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 해군기지와 성 니콜라이 성당
내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어학원을 다니며 인근 도시들을 여행했던 시기는 7~8월이었다. 보통 주말을 이용해 세 시간 이상 소요되는 도시들을 여행했는데, 어학원 수업이 오후 1시쯤 끝났기 때문에 복습만 하며 시간을 보내기에는 날씨가 너무 좋았다. 1시간 내외로 다녀올 수 있는 곳들은 수업이 끝나자마자 짧게라도 다녀오려고 노력했었다.
오후 시간을 활용해 당일치기로 다녀온 여러 도시들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곳은 크론시타트였다.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시외버스를 타고 크론시타트로 향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벗어나며 만나는 러시아인들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어학원이나 시내에서 매일 마주하던 러시아인들은 대개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했고, 매너도 갖춘 사람들이었다.
반면, 시외버스를 타며 만난 사람들 중에는 대낮부터 술에 취해 있는 남성들도 있어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었지만,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에서 장을 보고 크론시타트로 돌아가는 듯한, 순박하고 평범해 보이는 러시아인들도 만날 수 있었다. 덕분에 러시아어가 유창하지 못해 늘 긴장했던 마음이 조금은 느슨해졌다.
크론시타트는 러시아 발틱 함대의 기지가 있는 군항 도시다. 시외버스에서 내려 처음 마주한 풍경은 군항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화려함보다는 단조롭고, 그저 산책하기에 좋은 조용한 곳이라는 인상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1921년, 볼셰비키 정권에 반발한 주둔 수병들이 반란을 일으켰다가 진압된 역사를 간직한 장소이기도 하다. 또한, 상트페테르부르크 방어를 위한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러시아 곳곳을 여행하며 화려한 러시아 정교회 성당들을 많이 보았기에 웬만한 성당에는 놀라지 않을 법도 했지만, 성 니콜라이 성당은 유독 인상 깊게 다가왔다.
그 화려함 덕분에 크론시타트는 군사도시라기보다, 성당의 인상으로 더 오래 기억에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