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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호 Aug 21. 2016

창업 후 겪게 되는 설립자와 멤버 간 팀의 딜레마

사업을 하기로 마음을 먹은 당신. 그 순간부터 고민이 시작됩니다.


함께 할 동료를 찾을 것인가
동업은 위험한 것이니 혼자 할 것인가


아마도 장단점을 나열해 보겠죠. 함께 할 동료가 있으면 초기 자본의 부담 감소(창업비용 분담), 서로 간의 의지, 좀 더 나은 의사결정과 업무 분담으로 전문성 강화, 그러나 사업을 실패했던 사람들의 말을 듣다 보면 친분(가족, 지인, 동료, 친구 등)이 있는 사람일수록 함께 했다가 후회했던 사례가 기 마련이기에 사실 겁도 납니다.


일반적으로 동업은 투자자를 찾는 것과 비슷합니다. 만약 음식점과 같은 창업을 고려한다면 동업자는 운영과 비용 측면의 동업자를 찾게 될 것이고, 스타트업의 유형과 같은 개발 직군에서는 운영 측면의 동업자를 찾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시 말해서 보통 음식점과 같은 유형의 사업은 인테리어, 상주 근무, 직원 관리 등 운영에 초점이 잡힌 (SI : Startegic Investor) 유형과 운영이나 경영엔 관여하지 않고서 자금만 지원하는 (FI : Financial Investor) 유형으로 나뉘어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친구와 15평 정도의 공간에서 치킨집을 하겠다고 할 때 "나는 운영, 너는 부업으로 자금 투자"가 이런 식입니다. 그런데 제조나 IT와 같은 스타트업은 즉시 생산 판매 개념이 아닌 일정 프로세스를 거친 결과물에 대한 미래 가치 산정 개념이기에 초기 현금이 돌지 않는 점을 고려하여 최소한의 자금으로 최대한의 효율 운영을 위해서 SI 형태 동업자를 찾게 됩니다. (투자 용어의 첨삭이 적절치 않을 수도 있지만, 큰 맥락에서 개념을 쉽게 전달하기 위하여 참조하였습니다.)


고심 끝에 IT 회사를 시작하기로 한 당신은 결국 누군가와 함께 시작하기로 결정합니다. 무엇보다 많이 들어왔던 이야기 중 하나가 "팀 빌딩"이라고들 하니 일단 고용관계보단 파트너로서 같이 시작하는 게 맞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사실 당신은 웹/모바일 서비스를 구현하고 싶지만, 가족이나 친구들 중에는 정작 개발에 필요한 스킬을 가진 이들이 없다는 걸 깨닫습니다. 그리고서 소위 스타트업 멤버 전문 고용 채널들을 통해 간단한 아이디어와 업력을 기재하고, 함께 할 제3의 파트너를 공개적으로 구인하기 시작합니다.


1 STEP : Co-founer 모집

공동 설립자를 찾습니다. 주로 비전을 강하게 어필하고 당장 눈앞에 급여가 아닌 향후 세우게 될 법인의 지분이나 이익의 분할과 같은 형태를 제안합니다. 우연히 당신의 소식을 들은 옛 대학 동기 중 한 명이 관심을 보이며 함께 할 의사를 표명해왔습니다. 이 친구 직장생활도 꽤 경험해보았다고 합니다. 다행입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공학도들이 아니기에 개발자를 구해야 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됩니다.


2 STEP : Partner 모집

이 업계에 발을 들여 모임이나 시장 조사를 하며 알아가다 보니 서비스 하나를 개발하는데 필요한 직무가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개발자도 한 명만 있으면 될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닙니다. 지금 당장은 이 부분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그 자리에 필요한 사람을 찾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처음엔 '우린 이렇게 재미있고 멋진 회사'임을 알리면서 '원하는 스펙트럼'을 나열하지만, 그런 사람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후 우리 사업에 관심 있어하며 '단 한 가지 조건에만 부합되고, 특별히 모난 성격이 아니라면' 함께 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마침내 꽤 알아주는 대학을 졸업하고, 프리랜서 활동으로 꽤나 많은 프로젝트 경험을 한 누군가가 팀에 지원합니다. CTO 자리를 주는 대신 딜을 합니다. Co-founder 보다는 적지만 적절한 지분 약속과 함께 힘들어도 스타트업 정신으로 도전해 나가는 것에 최종 합류 결정을 하였습니다. 앞으로의 여정이 흥분됩니다.


