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갈 수 있는 집

에필로그

by 혜솔

한국으로 돌아온 후 다시 나가지 못하고 눌러앉았다.

더 잘하지 못했던 것들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체코어를 제대로 공부할 생각도 있었는데 흐지부지 되었다.


늘 나를 기다리고 있는 K여사님과는 수시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소식을 나누고 있다.

코로나가 확산되기 전엔 한국에 들어오면 만나기도 했고, 두어 번 반갑게 얼굴을 볼 수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한동안 여행은 발이 묶였다.

어쩔 수 없이 식당도 타격을 받았으니 내가 다시 갈 명목도 사그라들었다.

그렇게 사그라든 건 나뿐만 아니라 김치식당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들어지니 그전처럼 일하는 맛이 안 나는 것이다.

결국 20년동안 잘 운영해오던 식당을 접었다고 한다.

코로나가 가라앉고 다시 여행이 활성화되었지만 식당은 열지 않았다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아팠다.


요즘은 한 달 살기가 붐이라서 한 달 살기 하러 오는 사람들에게 숙소만 내어주고 있다고 한다.

내가 프라하에서 지냈던 그날들은 돌이켜보면 나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필요했던 시기임이 분명하다.

해 보지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과 타국이라는 낯섦에 무뎌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은 아니다.

그만큼 나도 둥글둥글 해졌다는 뜻이다.

많은 일들이 많은 경험을 하게 했고 내 인생의 굴곡들을 유연하게 도닥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프라하의 하늘은 쪽빛이다. 그때의 내 삶도 그 빛이었다.

언제든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는 또 다른 나의 집, 마음의 고향처럼 늘 그 빛을 간직하고 있다.

지금도 내가 언제쯤 올 수 있나 기다리고 있는 K여사에게 고맙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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