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제주여행, 제주 바당길(협재해변-곽지해변)

남자가 바라본 올레길 여행

가끔은 일탈하는 것도 즐거움이 있다.


원래 일정은 올레길 11코스부터 13코스까지 걷는거였지만, 내륙의 길이 답답하고 덥기도 해서 12코스를 건너뛰고 13코스로 바로 이어갔다. 그랬어도 밭이 가득한 길과 제주의 현실을 마주하는 길은 왠지 모를 답답함과 제주에 대한 환상을 날려버리는듯 했다.

  그래서 현재를 탈출하여 제주의 환상을 이어갈 수 있는 바닷길을 따라 가기위해 일정을 바꾸어 버렸다.


  뜨거운 햇빛을 그대로 받으면서... 결굴 얼굴은 다시 까맣게 그을리다 못해 벌겋게 달아 오르고 있다.


 "덴장.. 선크림이라도 바르고 나올 걸..."


  협재해변은 제주올레길 14코스의 중간에 위치해 있다. 내륙의 길이 끝나고 바다가 보이기 시작할 즈음 만나게 되는 하얀 모래가 가득 깔린 해변이다. 하지만 제주의 유명 관광지이다 보니 빡빡하게 해변을 메운 사람들 모습이 그닥 멋지게만 보이지 않아 서둘러 협재 해변을 가로질러 나왔다.


  그리고 해안도로와 마을길을 따라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한가로움, 그리고 조용함이 가득메운 제주바다의 길이다.


 협재해변에서 한림항이 있는 곳까지는 올레길 표시가 있어 이를 길잡이 삼아 걸었다. 저멀리 섬이 하나 보이는데 비양도라고 한다.


   제주속의 섬들... 대부분 피자처럼 평평하게 생긴줄만 알았는데 바위에오 오름처럼 솟아있는 섬도 있다. 비양도가 그러한 섬이다.  제주에는 2개의 비양도가 있다. 협재해안에 있는 비양도를 '서비양도'라 부르고, 우도안에 작은 섬이 있는데 이곳을 '동비양도'라고 한다.


  잠시 해안도로를 벗어나 검은 돌 가득한 바닷길로 들어섰다. TV에서만 보아왔던 거북손이라는 것이 돌틈마다 빼곡하게 붙어 있다. 연못처럼 웅덩이가 된 바위사이에는 작은 물고기와 소라가 열심히 헤엄치고 다닌다.


   제주 해변이 제주도 스럽게 보이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면 코발트빛 푸른바다 또는 에메랄드 빛 녹색의 바다, 그리고 검은 현무암 돌의 색감 때문이지 싶다.


   제주 이외에 다른 바다에서는 볼 수 없는 색감이기도 하다.


  간혹, 제주 바다를 보면서 도심의 찌든속때를 벗어내는 것처럼 상쾌함을 경험할 수 있지만, 제주 또한 사람이 사는 곳이다 보니 지저분한 흔적이 가끔 보이기도 한다. 좀더 깔끔하게 제주를 대하는게 어려운 일일까?


 다시 해안도로를 따라 타박타박 걷는다. 좀전에 느꼈던 더러움을 제주의 하늘과 바다를 보면서 다시 지워내기 시작했다.

한림항에 정박중인 어선들, 자주 보는 어선이지만 볼때마다 사진을 찍게된다. 왜그럴까?


 한림항을 지나 한수리 마을에 가까워지지 쉬어갈 곳을 찾았다. 도로 옆 높은 곳에 카페하나가 세워져 있다. 바다를 내려다기 적당할 듯하여 카페로 방향을 바꿔 걸었다.


  넓은 테라스에는 산림욕장이나 썬탠할때나 볼법한 기다란 의자가 놓여있다. 저곳에 누워 바라보는 바다는 왠지 더 멋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부드러운 카페라떼가 땡긴다. 부드러운 제주 풍경때문인지도...

SOME라는 카페에서 진한 아메리카노보다 부드러운 라떼를 주문했다.


  걷다보면 미처 보지 못했던 풍경들과 많이 접하게 된다. 자가용을 타고 해안도로를 달리면 상쾌한 드라이브하는 맛은 좋지만 놓치는 풍경은 더 많아진다. 한수리 대수포구 주변에 우연히 만난것은 지역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당집과  해수노천탕의 모습이다. 두 개의 건물이 나란히 붙어 있어 남녀 구분된 시설이다. 지금도 해수노천탕 체험이 가능하다해서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차가운 날씨에 포기하고 다음을 기약해 본다.


  그리고 해안도로 옆에 바다로 이어진 포장길이 군데군데 보인다. 바다를 삶의 터로 이용하는 주민을 위한 만들어 놓은 시설이겠지만, 나같은 길꾼한테는 쉬어가는 장소이다. 바다속까지 걸어갈 수 있는 길이니 그것만으로도 독특함을 경험할 수 있다.


   상쾌한 바다바람과 풍경때문에 눈과 귀는 즐겁고 풍성해졌지만, 나의 위속은 점점 텅텅비어갔다. 배고픔이 밀려오면서 식사할 만한 장소를 찾기 시작했다. 귀덕리마을에 다다르니 해녀식당이 하나 보인다. 다른 간판도 몇 개 보였었지만 그닥 땡기는 메뉴가 아니라 몇 집 건너뛴 후에 발견한 식당이다. 


   사장님의 인심덕분에 회가 푸짐하게 올라간 회덥밥으로 위장을 채우고 나니 제주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해안 옆에 지나갈때 만강 개, 사람이 지나가도 짖기는 커녕 무관심한 듯 아래로 내려다보기만 한다.


    귀덕리해안을 지날때 바닷속에 독특한 구조물이 눈에 들어온다. 할망이 서있는가 하면 등대처럼 보이는 석등도 보인다. 이곳 지방의 토속신을 위한 조형물이라고 하는데 바다 한가운데 있으니 자세히 보지는 못하고 멀리서만 바라본다.


귀덕마을을 지나 금성천을 넘어가면 바로 곽지해변이다. 오늘 계획한 목적지까지 거의 다 온 것이다. 거리로 따지면 길지 않은 길이지만 역시나 제주의 본 모습은 해안에 있음을 실감하는 하루였다. 제주올레를 벗어나 해안따라 무작정 걸었던 길... 


           "위에서는 수많은 길이 있다. 

    어디를 가도 맞는것이다. 목적지가 정해졌다면...."

  

길위에서는 정해진 목적지가 따로 없다. 내가 정한 곳이 목적지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가느냐도 중요하지 않다. 과정보다 내가 걷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제주를 온전히 바라보기 위해 찾아간 해안도로길은 정해진 둘레길이름은 없지만, 걸어서 갈 수는 있다. 올레길을 벗어났다고해서 큰일이 나거나 오류를 범하는건 아니다. 


  가끔은 일탈적인생활이 삶에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실감한 걷기여행 이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주여행, 제주올레길 13코스(용수포구-저지마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