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프롤로그

낯선 인연의 시작, 러시아

by 두왓유완트

나는 러시아어를 전공하지 않았고, 러시아를 여행해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회사의 ‘러시아 지역전문가’ 육성 프로그램에 선발되면서 뜻밖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사실 그전까지만 해도 모스크바가 지도상 어디쯤에 있는지도 몰랐고, 러시아의 수많은 도시들을 직접 여행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 프로그램은 6개월 동안 러시아 현지에서 어학과 문화를 배우는 과정이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까지는 어학원에서 러시아어를 공부하고, 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까지는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소중한 기회를 최대한 알차게 보내고 싶어 계산해 보니, 내게 주어진 주말은 모두 스물여섯 번이었다.


러시아어가 능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여행을 다니기 위해서는 안내서의 도움이 절실했다. 그러나 서점에는 미국이나 유럽 관련 서적은 넘쳐났지만, 러시아에 관한 책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행히 영어로 된 두툼한 Lonely Planet Russia 한 권을 구할 수 있었고, 6개월 동안 그 책은 나의 가장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었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가진 나라다. 그만큼 구경거리도 많지만, 러시아어가 서툰 외국인이 그 광활한 땅을 자유롭게 여행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은 어디까지나 제한된 경험 속에서의 기록임을 미리 밝혀두려 한다.


이제 앞으로의 글에서, 내가 러시아에서 보낸 6개월의 시간 순서에 따라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2014년 6월 모스크바에서의 첫걸음을 시작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찬란한 여름을 지나, 9월 다시 모스크바로 돌아와 그곳을 거점 삼아 떠났던 수많은 여정들까지.

그 모든 기억을 지금 이곳에서 다시 꺼내어보려 한다.

Lonely Planet Russia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