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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쑤루쑥 Oct 17. 2024

반갑지 아니한 춘기.

큰 동심이가 요즘 수상하다. 내가 무슨 말만 하면 잔소리라고 질색팔색을 한다. 막 따져 묻는다. 아니, 논리적으로 따져 물으면 반갑기라도 하다. 화를 그렇게 낸다. 그렇다. 춘기춘기사춘기가 시작된 것 같다. 사춘기가 뭐가 이리도 요란한지 모르겠다. 내가 아이 눈치를 본다. 하고픈 잔소리 30개 중 29개를 꼴딱 삼키고 1개만 내뱉는다. 참놔. 


아이의 화에 대한 내 반응은 대체로 두 가지다. 같이 화를 내거나 참아 넘기거나. 나 자신과 집안의 평화를 위해서는 후자가 당연히 바람직하다. 하지만, 현실은. 8대 2. 하하하. 요즘 잘 참아 넘기려고 무던히 애쓰는 중이다. 일단 다정은 체력에서 오는 바. 동심이들이 하교할 때까지의 시간에 나를 너무 혹사시키지 않는다. 지난 몇 년간 소일과 집안일, 운동을 하고 난 나머지 시간은 자투리 시간을 모아 건설적으로 쓰려 애써왔다. 대표적인 게 읽거나 쓰는 일. 


그걸 좀 내려놓고 여유를 가지려 애쓴다. 조금은 잉여롭게 그 시간을 보내며 비축한 에너지로. 나는 사춘기의 불같은 업다운을 참는 것이다. 아, 그랬구나 수긍해 주고. 날 비난하는 말에도 엄마가 잘못했네라고 사과하고. 그러면 거짓말처럼 동심이가 먼저 화해를 청해오곤 한다. 엄마, 아까는 못되게 말해서 미안했어. 


지도 지가 왜 그러는지 모를 거다.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춘기씨가 우리 집에도 찾아왔음을 느낄 뿐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요즘은 절반은(!) 잘 참고 있다. 그러면 내 스스로가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그간 내가 발사한 맞불을 생각하면 택도 없지만. 이렇게 물타기를 하다 보면, 언젠가는 희석이 되지 않을까. 참으로 반갑지 아니한 손님 춘기씨를 맞이하여, 왜 내가 이리 각오를 다져야 하는 것인지 사실 억울하기도 하다. 그런데 별수 있나 싶다. 엄마니까. 하하하하하하하.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어금니 꽈악).


사진: UnsplashEric Prouz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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