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과 다른 아파트들이 더 올랐지만
집 사고 난 뒤 하는 가장 의미 없으면서도 가장 재미있는 행동은 <호갱노노 실거래가 확인>이 아닐까 한다. 쓸모는 없지만 호기심은 가는 것.
'내가 산 가격보다 더 비싸게 사는 사람들이 있을까?'
과연 있을까? 실감이 안 되고 궁금해서 가끔씩 들여다보았던 것 같다.
집 사고 1년이 훨씬 지난 지금 나는 어떨까? 집값에 대한 호기심은 시들었고, 아파트 단톡방에 올라오는 다른 주민들의 이야기만 재미있게 읽고 있다. 집을 지금 팔아야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주민들은 우리 아파트의 집값이 주변 타 단지 대비 많이 오르지 않은다는 불만을 토로한다. 그들의 말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고,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 집값은 정말 모르는 일이라는 생각에 잠기곤 한다.
첫 번째. 더 오를 것 같은 A 아파트는 역시 더 올랐다.
1년 전 임장했을 때도 비싸서, 좋은 걸 알면서도 살 수 없었던 A 아파트는 역시 더 올랐다. 아파트 단톡방에는 왜 A 아파트 가격을 우리가 따라가지 못하냐는 이야기가 종종 올라온다.
두 번째. 부동산 원데이 클래스 선생님이 '애매하다'라고 말했던 아파트는 의외로 올랐다.
부동산 선생님이 애매한 연식의 아파트라고 사지 말라고 했던 아파트였다. 하지만 다른 부동산 유튜버가 그 아파트를 추천하는 영상을 보기도 했다. '애매하다'를 다르게 생각하면 '크게 나쁘지 않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리라. 누군가는 애매하다고 했고, 누군가는 나쁘지 않다고 추천했던 아파트. 부동산 정책 시행 후 풍선 효과로 수혜를 봤다는 분석이다.
셋째. 단기 수익률은 부동산보다 코스피였다.
내가 집을 사던 때만 해도 코스피가 지금만큼 상승할 것이라 단언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내가 사모았던 유일한 한국 주식인 삼성전자 주식이 당시 5만원대였다. 그리고 1년 후, 주식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집을 사기 위해 주식을 모두 처분해서 주식에 관심이 없었던 나는 최근 떠들썩한 분위기를 틈타 주식 가격을 검색해 봤다. 놀라웠다. 하지만 집을 사지 않았더라도 나는 참지 못하고 중간에 주식을 팔았을 것이다. 팔지 않은 사람들에게 달디단 수익률을 선물한 코스피였다.
벌써 1년, 나의 변화
집 사고 벌써 1년이 훌쩍 흘렀다. 불과 그 사이에 세상은 많이 변한 것 같다. 내 월급을 제외한 모든 것들이 너무 많이 올랐다.
쉽사리 오르지 않을 것 같던 내 집마저 물가상승률을 따라 조금씩 가격이 올랐다. 하지만 당장 집을 팔 생각도 없고 팔 수도 없는데 그게 다 무슨 의미란 말인가. 그것이 의미 없다는 것이 내게는 큰 의미가 되었다.
부는 바람에 너무 붕 뜨지도,
너무 좌절하지도 않을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에.
계약 만료의 두려움이 사라져서일까. 안정감이 생기니 내 인생의 다른 부분들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주식과 부동산에 대한 고민과 잠시 거리 두기를 실천한 덕분에 많은 것을 배웠다.
<1년 동안 새롭게 배운 것>
배드민턴
헬스 기구 사용법, 접이식 자전거 사용법
AI 활용
아이패드 드로잉 및 스티커 굿즈 만들기
집 꾸미기(데스크테리어)
전자책, 독립출판, 기사 작성
중고거래
내 사주 해석하는 방법
...기타 기억이 나지 않는 자잘하고 즐거운 일들
의미 있는 일도, 의미 없는 일도 다 해보고 경험했던 1년이었다. 2년 후, 3년 후의 변화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