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팀장님 눈치 좀 챙겨주세요~
브런치를 다년간 쓰지 않았던 적이 있다. 벌써 5년 전의 일이다.
브런치 작가 승인이 되자마자 나는 몇 편의 같은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브런치는 비교적 정제된 글로 나의 한을 풀 수 있는 공간이었다. 대나무숲이 될 줄 알았던 브런치가 나를 띄워주기 전까지는.......
나는 그럴싸한 계획이 있었다. 얻어맞기 전까지는.......
그 당시 다음(DAUM)은 초보 작가들의 글도 포털사이트 메인에 노출시키곤 했다. 그 시기와 맞물렸던 것일까. 조용한 대나무숲에 올린 거라고 생각했던 내 글이, 다음(DAUM)이라는 거대한 포털사이트 메인에 노출되는 놀라운 사건이 일어났다.
그중 누적 조회수 10만을 차지한 글은 <봉지라면 끓이는 OOO>이라는 글이었다. *OOO=직업명
구독자 한 자릿수(구독자는 독서모임을 같이했던 분들이 전부였다)에 글도 몇 개 없던 브런치에 알고리즘신이 내렸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마 초심자에게 행운을 주려했던 다음 브런치 서비스 때문이었을 것이다. 또한 나의 글이 온라인에서 거부하기 힘든 마약 같은 구성(맛있는 음식 사진, 짠내 나는 직장 뒷담화 내용)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누적 조회수 10만을 넘은 글은 포털사이트 메인뿐만 아니라 브런치 페이지 메인에도 노출되었다. 심지어 다음 포털 직장IN 카테고리에서는 일주일간 인기순위 1위를 기록했다. 이러다 나 히트작가 되는 거 아니야? 잠시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했지만 즐겁지 않았다.
나의 글에 출연한 당사자가 혹시라도 글을 읽는다면?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 메인 노출에 당황한 나는 그 사람들의 신분이 특정되지 않도록 직급이나 장소, 구체적인 정황 등을 변형시켜서 글을 썼다. 하지만 변형한 글은 날것 그대로의 맛이 덜한 밋밋한 글이었다. 나만의 솔직한 기록을 남기기에는 '온라인 글쓰기'의 무게가 크다는 것을 처음으로 체감한 순간이었다.
부족한 글쓰기 내공을 키워 직장의 애환을 다룬 블랙코미디를 연재해보고 싶다는 욕망도 들었다. 회사에 대한 솔직한 정보가 부족했던 시절 회사의 실체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입사한 내 인생이 슬펐기 때문이다. 나의 시행착오를 읽고 누군가는 더 현실적인 판단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 더 현명한 결정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심장을 뛰게 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이 있다. 얻어맞기 전까지는
브런치 글이 포털 메인에 노출되면서 구독자가 두자릿수로 늘었다. 하지만 메인에 노출된 것에 비해서는 큰 반응이 없었다. 소리 없이 조회수만 올라갔다. 그 당시 브런치에 가입한 사람들의 숫자가 적었던 까닭도 있었다. 준비되지 않은 나의 부족한 글에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나의 글이 계속 노출이 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무엇보다 공포스러웠던 것은 동료(실명으로 가입해 회사 동료임이 바로 파악되는 사람들) 몇 명의 구독 알림이었다. 이런 글을 썼다는 게 나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는 동료들이 구독을 누른 것을 보아 내가 쓴 글인지 알고 누른 것 같았다. 회사에서 동료들에게 속마음을 말하지 않는 성격인 나는 크게 당황했다.
특히 인사 업무를 맡고 있는 팀장님의 구독이란.......당황스러웠다.
팀장님의 구독 알림을 확인하고 나는 서서히 글을 올리지 않게 되었다.
(팀장님 눈치 좀 챙겨주시지 그러셨어요. ㅠㅠ)
구독을 누른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생각 없이 편하게 누른 것이고 다시는 접속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계속 신경이 쓰였다. 직장인의 애환을 적고 싶은데 계속 검열을 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발생했다.
그들의 구독 버튼이 마치
'회사 욕 좀 그만 써라. 지켜보고 있다.'라는 무언의 압력 같았다.
회사에 대한 애사심이 있는 직원들이 읽기엔 기분 나쁠 수도 있는 글이라는 걸 알았기에 나는 회사 사람들의 구독을 알게 된 후로 마음껏 글을 쓰기가 어려워졌다.
오랜 시간이 흘러 10만 조회수의 충격은 잊혔고 또다시 진솔한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내가 쓰는 글이 '읽기 싫은' 사람들에게는 노출되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노출되는 마법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갑작스러운 포털 메인 노출보다는 훨씬 더 글 쓴 보람을 느낄 마법 같다.
내가 그런 고민을 하며 주춤거리는 사이 브런치는 브런치스토리로 개편을 했고 멤버십 서비스를 도입했다. 멤버십 구독자들에게만 내 글을 노출시킬 방법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내 브런치 구독자를 차단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는 것도 최근에서야 알았다. 왜 진작 몰랐을까? 기능이 생긴 지 오래되지 않았던 것일까? 이해 관계자들의 이름을 차단했다.
나는 편하고 재밌고 솔직하게 직장의 민낯을 밝히는 그런 글을 써보고 싶다. 당사자들까지는 읽을 수 없는 방법으로. 고통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을 모으는 방법으로 말이다. 그래서 작게나마 시작해 본다.
진정한 나의 작은 대나무숲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