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도시에서의 하루
모스크바에 도착한 6월의 러시아는, 내가 막연히 떠올렸던 ‘동토의 땅’이라는 이미지와 달리 의외로 온화한 날씨를 보였다. 숙소 창문에는 두툼한 암막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는데, 도착하고 나서야 그것이 밤늦게까지 해가 지지 않는 ‘백야 현상’ 때문임을 알게 되었다. 밤 10시가 넘었는데도 환하게 빛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와 있음을 실감했다.
시차 적응으로 몸이 피곤한 데다, 낯선 숙소와 익숙하지 않은 날씨까지 겹쳐 모스크바에서의 첫날은 유난히 길고 낯설게 느껴졌다. 모든 것이 새롭고 어색했지만, 그만큼 앞으로의 경험이 나를 얼마나 변화시킬지에 대한 기대도 함께 피어올랐다.
러시아어로는 엠게우라고 불리는 모스크바 국립대는 어학원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면 내가 가징 좋아하는 산책코스였다. 러시아 최고 명문대학교답게 웅장한 캠퍼스와 건물들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