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Ben Stiller (Jun, 2024)
[저자 소개] ; 벤 스틸러 (Ben Stiller)는 1965년 미국 태생의 배우이자 코미디언이며, 영화나 드라마 감독, 제작자로도 유명합니다. 그의 필모그래피 중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영화 청춘 스케치 (Reality Bites, 1994)는 벤 스틸러의 감독 데뷔작으로, 위노나 라이더 (Winona Ryder)와 에단 호크 (Ethan Hawke), 그리고 벤 스틸러 본인이 주연을 맡아 90년대 미국 청춘들의 고뇌와 방황, 사랑을 담담하게 그려 낸 수작입니다. 이와 비슷하게 마음에 따뜻함을 주는 코미디, 혹은 드라마 장르 작품으로는 다음 몇 가지를 언급할 수 있습니다 :
극 중 메리 역의 카메론 디아즈 (Cameron Diaz)를 짝사랑하는 역할로 나온 영화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There's Something About Mary, 1998)
남자 간호사 역을 맡아 당시 미국 사회가 <남자 간호사>에 대해 갖고 있었던 편견을 꼬집고 (부연: 실제로 간호사 직업을 남성보다 여성이 더 선택한다 할지라도, 남성이 간호사 직업을 선택하는 게 전혀 이상할 게 없는데, 흔히 대중 매체에서 의사-남성, 간호사-여성의 이분법적 구도로 의료계 직업을 묘사하는 행태를 풍자함), 여자친구네 가족들과 알아가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려 내 많은 사랑을 받은 영화 미트 페어런츠 (Meet the Parents, 2000)
타인과 나를 비교하고 이내 열등감에 휩싸여 헤어 나오지 못할 때의 그 괴로운 감정 상태와 결국에는 그것을 나름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과정까지 아주 탁월한 연기력으로 보여 준 영화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Brad's Status, 2017)
노아 바움백 (Noah Baumbach) 감독과의 3번째 협업 작품이자, 아담 샌들러 (Adam Sandler), 더스틴 호프만 (Dustin Hoffman), 엠마 톰슨 (Emma Thompson) 등과 함께 출연해 가족 구성원들 간의 미묘한 감정 충돌과 화해의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려 낸 영화 마이어로위츠 이야기 (The Meyerowitz Stories, 2017)
이 외에도, 제가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벤 스틸러의 <확실한> 성공작 목록에는 영화 쥬랜더 (Zoolander, 2001), 박물관이 살아있다 (Night at the Museum, 2006), 트로픽 썬더 (Tropic Thunder, 2008),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2013) 등을 포함할 수 있겠습니다.
[본 글에 대하여] ; 벤 스틸러는 올해 6월 타임지 (Time)에 현재 진행 중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Israel-Hamas war)>에 관한 본인의 생각을 기고했습니다. 이렇게 민감한 사안에 대해 할리우드 배우가 <굳이> 공개적으로 의견을 피력한 이유는, 근본적으로 벤 스틸러 본인이 유대인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의 번역본을 통해서 벤 스틸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봅시다.
원문: https://time.com/6989720/israel-hamas-war-ben-stiller-essay/
저희가 살아가고 있는 이 비극적인 시대를 보십시오. 다른 많은 분들처럼, 저 역시도 작년에 중동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들을 지켜보고 있었고, 이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제가 살고 있는 뉴욕에서 굉장히 충격적인 반유대주의 (antisemitic) 사건들을 목격했고, 이것이 미국의 현주소라는 사실에 분노하고 두려움을 느낌과 동시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저는 양심의 가책을 느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이렇게 무서운 소셜미디어의 세상에서 어떻게 한 개인의 복잡하고도 실제적인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그 감정을 표현하는 즉시 온라인상의 독설을 피할 수 없을 텐데 말이죠.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관한 이슈들은 너무 미묘하고도 복잡해서, 저는 결코 짧은 입장문만으로는 제 마음속 깊숙이 간직된 생각들을 완전하게 표현할 수 없습니다. 저는 유엔난민기구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s, UNHCR)의 친선대사이기도 하므로, 그 업무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현재 전쟁 상황에 대해 침묵함으로써 느끼게 되는 죄책감을 뭉개 버리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제 설명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는 그 누구의 의견도 아니고, 그저 제 개인적인 생각과 느낌인 점을 강조드립니다.
지난 2016년, 저는 유엔난민기구 (UNHCR)와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유엔난민기구는 제2차 세계대전 때 피난을 떠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돕고자 설립되었습니다. 유엔난민기구는 모든 이들이 망명할 권리와 더불어, 폭력과 박해, 전쟁으로부터 안전한 보호 시설을 찾을 권리가 있음을 강조하며, 난민, 강제 이주민, 무국적자를 보호하는 국제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유엔난민기구와 함께 저는 레바논, 과테말라, 요르단, 폴란드, 우크라이나에 있는 난민 보호 시설을 방문해서 전쟁과 폭력의 영향을 받은 분들을 직접 만나 보았습니다. 레바논의 경우, 시리아와의 충돌이 발생한 지 딱 8년이 되기 직전에 방문하였는데, 그때 위기 속에 놓여 있던 수백 만의 난민들 중 일부 가족들을 만나 볼 수 있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를 방문하였는데, 그때 그 무의미한 전쟁에 의해 피해를 입은 분들을 만나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유엔에서, 그리고 미 상원 외교위원회 (U.S. Senate Foreign Relations Committee) 앞에서 난민들을 지지해 왔습니다. 미국 정부가 글로벌 인도주의 위기를 외면하지 않기를 간청했습니다.