3 STEP : 첫 번째 딜레마 봉착

이 딜레마는 전형적으로 설립자와 창업 멤버 간 분명하고 완벽하지 못한 이해관계에서 시작합니다. 그렇기에 사실은 이미 시작 전 상태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면 위로 드러날 수밖에 없는 잠정적 현실입니다. 설립자는 지분의 조건을 포함하여 매출이 나는 시점으로 수익 배분을 하겠다고 서로 동의 한 사실이 있기에 애당초 예산에서 창업 멤버의 급여를 제외시켜 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매출이 난다하여도 당장은 영업이익이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매출인지 순이익인지 이익 분할 지급 기준도 모호하게 설정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창업 멤버는 자신의 직무에만 충실하다면 빠른 시일 내에 매출이 발생하고, 그 매출에 따른 약속된 수익을 받을 수 있는 시기가 단기간이라고 가정하여 입장을 합니다. 긍정적 시선에 사로잡혀 양쪽 모두 꼼꼼하지 못했던 것이 실수 입니다. 


설립자의 전공이 비개발 직군에 또는 PM 경험이 없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설립자와 개발 직군 사이의 보이지 않는 장벽이 생길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창업 멤버가 개발자라고 가정한다면, 그는 본인의 전문 영역에서만 개발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점점 인지하기 시작합니다. 초기 쉬워보였던 영역은 설립자들과 공동 기획의 명목으로 점점 더 복잡하고 어려워집니다. 서버부터 백엔드까지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후임자의 기간 동안 혼자서 담당해야 할 범위가 방대해집니다. 그로 인해 (함부로 말을 할 수 없는) 예상할 수 없는 완료 일정과 설령 출시 이후에 과연 매출이 발생될 것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 한다면 자신의 위치와 상태에 대해 극도로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역시나 한 달 두 달 시간이 지나면서 예상했던 결과는 보다 더 많은 변수로 인해 늦어지고, 설령 오픈이 되었다 하더라도 예상과는 달리 더딘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할 때 초기 계약의 조건을 다시 끄집어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단 개발직군만 그런 것이 아니지만 초기에 기타 전문 영역은 IT 관련 업종에서 크게 요구되지 않기에 단적인 사례로 예를 들었습니다.)


4 STEP : 두 번째 딜레마 봉착

언젠가 소주 한잔 기울이며 설립자는 현재의 상황과 우리의 비전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조금 더 디테일 한 상황을 전달합니다. 우열곡절 끝에 마음을 다시 잡은 창업 멤버는 몇 가지 절충안을 제시합니다. 1) 정부과제를 통한 급여 충당 2) 특정 기간 이후의 최소 급여 3) 외주를 통한 수익의 급여 충당 4) 점심이라도 제공 5) 실제 지분 확보 등 가능하다면 최소한의 생활권을 보장해달라고 합니다. 아주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절충안 없이 정말 멤버로서 돈 필요없고 끝까지 함께 가보자고 결심했다 할지라도 잠정적 문제는 존재합니다.


회사는 어쨌거나 현시점에서 앞으로 최소 1년간의 유지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항시 자금 조달을 모색하게 됩니다. 이때 1) 창업 멤버와의 관계 유지 2) 투자 제안 3) 법인 간 신뢰성 있는 공급처 계약 등을 위해 법인을 설립하기로 합니다. 동업자라 할지라도 어느 정도의 출자를 하는 것이 더 좋은 그림이나 초기에 멤버를 구인할 시 적정한 노동력에 무턱대고 일정 자금까지 부담하여 참여해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대부분은 창업 멤버가 설립 시 지분을 배분받거나 또는 주식을 무상 증여/양도와 같은 방식으로 제공받게 됩니다.


설립자와 창업 멤버가 예상하는 지분의 범위가 서로 다릅니다. 이익이 대변되는 부분이기에 서로 '그때가서 정하면 되겠지'와 '알아서 내가 예상하는 만큼 잘 챙겨주겠지'라는 생각만 가지고서 미리 말을 안 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럴 경우 설립자는 1) 그 사람의 능력 (그러나 능력을 검토할 방법을 모르거나 없기에 완전한 시니어 레벨을 기준으로 가치를 하향) 2) 자본 출자 미참여 3) 앞서 트러블의 경험을 통한 신뢰도(언제든 자기 요구가 들어올 수 있는 잠재 리스크) 등을 기준으로 공동설립자와의 상의 끝에 지분을 제시하게 되며, 창업 멤버는 1) 자신이 그동안 받지 못한 급여 2) 자신이 하고 있는 직무의 범위와 노고 3) 내가 지금 여기에서 빠지면 안될 것이라는 약간의 입장을 고려하여 지분을 요구합니다. 이러한 서로 다른 이해와 입장이 있기에 서로가 주고 받으려는 지분율이 달라지며 다시 한 번 냉랭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합니다.


