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들어가면 뱀이 있어야지

체코엔 뱀이 없대, 그러나 나는 뱀을 보았어.

by 혜솔

내가 휴일이면 늘 찾는 곳은 자연의 품이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주변에 우거진 숲이 있다는 게 감사하다.

산촌에 살았던 5 년이라는 세월이 있어서 더욱 자연 친화적인 인간형으로 변했는지도 모른다.

지난 일요일에도 미사를 마치고 발길은 근처 생태공원으로 향했다.

사람들의 발길이 자주 닿는 곳과 닿지 않는 곳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울창한 숲이 광활하게 퍼져있지만 사람들이 다니는 곳은 평탄하고 길이 잘 나있어 걷기에 좋은 그런 곳이다.

나는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을 자주 뚫고 들어가기도 한다. 길이 보이지 않는 숲 속, 더러는 바위도 오르고 도랑을 건너기도 한다.


체코엔 뱀이 없다는 말을 최근에 들었다. 뱀이 없다니... 뱀이 있을만한 환경이 너무도 많은데?

우거진 풀숲도 그렇고 오래된 나무와 바위들도 그렇다. 여하튼 뱀이 없다는 건 나에겐 나쁘지 않다.

겁 없이 드나드는 풀숲이 그만큼 안전할 테니까.

트래킹 코스로 길을 걷다가 갈림길에서 사람들이 가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왼쪽으론 개울이 흐르고 오른쪽으론 나무가 울창한 숲이었다. 눈앞엔 넓게 펼쳐진 풀밭이었는데 사람들은 이런 길을 가지 않는다. 밀림 속으로 들어가는듯한 느낌이어서 일까 넓은 길이 보이는 곳으로만 간다.

나는 혼자 걸을 때가 참 좋다. 이 좋은 느낌이 내겐 너무나 당연한지라 내가 이상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여하튼 혼자 걷고 혼자 먹고 혼자 놀기에 가장 좋은 곳에 살고 있는 현실에 만족한다.


아무리 밀림 같은 숲을 헤집고 다닌다 해도 결국 숲을 벗어나면 사람들이 모이는 큰길을 다시 만나게 된다.

참 신비롭고. 다행인 일이다.

지형이 매우 묘하다는 생각은 여러 번 했지만 오늘도 역시 나는 즐겁게 숲길을 걸었을 뿐인데 산 위에 올라온 것처럼 발아래 까마득히 마을이 보인다. 흐르는 개울이 보이고 멀리는 울창한 푸르름이 펼쳐져 있다.

한참을 바위에 앉아 바라보다가 내려가는 길을 찾느라 일어섰다.

숲에 들어서면 어느새 산에 올라와 있으니 이 또한 신비롭고 상쾌하다.

새소리, 바람소리, 그리고 내 발자국 소리만 들린다. 마을로 내려가는 방향으로 길을 걷다가 눈앞에 무엇인가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내 오른발 앞에서 왼발 쪽으로 기다랗고 가느다란 몸뚱이가 스르르...

생각보다 빨라서 카메라를 꺼냈을 땐 이미 풀숲으로 들아가 버린 뒤였다. 혀를 날름거리는 초록뱀이었다.

하지만 내가 보아왔던 뱀들에 비하면 너무 작았다.

산촌에 살면서 여름, 특히 초가을이면 뱀들이 유난히 많이 이동하는 것을 봐왔다.

장작더미 위에 앉아 젖은 몸을 말리던 독사를 비롯해 내가 키우던 고양이와 지나가던 뱀과 전쟁을 치르는 것까지 원치 않아도 볼 수 있는 것이 뱀이었다.

그 날 내가 본 것도 분명히 뱀이었는데 가늘고 작았다. 그래도 일단은 반가웠다. 세상에 다 있는 것이 체코에만 없을 리 없다는 사실에...


정보 검색을 해봐도 별 뾰족한 얘기는 없다. 체코 교민 중 어느 분의 글을 보니 체코에도 뱀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종류가 많지 않고 대개 독이 없는 뱀이라 시골에서도 뱀 때문에 걱정을 하고 살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내가 본 그 초록뱀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애기 뱀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