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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잠 Jan 21. 2024

처음 느낌 그대로

책-리사 펠드먼 배럿,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어제 널 보았을 때 눈돌리던 날 잊어줘
내가 사랑하면 사랑한단 말 대신 차갑게 대하는 걸 알잖아
-이소라, 처음 느낌 그대로


남자와 여자는 몰랐다. 이소라의 노래 가사처럼 자신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차가운 외면을 보이면서, 상대의 차가운 외면은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둘은 서로 사랑했지만 둘은 각각 짝사랑을 했다.


왜 우리는 타인의 이면(裏面)에 닿기 힘든 걸까? 말 그대로 그것이 힘들기 때문에 못한다. 그래서 우리의 사랑은 언제나 채울 수 없는 반쪽이다.


여자는 물었다.

"나를 사랑하기는 했어?"

남자는 어이없다는 듯 대답했다.

"당연히 사랑했지. 그걸 질문이라고 해?"

여자는 분노했다.

"거짓말하지 마. 네가 말하는 사랑은 내가 말하는 사랑이 아니야."

여자와 남자는 이별했다.


'똑같은 쿠키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책의 내용처럼 똑같은 얼굴의 감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을 간과한 남자와 여자는 각자의 사랑이 옳다는 고집을 굽힐 수 없었던 것이다. 네가 만든 쿠키는 내가 만든 쿠키와 달라서 쿠키가 아니야.


감정에 대한 지각만큼 자주 빗나가는 지각이 또 있을까? 당신에게 냉랭해 보이는 사람이 깊은 밤 이소라의 <처음 느낌 그대로>를 들으며 잠들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혼돈의 사례까지 사랑으로 범주화하기란 쉽지 않다. 정동(affect)에서 크게 벗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별보다 어려울까? 우리는 노력했어야 했다. 마음의 '경험맹' 상태를 줄이고자 스스로의 아둔함을 찾고 수정하고 인정하고 이해했어야 했다. 당신과 나는 더 많은 단어로 대화하며 더 많은 '감정 입자도'를 지니려고 노력했어야 했다.


결국 우리의 이별은 나의 탓도 너의 탓도 아니었다. 우리였다. 내가 의심하는 순간, 그의 마음에도 의심할 만한 마음이 배선되었다. 우리는 감정의 설계자라는 것을 몰랐고 처음 느낌 그대로 사랑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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