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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Jun 25. 2021

불안은 우리의 친구

프리랜서의 불안 극복법

선배, 잠을 못 자겠어요


 종종 만나는 후배들이 나에게 호소한다.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이다. 그런데 나 역시 그렇다. 이 불면의 패턴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아예 통으로 잠이 안 오거나 몸은 피곤하지만 눈이 감기지 않거나 혹은 잠이 와도 자꾸 깨버리는 경우도 있다. 딱 요즘이 그렇다. 2시간마다 눈이 떠진다. 분명 잠을 푹 자고 있다고 생각하는데도 자동으로 눈이 떠졌다. 그러면 나는 해가 채 뜨지도 않은 새벽 풍경을 보면서 몇 번이고 다시 잠을 청해야만 했다. 그렇게 잠을 자고 나면 자다 만 듯 피곤한 아침이 왔다. 그래도 나는 잠을 잘 수 있으니 운이 좋다고 해야 할까?


 이 불면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를 포함한 지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불안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 진로선택에 대한 불안. 취업 이후의 커리어에 대한 불안. 취직이 안되면 안 되는 대로, 취직이 되면 되는대로 불안은 매 순간 함께해왔고 지금도 떨쳐낼 수 없는 감정 중 하나다.




불안한 자유, 온전한 글쓰기


 퇴사 후 나는 다시 글쓰기에 집중했다. 목표는 미니시리즈 기획과 대본을 완성하는 것이었다. 어떤 이야기를 써볼까 소재를 고민하다가 하루를 다 보내기도 하고 어느 날은 글이 술술 써지다가도 어느 날은 글이 한자도 써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생활을 위해 외주 일을 받으면서도 나는 대본을 쓰는 본업(?)을 마냥 미뤄둘 수는 없었다. 어쨌든 '작가'로 살아야 하니까 말이다.


 불안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회사를 떠나 월급을 들어오지 않는 이 상황에 내가 과연 글을 얼마나 오래 쓸 수 있을까. 경력이 남지 않는 이 공백의 시간을 내가 제대로 채울 수 있을까. 매 순간이 시험이었고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떨쳐내려고 부단이 노력했다. 그럼에도 이 생활의 단 한 가지 장점이 있다면 바로 '자유로움'이었다.


 내 시간을 온전히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부분도 분명 있었지만 무엇보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는 자유가 나에게는 너무나도 중요했다. 구) 회사에서는 늘 나에게 로맨스와 하이틴을 쓰라고 강요하곤 했다. 조금이라도 심각하고 복잡한 이야기를 가져가면 이런 이야기는 신인에게 기대하지 않는다며 치워버리기 일쑤였다. 그놈의 '팔릴만한 이야기'를 써오라는 말에 나는 아주 진절머리가 나있었다. 그래서 나는 나만의 결을 가진 이야기를 쓰기 위한 자유를 포기할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이 불안한 자유에 몸을 던졌다. 불안하기에 자유롭고 자유롭기에 불안한 이 모순적인 일상. 공모전을 준비하고 작품을 내고 결과를 기다리면서도 계속 글을 써야 하는 막연한 상황. 그리고 이 모든 활동에는 내 미래를 보장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경력이 남는 것도 없고 돈이 남는 것도 아니고 그 시간을 모두 보상해줄 성공이 담보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한 가지의 확신으로 버티는 중이다. 적어도 어제의 나보다는 오늘의 내가 조금 더 괜찮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대충 살자. 매일 낮잠을 자도 행복한 고양이처럼.


 어쩌면 우리가 불안한 이유는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죽을 때까지는 아무도 결말을 알 수 없는 현재 진행형의 삶을 사는 인간에게 불안이란 필연적인 감정일 것이다. 애초에 내 인생의 모든 요소를 완벽히 통제하고 지휘할 수 있다는 믿음은 버리는 게 맞다. 당장 출근버스도 안 놓치고 탈 수 있을지도 확신하지 못하는 마당에 10년 뒤를 어떻게 완벽하게 준비할 수 있겠는가. 인생이란 늘 예측 불가능이다.

본질에 충실한 삶을 사는 똑똑한 고양이 푸코

 그러니 결론은 정해져 있다. 대충 살자는 거다. 복잡하게 생각 말고 오늘의 할 일만 딱딱 정해서 하는 것이다. 밥 잘 먹고 잘 자고 오늘 할 일 오늘 안에 하고. 정말 단순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다. 그럴 때면 동료의 고양이 푸코를 생각한다. 누구보다 열심히 자고 밥 먹고 또 자는 생명체. 그래도 다들 예뻐해 준다. 사랑스러우니까. 가장 본질에 충실한 삶을 사는 존재다. 얼마나 단순한가!


나 역시 푸코의 삶을 따라가 보고자 한다. 하루하루를 충실하고 행복하게 보내는 것이 나의 가장 큰 목표다. 자유롭기에 불안하지만 오늘을 버려둔 채 내일을 두려워하지 않는 삶. 단순하게 사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방법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골머리를 앓고 밤을 새나 그냥 잠을 자나 시간은 똑같이 흘러가니까.


일단 오늘 저녁은 주말답게 맛있는 것을 먹어주면서 행복을 찾으면 된다.




이 복잡한 세상, 내 인생만큼은 단순하게 사는 것이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불안을 친구로 삼되 잠식되진 말자.

내 자유의 대가이자 미래를 위한 원동력인 불안을 십분 이용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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