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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호 Jul 01. 2017

노는 개미보다는 썩은 사과를 솎아내야한다

한정된 자원 안에서 한 명의 팀원이 일당 백을 해내야 하는 스타트업의 특성상 한 명의 기대치는 경영진에게 매우 크다. 그리고 조직의 위험은 5명 미만의 수준에서 벗어나 20명 이상으로 증가되기 시작할 때 나타나며 이때부터는 다른 관점의 채용과 인재관리의 접근이 필요해보인다. 심혈을 기울여 채용을 했더니 시키는 일은 잘하는데 그 이상의 퍼포먼스는 관심이 없거나, 성과는 잘 내지만 지각을 밥먹듯이 하거나, 열심히는 하나 결과가 마땅치않은 부류가 있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미칠 노릇이다. 경험 상 이런 부류는 본인들이 창업 멤버라는 생각보다는 대기업에 갈 수준은 안되지만 스타트업에서는 자신을 가지고 싶어 하는 수준이라는 점을 스스로가 알기에 유연하고 편안한 문화를 기대하며 접근하는 유형이 많았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정상이다. 솔직하게 설립자들도 그들을 위해 특약계약을 바로 써줄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영진들은 이들에게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 동안은 나도 그런 친구들을 경험할 때마다 매우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개미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개미의 집단에서는 모든 개미가 일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게으른 개미도 있고, 계속 놀고먹는 개미도 있다는 것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그러한 개미의 집단에서 노는 개미 집단을 떼어내면 일만 하던 집단에서 자연스럽게 다시 노는 개미의 집단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연구결과도 있다. 만약 국가에서 도시를 설계하고자 할 때면 설계자들은 사람들의 이동경로나 교통량을 보고 어디에서 휴식(유흥 등)을 선호하는지 관측하며 설계에 참고한다는 것이다. 사람을 개미 사회로 보는 것이다.


이에 대한 시사점을 조직으로 옮겨보자.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상황이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내가 경험한 친구들은 애당초 나 스스로가 모든 채용자들을 선두에 나서 전쟁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나는 그들이 잘 다루는 무기를 가지고 하나도 빠짐없이 전쟁에 참여하길 원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럴 생각도 없었을뿐더러 매일 숨 막히는 고요한 침묵과 결과를 기다리는 경영진들 사이에서 자신에 대한 합리화를 지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앞서 경험한 친구들의 공통점은 성과나 결과가 있었다는 점이다. 상황을 돌아보자. 그들에게 필요한 유연함은 출퇴근 제도를 없애는 방법보단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보상제도나 팀 플레이를 구체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썩은 사과는 이야기가 다르다.


썩은 사과의 특징은 박스 안에 하나의 사과가 썩음으로써 나머지 멀쩡한 사과들이 모조리 썩어버리는 현상이다. 지각을 자주 하는 친구가 있다고 가정을 해보자. 그 친구는 사실 남들보다 더 오랜 시간 근무를 했거나 집에서도 작업을 처리하느라 잠이 부족했을 수 있다. 이런 친구가 가끔 지각을 한다면 동료들은 이 친구를 매일 고생하고 있다는 시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것을 지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신 팀원들과 더 잦은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오히려 스스로 시간을 더욱 통제하라고 전해준다. 이런 친구를 파악하는 것은 경영진의 몫이지만, 반대로 스스로가 먼저 다가와 지각의 사유를 밝히는 게 일상이다. 하지만 썩은 사과는 다르다. 지각을 하고 나서 마치 자신이 지각을 하지 않은 것처럼 몰래 자리에 앉아있다. 아무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눈치보기 바쁘고, 옆 팀원은 그 사실을 모른 척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조마조마하다. 그 친구의 주변은 아침부터 기운이 무겁다.


최악의 경우는 썩은 사과가 팀장 혹은 임원이 되는 것이다. 한 번은 지인이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 자기 회사에 이사가 한 명 있는데 그 이사는 매일 회의실이든 어디든 볼 때마다 폰으로 게임하기 바쁘고, 여자 직원들과 법인카드로 밥 먹으러 다니기 바쁘고, 얉은 지식으로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묵살 내기는 일수이고, 심지어 이사가 대표자의 친구라 그 누구도 건의를 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로부터 몇 달 뒤 핵심인력들은 모두 퇴사하였고, 회사는 문을 닫았다고 하였다.


과도한 조직관리로써 잘못된 사례도 있다. 어느 한 대표님의 사연이다. 그분은 평소 모든 직원들의 삶을 대단히 아끼고 사랑하는 분이다. 듣는 내가 감동을 받을 때가 종종 있을 정도로 말이다. 한 번은 나에게 여담으로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었다. 나름 까다롭게 보는 최종 면접을 뚫고 새로운 직원이 입사를 하였더란다. 스펙도 좋았고, 경험도 많았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전혀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별반 다를 것 없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 대표님이 이 친구를 위해서 회사에 출근하면 체크만 하고 곧바로 회사 근처에 컴퓨터 학원으로 보내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도 별반 다를 것 없었다. 문제는 이 친구를 2년 동안이나 그렇게 학원만 보내었던 것이다.


대표님은 이 친구도 매우 만족할 것이라고 생각하였단다. 수강료도 만만치 않았고, 월급을 받으면서 기술을 습득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회사로 복귀하자마자 이 친구는 퇴사를 희망하였고, 훗날 이 친구가 대표인 자기를 그토록 원망하고 싫어했다는 것이다. 특히 2년이 지난 이후에도 업무 스킬은 여전히 늘지 않았다고 하였다. 차라리 그 친구를 열심히 일하는 개미 집단 속에 던져놓았더라면 어땟을까. 또한 학원을 수료하고 와서 일을 잘 하기 시작한다고 했다면 멋진 팀장이 되었을까? 아니, 어쩌면 대표님은 성과만 보고 예뻐하고, 그 예뻐하는 성과에 가려져 불신 가득한 악영향을 조직원들에게 전달하는 썩은 사과에 위험한 기대를 했었는지도 모른다.


스타트업이라고 해서 조직관리에 소홀히 하여서는 안된다. 오히려 대기업처럼 체계적이지 못하고, 가만히 있어도 매출이 일어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많은 시간을 그들로부터 할애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나는 노는 개미 보단 썩은 사과를 솎아내는 것이 건강한 조직을 위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대표의 카리스마는 회식 장소를 골라주는 것이 아닌 조직 전체를 위해 썩은 부분을 도려냄으로써 아픔을 감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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