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로리

나 그림 같지 않아?

by 혜솔





나는 그림 보는 것을 아주 좋아해.

그림 속엔 내 마음대로 생각할 수 있는 세계가 있어.

난 아직 말을 잘하지는 못해.

그래도 그림을 보고 있으면 하고 싶은 말이

생기는 것 같아.



무슨 말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좋아하는 그림 속엔

반짝반짝 별이 있어.

우리 고양이 미오가 얼마 전에 별이 되었거든

미오는 별이 되어서 달님에게 놀러 간다고 했어.

그래서 난 달이 좋아.

예쁜 그림이 많이 그려져 있는

그림책도 너무 좋아.






할머니가 그림책을 읽어주실 때

나는 책 속의 그림이 된 것 같기도 해.

슬프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때론 무섭기도 하지











할머니는 가끔

"로리야 그림 그리자~" 하며 크레용을 주셔.

동그라미를 그려봐, 세모를 그려봐 하시는데 잘 안돼.

내가 잘 그리는 것은 비가 죽죽 내리는 그림이야.

그것도 잘 그리지는 못해.

난 아직 두 살도 안된 아기가 맞잖아.











1.jpg

엄마가 며칠 전부터 미술관에 데려가주시려고 시간을 만들고 계셨어.

방학중이라도 우리 엄마는 바쁘시거든.

드디어 오늘 과천이란 곳을 왔어. 국립 현대미술관이래.

작년 여름에 제주도 현대미술관에 갔었어. 내 첫돌 기념으로

할머니랑 엄마랑 나 셋이서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를 했거든.

그때 내 생애 첫 미술관 나들이를 했는데 오늘이 두 번째네.

나도 두 살이 되어 가는 중이라 바빠지는 것 같아.



KakaoTalk_20240122_203904640_05.jpg
KakaoTalk_20240122_203904640.jpg


로리가

미술관에 왔어요!






나는 잘 걸을 수 있어

그래서 유아차에서 내렸어.

걸어 다니며 그림을 볼 거야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데


넘어서는 안될 선을 자꾸 넘었어,

들어가면 안 되는 곳도 들어가고

만지면 안 되는 작품들도 만지고 싶었어

그래서 결국

내 전용 유아차에 태워지고 말았지.





<색동만다라> 전성우



인디언 텐트다!

할머니는 나더러 그림 속으로 들어가 보래

"우리 로리 텐트 같다" 하시면서

세모는 산을, 네모는 책을, 동그라미는 풍선을 그릴 때 그리는 거래. 나는 어려워.

아직 아기잖아 헤헤












딸, 딸, 딸기

엄마! 딸기!

부쟈 부쟈~(보자,보자)

딸~ 기~


맛있게 먹었던 딸기가 생각났어.

엄마와 할머니는 웃으시며

"딸기 옆엔 뭐지?" 하고 묻는 거야.



달~


"달 위에는 뭐야?"


안 보여~(깜깜해)








내가 요즘 많이 하는 말은 달~이야.

창가에 앉아서 하늘을 보면 하얀 달이 보일 때가 많아.

내가 즐겨보는 그림책 중엔 '달님안녕'이라는 책도 있어.

너무 많이 봐서 다 외웠는데 아직 말을 잘 못해서 들려줄 수가 없어. 어쨌든 난 달님을 좋아해.

그런데 여기도 둥근달이 떴네?





<론도(RONDO)> 김환기


저기 엄마가 있어. 배가 부른 것 같아.

아빠하고 할머니도 있어.

나는 가운데에 아빠하고 할머니가 감싸고 있어.

그런데 우리 가족은 아니었나 봐.

할머니는 할머니가 좋아하는 어떤 악기처럼 생겼다고 하셔.

내가 좀 더 자라면 할머니의 생각도 이해할 수 있겠지?




<내 마음의 산> 유영국




역시 세모는 산인가 봐.

나도 세모를 잘 그리고 싶어.

그래서 산도 만들고 나무도 만들고 싶어.

내 도화지에 할머니가 그려놓은 나무가 많아.

동그라미 나무와 세모나무.

그림을 잘 그리려면 동그라미, 세모, 네모를 잘 그릴줄 알아야 하나 봐.











<금색운의 교차> 한묵



꺄오~


사자 아니야?

사자야 너 왜 여기 있어?

나 만나러 왔어?

으르르렁~

너의 갈기는 언제 보아도 멋져!










IMG_0088.JPG

이곳은 내 놀이터인 줄 았았는데...

만지면 안 되고 가까이 가면 안 되는 것들이 많아.

여기서 뛰다가 나는 유아차에 태워지고 말았지.

세모와 네모가 정말 많은 날이야!




마지막장.jpg
아.jpg

전시실 밖으로 나와서 보니 좋은 작품들은 다 여기에 있네.

하늘, 바람, 해님, 비행기 그리고

나, 로리!

미술은 어디에나 있는 게 맞아.

지금 내가 서 있는 곳,

그림 같지 않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