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off’ 아니면 ‘on’ 둘 중 하나에 서 있고, 세상은 그 둘 중 한 곳에 명료하고 똑 부러지게 서 있기를 바란다. 그 중간 지점에서 우리는 불안함을 느끼고 선택하지 못하고 있는 어정쩡한 나 자신에게 답답함을 느낀다. 세상의 강요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인간 자체가 불분명한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져서 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늘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는 ‘사이’에 나 자신이 놓이는 것을 불안해한다.
거의 3개월 동안 일을 할 것인지 쉴 것인지 사이에서 나는 고민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거친 불안을 옆에서 봐주었던 내 동료에게 감사하다. 어렵게 들어왔고 힘들게 버텨왔던 대기업이라는 소속감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 내 나이에 어딘가로 옮기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까. 갈 곳을 정하고 퇴사하는 것이 현명한 것 아닐까. 책상 서랍 맨 윗 칸에 늘 놓여 있던 사직서와 언제든 꺼낼 준비를 마친 마음이 3개월을 팽팽하게 밀고 당기기를 반복했던 것이었다.
그 당시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 자신이 한심스럽기도 하고 무언가에 얽매여 꼼짝달싹 못하는 것만 같아 갑갑한 마음뿐이었다. 그래서 그 당시의 나는 나에게 너무나도 가혹했다. 선택을 내리지 못하는 나를 두고 용기 없고 하찮은 사람이라며 몰아세우기에 바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 자신에게 미안하다는 감정이 든다.
그 어떤 것도 선택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 나 자신을 그대로 그 상황에 가만히 둘 수 있었던 것, 인내심을 갖고 버틸 수 있었던 것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갈 미래를 끊임없이 갈구했었던 것. 이 모든 것이 나였던 것이다.
분명하고 확실한 건 이것이다. 내가 어떤 상황 속에 있더라도 나 자신을 사랑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내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나 자신을 믿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지난날 내가 용기 없음을 탓했던 나 자신에게 ‘너는 그때나 지금이나 가장 큰 용기와 진심을 가진 사람’이라고 위로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