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vs. 현실
예카테린부르크는 우랄 지역 최대 도시이자 교통의 요충지, 그리고 공업과 문화의 중심지입니다.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에 위치한 이곳은 러시아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와 일가족이 처형된 역사적 장소이기도 합니다.
카잔에서의 짧은 하루를 마치고 다시 기차에 올랐습니다. 다음 목적지인 예카테린부르크까지는 무려 14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언젠가 한반도가 통일된다면, 한국의 남쪽 끝에서 두만강까지 이동하는 데도 이 정도 시간이 걸릴까요?
예카테린부르크 여행 사진 폴더를 열어보니, 기차 안에서 찍은 사진이 대부분입니다. 카잔에서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느라 피곤해 잠을 청했지만, 열 시간이 넘는 기차 여정은 역시 지루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인들의 삶을 가장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어학원 선생님이 말하던 대로, 그들에게 기차 여행은 ‘낭만’이 아니라 일상의 일부였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기차에서 만난 러시아인 세르게이 씨입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가방에서 이것저것 꺼내더니, 잠옷으로 갈아입고, 개인 컵에 뜨거운 차를 따라 설탕을 섞어 마시고, 흑빵과 햄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더군요. 그러더니 혼자 먹기 미안했는지 저에게도 건네주었습니다. 작은 호의였지만, 긴 여행길에 참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물론 10시간이 넘는 기차 이동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옆자리 사람들과 사전을 꺼내 가며 소통해 보고, 함께 웃고 떠드는 소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어학원을 빼먹고 여행 온 게 맞나?” 싶던 마음도 조금은 위로가 되었지요.
평소 길에서 마주치는 러시아인들은 대체로 무뚝뚝하고 불친절해 보였는데, 기차 안에서 만난 사람들은 외국인인 저를 배려해 먼저 말을 걸어주기도 했습니다. 그 안에서 오히려 푸근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카테린부르크는 우랄 지역 최대 도시이자 교통의 요충지, 그리고 공업과 문화의 중심지입니다.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에 위치한 이곳은 러시아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와 일가족이 처형된 역사적 장소이기도 합니다.
모스크바, 니즈니 노브고라드, 카잔, 예카테린부르크까지… 5일간 낮에는 도시를 여행하고 밤에는 기차로 달리는 빡빡한 여정을 이어갔습니다. 솔직히 체력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인 우랄 지역까지 와보니 ‘내가 러시아 대륙을 정말 여행하고 있구나’ 하는 실감이 났습니다.
모스크바로 돌아갈 때는 다시 기차를 타고 며칠을 보낼 용기가 나지 않아 비행기를 탔습니다. 기차에서 만난 러시아인들의 푸근함,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대륙의 풍경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