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카잔

엉겹결에 떠난 카잔

by 두왓유완트

한국 사람들이 러시아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떠나는 대륙횡단 여행이다.


내가 다녔던 러시아 어학원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정작 러시아 본토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인기가 높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수업을 듣는 동양인 학생들은 대부분 이 여행에 대한 로망을 품고 있어 의아해 했다.


나 역시 그런 호기심에 이끌려 카잔과 예카테린부르크로 기차여행을 떠나게 됐다. 그러나 막상 열차에 몸을 싣고 보니, 한국에서 보았던 다큐멘터리나 여행 프로그램 속 모습처럼 낭만적이지는 않았다. 침대칸을 이용했지만 덜컹거리는 기차 안에서 깊은 잠을 청하기란 쉽지 않았고, 화장실 수도꼭지에서 졸졸 흐르는 물로 고양이 세수를 하는 일도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었다.


IMG_5201.JPG 밤기차를 타고 도착한 오전 7시 카잔역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원래 목적지도 아니었던 카잔역에 내려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모스크바를 출발해 하루 넘게 기차를 타고 가며 장거리 기차여행이 처음인 나는 인내심이 부족했던 것 같다. 마침 러시아 기차역에는 유료 샤워장이 있다는 얘기를 어디서 읽은 기억이 있어 무작정 내렸다.


그 덕분에 뜻하지 않았던 2013년 하계 유니버시아드가 열렸던 도시 카잔을 둘러볼 기회를 얻었다. 카잔은 러시아 연방에 속한 타타르 공화국의 수도이자 볼가 강에 접한 대표적인 상공업 도시다. 러시아의 많은 도시를 여행해 봤기에 감히 순위를 매겨본다면, 도시 인프라 측면에서 카잔은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이어 손꼽을 만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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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중심에 자리한 크레믈은 비잔틴 양식과 이슬람 양식이 공존하는 독특한 건축물이다. 7세기 타타르족이 볼가리아를 세운 이후, 10세기부터 투르크계 민족의 이슬람화 정책이 진행되면서 카잔은 점차 종교적 색채를 띠게 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흐름이 지금의 건축과 도시 풍경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는 듯했다.

IMG_5221.JPG 카잔의 크레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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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5239.JPG 카잔 크레믈 앞 지하철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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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5267.JPG 성 수태고지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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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5332.JPG 카잔의 번화가 바우마나 거리를 알리는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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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5342.JPG 슈움비케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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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기차에 오르기 전, 역 대합실에서 노트북과 휴대폰을 충전하려고 전기 콘센트에 코드를 꽂았다가 역무원에게 호되게 혼이 났다. 전기를 훔쳐 쓴다며 날카롭게 쏘아붙이는 모습에 '아, 여기가 바로 러시아구나'하는 실감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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