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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숙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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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쑤루쑥 Feb 14. 2024

어, 저기는?

TV채널을 뒤적거린다. 그런데 잠깐씩 보이는 풍경이 너무 익숙하다. 내 하숙집이 있던 곳이다. 하숙집 옆 계단으로 내려다 보이는 굴다리며 병원까지. 확실하다. 보아하니 20여 년 전과 비슷한 것 같다. 그 건물이 그대로라면. 그 일대가 아직도 하숙집이라면. 하숙생들의 주거의 질이 상당히 퇴행했을 터. 어쩜 드라마 내용조차 효심 가득한 소녀 가장이다.


몇 초간의 방송 화면으로 소환되는 기억이 꽤 많다. 집 앞에서의 아쉬운 헤어짐, 코앞 단골 병맥주집에서 소회를 나누며 어른 흉내 내던 어린 날의 우리들, 고등학교 친구들이 모이면 사랑방이 되곤 했던 내 방, 졸업을 앞두고 답답한 마음에 내려다보곤 하던 굴다리, 늦은 밤 도심을 가로질러 난 철길로 탱크가 지나가는 기묘한 풍경 등. 


캠퍼스 이전과 코로나로 주변 상권이 많이 죽었다고 들었다. 휑한 거리, 낡은 방에서 그저 학교와 직장 가까운 거 하나만 믿고 고단한 몸 뉘일 전국의 하숙생들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20년 뒤에도 저 동네엔 집 떠나 서울살이를 할 사람들이 모여들까. 거기서 더 시간이 흐르면 그 사람들의 기억은 그 어떤 소회로 채워질까. 동네는 낡아가고, 시간은 흐른다. 



사진(상단): 연합뉴스 

사진(하단): 노컷뉴스 구본호 기자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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