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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trea May 17. 2019

4. 현장에서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행동들

4년 차 NGO 현장활동가의 솔직한 이야기

캄보디아에 와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 썼던 글이다. 지금 돌아보니 이것이 가장 기본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들이란 생각이 든다. 또 지금의 나는 과연 이 기본이 흔들리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지 다시 한번 되새김질해보며 글을 남긴다.


캄보디아에서 일한 지 2년이 접어들어간다.
물론 그전에도 한국에 있으면서 멀리 전화로는 현지 친구들과 소통한 적은 종종 있었지만
아무래도 현장에 있다 보니 한국인보다 더 많이 만나는 것이 캄보디아 현지 분들이 되었다.
얼마 전 또 하나의 힘든 일을 겪으며(아직 지나가진 않았지만)
그분들이 나와 함께하는 STAFF이던 수혜자이던 내가 지켜야 할 행동들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첫째. 다그치지 말 것.
둘째. 의심하지 말 것.
셋째. 나만의 상상의 나래(오해)를 펼치지 말고, 사실은 사실 그대로만 바라볼 것.
넷째. 내가 많이 말하기보다는 최대한 많이 들을 것.

그동안 몸으로 터득하며 겪은 것들이기도 하고, 어쩌면 인간관계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이 때론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항상 마음에 새기기 위해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네 가지를 수칙으로 세워 보았다.

첫째, 다그치지 말 것.
이 곳의 날씨와 캄보디아분들의 성향 상 일의 속도가 상당히 느린 편이다.
물론 한국 사람 기준에서다.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문화는 우리 나라안에서는 빛을 바랄지도 모르겠지만, 이곳에서는 결코 그 빛을 바라지 못한다.
천천히. 천천히. 하나씩 하는 것이 이곳의 답이다.
그래서인지 나도 무슨 일이든 한 달 정도는 미리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는데 내 몸은 조금 고되고 피곤하지만
그들을 다그치거나 채근하기보다는 내가 좀 더 먼저, 일찍 준비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의심하지 말 것.
인간관계에 있어서 절대 해서는 안될 일 중에 하나다.
해외에 나와서는 말이 100% 통하지 않고, 문화도 다르기 때문에 쉽게 현지인들에 대해 나도 모르게 의심을 하게 된다..
왜?라는 질문을 자주 하는 것은 좋지만, 사람에 대해서 의심부터 하는 것은 매우 나쁜 버릇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시작된 의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고, 결국 상대방과의 좋은 관계를 망치게 하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셋째. 나만의 상상의 나래(오해)를 펼치지 말고, 사실은 사실 그대로만 바라볼 것.
의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과 비슷한 맥락에서의 이야기이다.
예를 들어 그 사람이 아파서 갑작스럽게 일을 못하게 되었다고 하면 그 사실을 그대로만 받아들여야 한다.
더 이상의 확대해석도 나만의 상상의 나래도 금지이다.
그전에 그 사람의 행동에 따라 내가 어떠한 상상을 할 수도 있지만, 상상은 상상일 뿐 사실만을 바라보아야 한다.

넷째. 내가 많이 말하기보다는 최대한 많이 들을 것.
인간관계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을 하나 꼽자면 이 부분이다.
사회생활에서든, 친구와의 사이에서든 내가 말하는 것보단 상대방의 이야기를 더욱 많이 들어주는 것이
관계에 있어 반드시 좋은 영향을 미친다.

어느 순간부터 현장에서 회의를 하면서 느끼게 되었는데,
늘 회의를 할 때 수많은 것들을 준비해 가지만 도통 현장의 사람들은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늘 의견을 제시하는 분들만 하고
다른 분들은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발제하는 우리가 말을 좀 줄여 보았다.
그랬더니 여기저기서 자신의 말을 마구 뱉어내더라.
요즘엔 회의에 가면 너무 말들을 많이 하셔서, 중단하는 사태까지 이를 지경이 되었다.
나는 최대한 말을 아끼고, 그들이 의견을 더 많이 개진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늘 해외에 나와 있을 때마다 현지인들과의 문제는 전혀 없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인들과의 문제가 더 많았던 것 같다.
생각해보건대, 아마도 나는 현지인에겐 오히려 더 관대하고 한국인들에게는 더 깐깐했던 것이 아닐까 싶어 진다.
물론 그만큼 한국인에 대해서 기대치가 더 높았기 때문에 더 실망도 컸을 것이다.
이렇게 내린 수칙들을 현지인들에게는 당연하고, 함께 일하는 한국인들에게도 함께 적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때로는 내가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더 소홀할 수도 있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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