5 STEP : 세 번째 딜레마 봉착

장고의 시간 동안 협의 끝에 지분을 결정합니다. 그러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점점 세분화된 인력(직무)들이 필요해지기 시작합니다. 회사의 업태와 방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맥락은 여전히 비슷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회사가 나름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정착되고, 조금씩 체계가 잡혀나가고, 다양한 활동으로 업력이 늘어난다면 조금 더 높은 레벨의 사람들이 회사를 기웃 거리 시작합니다. 회사에서도 관련 사업에서 영향력이 있는 누군가를 대외적으로 내세울 필요성이 있다고 느껴집니다. 그러나 아직 급여를 충당하기엔 버겁습니다. 이러한 사람을 데려오기 위하여 스톡옵션 조항을 만들고 지분으로 급여를 충당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합니다. 이때 지분을 가지고 있는 기존의 공동설립자와 창업 멤버의 지분율이 새로 들어 올 C레벨자(혹은 영향력자)가 요구하는 지분의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만약 지분을 내어줄 수 없다고 한다면 그에 해당하는 만큼의 급여 등 다른 보상이 요구되겠지요. 




결론


여기까지가 보통 설립된 지 3년 미만의 회사가 겪을 수 있는 초기 팀의 난항들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꼭 들어맞다는 것이 아니라 큰 맥락(계속 언급하는)에서 자주 발생되는 사안들이라는 것이죠. 이 밖에 꼭 비용적 문제가 아니더라도 한 두 명씩 늘어가다 보면 몇 명 이상부터는 팀원 간의 커뮤니케이션 충돌이나 사업 방향 전환에 따른 퇴사 혹은 문화와 성격에 따라 조성되는 내부 정치 등 많은 이유로 팀의 위기가 존재합니다. 또한 초기 기업이 지분에 민감해 할 필요가 있는지 없는지는 주주들이 잘 판단하여 적절한 벨런스를 맞춰 나가야 할 필요성이 느껴지는 예제 입니다.


위와 같은 사례는 팀의 위기들 중 가장 먼저 발생될 수 있는 사안으로써 보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선 맨 처음부터 동업자 간 사업 운영에 따른 동업계약서를 작성하거나 법인 설립 후 단순 지분 거래가 아닌 주주 간 계약서를 통해 보다 명확하게 서로 간의 사항을 대비하여 표준을 마련하는 것이 꼭 필요하겠습니다. 또한, 설립자는 회사의 비전 전파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팀원들과 회사의 상황을 자주 공유함으로써 신의에 기반한 꾸준한 리더십이 요구되리라 생각됩니다. 만약 당신이 창업자가 아닌 창업 멤버로 입사를 고려하고 있다면 지분과 스톡옵션이라는 조건 및 그 밖의 책임에 대하여 명실 공히 멤버로서의 권한을 온전히 지키기 위한 사전 정보 취득 등 스스로의 준비 또한 필요할 것입니다.


CEO는 그 직무에 대한 본연의 임무에 앞서 사람과 사람 간의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봅니다. 특히 비즈니스에서는 이익 창출을 위해 도덕적 선을 지키는 것이 당연하면서도 반대로 지키기 어려운 부분들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만약 창업자가 어느 정도의 경험을 토대로 비용 절감을 위해 '모르는 부분을 적절히 이용한다'라는 생각을 하는순간 멤버가 농락당할 가능성도 다분합니다. 예를 들어 만약, 회사가 잘 성장해야하는 요소 중 예상보다 성과가 저조하거나 근태가 엉망인 창업 멤버가 있다면 그 멤버가 주주와 이사직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고 할 경우에 향후 주주총회를 통해 창업 멤버의 이사직 해임을 결정하거나 재계약 해지(이사급의 임원은 계약직으로 임용) 혹은 보직 변경에 따른 성과 요구 압박이 주어질 수 있습니다. 회사는 회사의 가파른 성장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더 적절한 사람이 있다고 할지라도 이러한 상황을 아예 무시 할 수 있을까요? 실제로 업계 TOP을 달리는 스타트업들도 Co-founder들이 순식간에 헤어지는 경우가 흔하디 흔합니다. 순간 당사자는 주주 간 계약 시 특정 기간 이전에 스스로 퇴사를 할 경우 지분 반납의 조건이 떠오릅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 하시겠습니까. 


고의가 아니었지만 고의가 될 수밖에 없는 시기가 바로 완전한 조직을 갖추기 이전의 초기 기업이라는 것이며, 저는 이렇게 한 가지 사건에 두 가지 의미를 두고 있는 모순과 현상을 '창업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윤리적 딜레마'라고 표현합니다. 인지하고 있는 만큼 일어나는 것 또한 창업이기에 회사의 성장만큼 우리 모두 다양한 시각과 내면적 성장도 꼭 함께 일어나야만 부딪힐 수 있는 위험요소를 각자 최소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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