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돈을 번 걸까.

by 쑥쑤루쑥

짚 앞에서 당근 거래를 하고 온 어느 날, 큰 동심이가 말했다. 엄마, 좋겠다. 돈 벌어서. 수중에 돈이 들어온 건 맞는데. 이게 돈을 번 걸까? 아니다. 리셀러가 아닌 이상, 당근 거래로는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손해를 최소화한다고 보는 게 맞다. 물건을 사면서 지불한 비용을 얼마라도 회수해본달까. 게다가 물건을 검수하고, 사진 찍고, 꼼꼼한 설명을 곁들이고, 구매자 응대까지 해아 하는 과정은 여간 번거로운게 아니다. 거기 드는 품까지 환산한다면 사실상 마이너스가 아닐까 싶을 정도.


최근 당근에서는 럭셔리 브랜드 제품의 거래도 꽤 활발해 보인다. 하지만, 내가 하는 거래는 주로 소소한 생필품이라 거래 금액도 소소하다. 그 금액 벌자고(?) 온갖 품을 들일 바에야 차라리 기부를 하겠노라는 마음으로 몽땅 기부하기도 하지만, 일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 오랜만에 어플을 켜면 마음 한 구석이 근질거리곤 했다.


내 경우 당근으로 거래한 금액은 바로바로 저금한다. 용도는 예비비. 티끌 모아 티끌인 수준이지만, 그래도 어쩐지 부수입 같은 느낌이 있다. 이 때 당근 거래 대금과 다른 지출을 합산하지 않는 것이 원칙. 10,000원짜리 팔고 20,000원짜리 치킨을 사먹으면 어쩐지 헛짓을 한 것 같고, 괜히 손해보는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근은 당근이고, 지출은 지출이다.


판매 대금을 이득이라 규정짓지 않기, 차곡차곡 모으기, 그리고 다른 지출과 별개로 치기. 이것이 나만의 '탈두루치기 셈법'이다. 소소한 뿌듯함을 사수하려는 자! 나를 따르라!




사진: UnsplashTowfiqu barbhui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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