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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trea Jun 19. 2019

8. 게으름에 대하여

캄보디아 4년 차 NGO 현장활동가.

이전에 캄보디아에 지내면서 ‘왜 이분들은 늘 느릿느릿한 걸까?’라는 생각을 꽤 많이 했었다.
또 안타깝게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여전히 캄보디아 사람들에 대해 그렇게 단정 짓곤 한다.
그러나 우리와의 생활 방식이 다르다고 무조건적으로 게으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자꾸 내가 생활했던 터전을 기반으로 캄보디아를 비교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습관들은 나를 자꾸 지치게 하고, 결국에는 슬럼프를 겪게 되고 그 과정을 끊임없이 되풀이한다.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일인데 우리가 자라온 환경은 늘 비교와 경쟁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어 다르게 사고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듯하다.

이들은 절대 게으른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아침을 빨리 시작하고, 오후가 조금 빨리 끝난다.
오히려 나는 그 속도를 따라가기가 힘들다.
우리는 늘 밤에 깨어 일을 하고, 낮에도 끊임없이 일하지만 이곳은 모두들 적당한 여유를 가지고 있다.
 

또 우리는 게으르다는 것은 좋지 않은 습관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늘 바쁘려고 애쓰고, 바쁘지 않다는 것을 죄책감처럼 느낀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성공할수록 더 바빠지는 게 당연한 것인가. 더 여유로워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게으름이 아니라 여유라는 단어로 생각해보면 또 달라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 있어 캄보디아 사람들은 여유로움을 참 잘 알고, 자기 시간을 잘 활용할 줄 안다.
과하지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자기 자신을 잘 채워나가는 느낌이다.

내가 만났던 몇몇 분들의 이야기를 해보자면 내가 만난 뚝뚝 아저씨는 손님들을 기다리는 사이에 영어를 공부하고 계셨다.
어떻게 하는가 보니 유튜브를 보며 독학 중이셨다.
내가 만났을 때 아저씨는 여러 가지 맛(taste)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었고, 왜 영어를 시작했느냐고 묻자 외국인 손님들과 더 대화하고 싶기 때문이란다.


또 함께 일하는 친구들은 시간이 나면 종종 한국어를 독학하곤 한다.
한국어를 공부하는 이유가 그저 한국에 대한 동경일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보다는 나와 대화하고 싶고, 종종 찾아오는 한국손님들과 대화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건네 온다.
나라면 한국에 굳이 갈 이유가 없다면 배움에 대한 동기를 느끼지 못할 것 같은데 나의 편협했던 생각이 왠지 또 부끄러워지는 것만 같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자기 계발을 하기가 힘든 환경이기도 하고, 그런 여유조차 못 느끼고 살아간다.
 
하지만 뚝뚝 아저씨나 나의 친구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게으름’과는 다르게 자신의 시간을 잘 쪼개어 쓰고, 적당한 여유로움과 적당한 일을 통해 스스로를 개발해나가고 있었다.

그 외에도 거리에서 하루를 시작하거나 마칠 때 운동하는 사람들, 가족과의 식사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때면 그 여유로움과 일과 쉼의 조화를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 또한 비교를 바탕으로 하는 것 같아 조금은 마음이 불편하다. 하지만 캄보디아에서 지내는 동안 ‘좀 더 있는 사실 그대로’ 어떤 것이 가진 ‘본질’을 잘 볼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해본다. 그리고 나 역시 내 시간을 잘 활용하여 캄보디아도 더 열심히 공부하고, 여유로움을 가지고 일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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