이와 같은 유엔난민기구 활동은 결코 제 자랑을 하기 위해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제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난민들을 만나고, 지지하고, 그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라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위기에 대해서도 어떤 액션을 취하는 게 맞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저는 유대인 (Jewish) 입니다. 또 절반은 아일랜드인 (Irish) 입니다. 제 친할머니는 폴란드 난민으로서 미국에 들어왔습니다. 제 친할아버지의 할아버지는 우크라이나 출신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포그롬 (Pogrom, 러시아 제국에서 일어났던 반유대주의 폭동과 학살)에 의해 100,000명이 넘는 유대인들이 목숨을 잃은 곳이 그의 고향입니다. 포그롬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홀로코스트 (Holocaust, 나치 독일에 의한 유대인 학살)보다 딱 20년 앞서 행해진 역사적 비극입니다. 제 어머니의 조부모님은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아일랜드에서 미국으로 건너왔습니다. 그들은 별다른 것 없이 그저 큰 희망만을 품은 채로 뉴욕에 도착했습니다.
제 아버지는 제2차 세계대전 말미에 미국 육군으로 복무했습니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만나서 결혼했습니다. 아버지는 유대교인이었고, 어머니는 기독교인이었습니다. 두 분이 결혼할 당시에는 종교가 다른 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두 분은 가족들과 사회적 시선 모두로부터 발생되는 비판을 처리해야 했습니다. 두 분은 그 긴장을 유머로 전환시켰고, 두 분의 민족적 차이를 기반으로 스탠드업 코미디 연기를 하였습니다. 이렇게 두 분은 함께 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사회적 성공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제 어머니는 결혼하면서 유대교로 개종하였습니다. 저희는 신앙심이 깊은 집안은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포용과 관용의 전통을 배웠습니다. 저는 바르 미츠바 (Bar Mitzvah, 유대교에서 13세가 된 소년의 성인식)를 치른 뒤, 시나고그 (Synagogue, 유대교 회당)에 거의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항상 제가 물려받은 유대계, 아일랜드계 유산에 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고, 양쪽 집안에서 형성한 유대감을 소중하게 생각했습니다. 민족적, 종교적 뿌리가 달랐던 두 집안은, 결국 제 부모님이 베푼 사랑을 통해서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는 제가 어렸을 때 경험했던 분명하고 아름다운 일이었습니다. 이러한 가족의 사랑을 바탕으로 1970년대 뉴욕에서 유년기를 보내는 동안, 저는 반유대주의를 전혀 경험해 본 적이 없습니다. 때문에 저로서는 작금의 현실이 너무 낯설게 느껴집니다.
많은 유대인들처럼, 저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시작된 작년 10월 7일을 잊을 수 없습니다. 팔레스타인의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그 전쟁으로 인해 고통받은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너무 한탄스럽습니다. 극악무도한 테러로 인해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가족들, 인질로 잡힌 가족을 수개월 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이들을 생각하면 제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이건 악몽입니다. 저는 유대인뿐만 아니라, 가자 지구 (Gaza)에서 고통받은 무고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해서도 비통한 심정을 금할 수 없습니다.
저는 전쟁을 증오합니다. 누가 전쟁을 좋아하겠습니까? 그런데 하마스가 저지른 짓은 정말 해도 해도 너무했습니다. 그들은 지나치게 비양심적이고, 비난받을 만합니다. 인질은 풀려나야 합니다. 테러는 종식되어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변명의 여지는 없습니다.
저는 이스라엘 사람들과 그들이 평화와 안전 속에서 살 권리를 지지합니다. 그와 동시에, 저는 이스라엘 정부가 전쟁을 수행하는 방법에 대해 모두 동의하는 바도 아닙니다. 저는 폭력이 끝나기를 원하며, 무고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는 저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감정입니다.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있는 많은 이들이 염원하듯, 저는 이른바 <두 국가 해법 (two-state solution)>이 실현되기를 바랍니다. 이를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된 주권 국가로 존재하면서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두 나라가 <국가 대 국가>로서 상생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저는 이스라엘 정부가 취하는 조치들에 대한 비판이, 이스라엘 정부만을 향하지 않고, 일반적인 이스라엘 사람들과 유대인들 모두에게 맹렬한 비난의 형태로 아주 가감 없이 공개적으로 표출되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반유대주의가 명백하게 증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제가 태어나고 자란 뉴욕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올바르지 않고, 분명히 비난받아야 마땅합니다.
반유대주의는 언제나, 어디서나 발생 즉시 비난받아야 마땅합니다. 이슬람 혐오증 (Islamophobia)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종교적 편견 (bigotry)도 비난받아야 마땅합니다. 역사에 대한 무서운 기억 상실증이 공중에 떠돌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앞서 언급한 포그롬, 홀로코스트와 같은 역사적 비극이 너무 쉽게 우리 일상에서 잊혀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됩니다. 과거를 통해서 배워야만 더 희망 찬, 공정한, 평화로운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는 정치인도 아니고, 외교관도 아닙니다. 저는 지금 발생하고 있는 세계적인 갈등과 충돌을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도 없고, 그 외 어떤 실질적인 도움도 제공할 수 없습니다. 저 역시 다른 많은 분들처럼, 지금 이 문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난민을 지지하는 사람으로서, 저는 이 전쟁이 반드시 끝나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것은 제 최소한의 양심입니다. 현재 이 글을 작성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국가 간의 물리적 충돌로 인해 난민이 된 사람들은 전 세계적으로 약 1억 2천만 명에 달합니다. 이는 중동 지역에서, 그리고 우크라이나, 수단 등 수많은 국가에서 발생한 난민입니다. 이들은 모두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 자격이 있습니다. 인간의 고통은 끝나야 합니다. 우리는 이를 리더들에게 요구해야 합니다. 오직 평화만이 유일한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