다.
어쨌든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한글,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꼭 두 손 두발 들고 반대하지만은 않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원조의 방향이나 필요치도 않은데 마구잡이로 한국 문화를 전파하려는 것들은
여전히 틀린 것이고, 해서도 안 되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들이 원치도 않는데 하는 일은 폭력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삶의 방식은 다양하고, 또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생계의 수단이 될 수도 있기에
그것이 꼭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그래도 여전히 한국에 가서 일하는 것이 걱정이 되지만
부디 이런 가르침의 현장이 누군가에게 단순히 돈벌이 수단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과 자신의 나라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는 선이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