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용돈이요?

by 쑥쑤루쑥

큰 동심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장만한 것이 있었다. 바로 아스테이지. 아이 교과서에 표지를 씌워 줄 참이었다.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어릴 적 새 학기를 앞두고는 네 식구가 교과서 표지를 싸느라 바빴던 기억이 난다. 달력, 소포용지를 거쳐 나중엔 아스테이지를 썼다. 내게는 그게 온 가족이 참여하는 즐거운 행사였다.


아이가 생애 첫 교과서를 받아온 날, 나는 깜짝 놀랐다. 교과서 표지가 정말 알록달록하고 화사했다. 은은한 베이지톤이나 연 카키 톤이던 우리 세대 교과서와는 차원이 달랐다. 예쁘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리고. 라운딩 처리는 기본이었으며, 무엇보다 표지에 코팅이 되어 있었다. 그렇다. 표지를 쌀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사용자의 편의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는데 나는 좀 아쉬웠다. 새 학기를 앞둔 즐거운 행사는 온데간데 없어진 셈이었다. 여유 있게 사 둔 아스테이지에도 어쩐지 미련이 남아 그러고도 한참을 보관하다가 대청소를 하면서 당근에 내놓았다. 포장도 풀지 않은 상태. 이게 과연 팔릴까 한 줄기 의구심을 품은 채.


예상과는 다르게 금방 거래가 성사되었다. 때마침 큰 동심이를 동반하고 나가게 된 집 근처 약속 장소에는 연로하신 할아버지 한 분이 나오셨다. 할아버지는 천 원짜리 몇 장을 반으로 접어 주셨다. 워낙 소액이기도 했고 눈짐작으로만 봐도 약속된 금액인 듯하여 물건을 건네 드리고 우리는 인사 후 헤어졌다. 할아버지가 몰고 오신 SUV가 할아버지를 더 젊고 정정하게 보이게 한단 생각을 하면서. 그런데 몇 분 후 확인해 보니 천 원이 더 왔다. 할아버지께 전화를 드려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다. 멀리 안 가셨으면 제가 가겠노라고. 그랬더니 할아버지께서는 괜찮다고, 아이 까까 사 먹으라 하시는 게 아닌가.


한 푼이라도 깎으려는 구매자는 많이 봤어도, 돈을 더 많이 받아보긴 처음이라 나는 어리둥절했다. 그때 그 할아버지의 푸근한 마음은 오래도록 내 마음에 군불을 지피고 있다. 회상하는 지금 이 순간까지.





사진: UnsplashVinicius "amnx" Am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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